세계 최대 육류 기업 JBS가 유럽 시장을 다음 인수합병(M&A) 무대로 지목하며 시장 재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2025년 9월 1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JBS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웨슬리 바티스타(Wesley Batista)는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첫 대규모 공개 행사에서 “유럽 시장은 분절화돼 있어 매력적인 인수 기회가 많다”고 밝혔다.
바티스타는 사모·기관 투자자 대상 온라인 콘퍼런스에 마르코스 몰리나(Marcos Molina) ※※ 마프리그·BRF의 최대주주로 브라질 육류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와 함께 패널로 참석해, 브라질 육류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지배적 위상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사회자가 “전 세계적으로 추가 인수를 추진할 의향이 있느냐”라고 묻자, 바티스타는 “물론이다”라며 “유럽을 비롯한 다수 국가에서 기회가 넘친다”라고 답했다.
뉴욕 상장이 가져온 자본력 확대
JBS는 2024년 12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투자자 저변을 대폭 확대했다. 바티스타는 “글로벌 자본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자본 비용(Cost of Capital)이 낮아졌고, 이는 미국의 타이슨 푸즈와 같은 경쟁사 및 브라질의 상장사 미네르바와의 경쟁 구도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북미 시장에서 소·돼지·닭 세 가지 단백질 부문을 합쳐 약 20~25%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 웨슬리 바티스타
그는 이어 “반독점 규제 때문에 미국과 브라질에서는 더 이상 같은 영역의 기업을 인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즉, 미국·브라질 내에서는 수평적 M&A가 사실상 막혀 있지만, 상대적으로 파편화된 유럽 시장에서는 규제 부담 없이 추가 확장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전략적 판단이다.
‘유럽 시장 분절화’가 의미하는 바
유럽 육류 산업은 국가별 식품안전 규제, 문화적 식습관, 유통망 차이 등으로 기업 규모가 고르지 못하다. 이는 대형 기업이 소규모·지역 기반 업체를 흡수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실제로 JBS는 2022년 이탈리아 King’s Group 등을 인수하며 유럽 진출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브라질·미국과 달리 유럽에는 초대형 상장 육류회사가 많지 않아, JBS가 자본력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몸값 높이는 ‘GLP-1’ 다이어트 의약품
바티스타는 패널 토론 후반부에 최근 비만 및 당뇨 치료제로 각광받는 Mounjaro(엘릴릴리社)와 Ozempic(노보노디스크社) 등 GLP-1 계열 주사제가 육류 수요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약 1,500만 명이 해당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으나, 이로 인한 단백질 섭취 증가 효과를 수치로 정리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다만 “체중 조절 시 단백질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입증된 만큼, 장기적으로 육류·가공식품 업체에 긍정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해설: GLP-1(Glucagon-Like Peptide-1) 작용제는 혈당 조절과 식욕 억제를 통해 체중 감량 효과를 제공한다.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는 소비자들은 근육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 육류 소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자 전문 분석
① 경쟁 환경 — 북미·남미 시장에서 이미 절대적 점유율을 기록한 JBS는 규제 벽에 가로막혀 ‘유럽 스프링보드’ 전략을 택했다. 이는 글로벌 기업이 규제 공백을 활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역 다변화하는 전형적 사례로 볼 수 있다.
② 자본 조달 — 뉴욕 상장을 통한 낮은 자본 비용은 인수전에서 결정적 우위를 제공한다. 유럽 중소형 육류 업체 입장에서는 자금난·경기 침체로 매각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JBS의 인수 제안은 ‘윈윈’ 카드가 될 가능성이 있다.
③ 헬스케어 트렌드 — GLP-1 의약품 확산이 식품·소매업계의 수요 패턴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에서, JBS뿐 아니라 경쟁사 타이슨·미네르바 역시 고단백 가공식품 라인업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④ 리스크 요인 —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환경규제는 장기적으로 비용 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기준이 엄격한 기관투자자의 투자 판단이 인수 전략에 변수를 제공할 전망이다.
⑤ 향후 전망 — 바티스타가 직접 언급한 “다수 국가”에는 독일·스페인·폴란드 등 육가공 업체 밀집 지역이 포함될 것으로 추정된다. 2026년까지 두 세 건 이상의 크로스보더 딜이 성사될 경우, 유럽 육류 산업 지형이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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