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Tesla Inc.)가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에게 지급하려는 1조 달러(약 1,360조 원) 규모의 신규 보상 패키지가 기관투자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로부터 반대 권고를 받으면서 주주총회를 앞두고 논란이 재점화됐다.
2025년 10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ISS는 머스크의 보상안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보상 패키지’라며 주주들이 반대 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 이는 테슬라 이사회가 오는 11월 6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인 임시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통과시키려는 계획에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두 해 연속 반대 권고
ISS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연속으로 머스크 보상안에 등 돌렸다. 프록시 자문사의 권고는 블랙록·뱅가드·스테이트스트리트 등 패시브 운용사를 포함한 대형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프록시 자문사’란?
프록시 자문사(Proxy Adviser)는 기관투자가를 대신해 주주총회 의안 분석과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제시하는 업체다. 대표적으로 ISS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가 있으며, 이들의 권고는 글로벌 자산운용 업계의 ‘컨센서스’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 델라웨어 법원의 560억 달러 무효 판결 이후 불붙은 논란
델라웨어 주 형평법원은 앞서 머스크가 2018년에 수령하기로 했던 560억 달러(약 76조 원) 규모의 스톡옵션 계약을 ‘과도하며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무효화한 바 있다. 이번 ISS의 반대 권고는 해당 판결 이후 머스크 보상 구조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 ‘부분 달성’만으로도 수십억 달러
신규 보상안은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주어지는 스톡옵션 형태다. 테슬라의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거나 생산·매출 목표를 일부만 달성해도 머스크는 수십억 달러 상당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ISS는 이러한 ‘부분 달성(partial achievement) 인센티브 구조’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 이사회의 설명과 ISS의 반론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의 비전과 실적을 고려하면 그를 붙잡아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ISS는 보고서에서 “이번 패키지는 앞으로 10년간 사상 유례없는 보상 한도를 사실상 고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이사회가 장래 보상 수준을 조정할 여지를 크게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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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반응과 주가 흐름
테슬라 주가는 보상안 발표 직후 상승했다. 시장은 머스크가 회사에 집중할 동기를 강화해 장기적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많은 인재가 일론과 함께 일하기 위해 테슬라에 합류한다.”
라며 이사회 멤버 캐슬린 윌슨-톰프슨(Kathleen Wilson-Thompson) 이사는 X(옛 트위터) 영상에서 강조했다.
● 머스크의 의결권 13.5%
2018년 보상안 승인 당시와 달리, 머스크는 이번에는 본인의 주식을 전량 행사해 투표할 수 있다. 지분율 약 13.5%가 머스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머스크가 단독으로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ISS의 구체적 문제 제기
ISS는 리포트에서 ⓐ ‘천문학적 규모’, ⓑ 목표 일부 달성만으로도 고액 보상이 가능한 구조, ⓒ 기존 주주 지분 희석 우려 등을 반대 이유로 열거했다. ISS가 산정한 옵션 가치는 1,040억 달러로, 테슬라가 자체적으로 밝힌 878억 달러를 크게 웃돈다.
● 테슬라의 즉각 반박
테슬라는 X를 통해 “ISS는 투자와 거버넌스의 근본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우리는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져 줄 것을 다시 한 번 호소한다”고 맞섰다. 회사 측은 ‘ISS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음에도 타인에게 투표를 지시한다’고도 비판했다.
● 보상 조건: 시가총액 8.5조 달러·로보택시 100만 대
머스크가 전량 스톡옵션을 확보하려면 테슬라는 시가총액 8조 5천억 달러 달성과 함께 차량 2,000만 대 인도, 로보택시 100만 대 상용화, 조정 EBITDA 4,000억 달러 달성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 전문가 시각
다수 애널리스트는 ‘과도한 보상’이라는 ISS 의견에 일부 동의하면서도, 머스크의 리더십이 테슬라의 자율주행·로보틱스·에너지 사업 확장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최종 표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특히 패시브 펀드가 의결권 행사 규칙을 변경하지 않는 이상, 머스크 지분 13.5%와 우호 주주들의 표를 합친다면 ‘가결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 향후 관전 포인트
1) 노바이노스의 배터리 공급 계약, 2) 멕시코 공장 증설 계획, 3) FSD(완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확대 등과 맞물려, 머스크의 장기 리더십이 테슬라 주가와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결론
ISS의 반대 권고는 ‘머스크 리스크’와 ‘테슬라의 지배구조’ 이슈를 다시 부각시켰다. 하지만 11월 6일 주주총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번 논쟁은 글로벌 기업 CEO 보상 구조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단순히 보상의 규모뿐 아니라, 성과지표와 지배구조 투명성을 함께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