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영국 재정 건전화 목표 ‘탈선’ 위험 경고…리브스 장관에 추가 재정 여력 확보 촉구

국제통화기금(IMF)이 영국 정부의 재정 건전화 계획과 관련해 ‘목표 이탈’ 가능성을 경고하며, 레이철 리브스 신임 재무장관에게 추가 재정 여력(fiscal headroom) 확보를 권고했다.

2025년 7월 2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IMF는 영국 경제에 대한 연례 평가 보고서(Article IV) 최종본을 통해 정부가 설정한 재정 규칙(fiscal rules)이 성장률 둔화나 금리 충격이 발생할 경우 쉽게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불확실성이 높은 세계 경제 환경에서 영국의 한정된 재정 여력은 손쉽게 소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MF 보고서 핵심 내용*2025년 7월 25일자 최종본
IMF는 리브스 장관이 취임 직후 수정한 적자 축소 계획이 ‘정책의 신뢰성과 효과’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위험 요인을 동시에 경고했다. 첫째, 예상보다 낮은 성장률이 나타날 경우 채무비율 목표가 무너질 수 있다. 둘째, 금리 급등이 정부의 이자비용을 예상 이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다. 셋째, ‘과도한 빈도의 세금·지출 변경’은 정책 일관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부 권고 사항과 배경 설명

“가장 최선의 선택은 규칙 내 여유 자금을 늘려 작은 전망 변화가 규칙 준수 여부를 흔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 IMF 연례 보고서 중

IMF가 말하는 ‘헤드룸(headroom)’은 재정 규칙이 허용하는 국채 발행 한도와 실제 발행액의 차이를 의미한다. 여유 폭이 클수록 예상치 못한 경제 충격 발생 시 추가 국채 발행이나 긴급 지출이 가능하다. 영국 정부는 현재 향후 5년간 부채비율이 하락세로 전환되고, 경제 순차별 적자(net borrowing)를 GDP의 3% 이하로 유지한다는 규칙을 운용 중이다.

레이철 리브스 장관의 입장

리브스 장관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IMF가 영국 경제 회복을 위한 내 선택을 지지했다”면서 “우리가 직면한 깊은 구조적 과제는 물론 글로벌 역풍까지 고려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4년 말 이미 기업에 부과되는 국민보험(사회보장) 분담금을 인상하고 각종 세입 확충책을 시행했으나, 예산 목표를 고수하려면 올해 하반기 추가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배경: 영국의 재정 규칙과 ‘잦은 정책 변경’ 우려

영국은 2010년대 이후 ‘재정 규율(fiscal discipline)’ 강화를 위해 국가채무 감소·적자 관리를 골자로 한 다수의 규칙을 도입해 왔다. 하지만 정권 교체, 순환적 경기 충격, 브렉시트, 팬데믹 대응 지출, 에너지 가격 쇼크 등으로 규칙이 빈번히 수정·완화되면서 국제 투자자와 신용평가사로부터 정책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IMF가 지적한 ‘과도한 빈도(frequency)의 세금·지출 변경’이란, 정부가 매년 예산안에서 소득세, 법인세, 소비세 등 핵심 세목을 잇달아 손보거나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지출을 급격히 조정하는 행태를 뜻한다. 이 같은 조치가 반복되면 시장은 중·장기 세수 전망을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국채 발행 계획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용어 해설: ‘금리 충격(interest rate shock)’

금리 충격이란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예상보다 빠르고 크게 인상하거나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장기 금리가 급등해 국채 이자비용이 치솟는 상황을 말한다. IMF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환경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영국이 2조 파운드(약 3,500조 원)에 이르는 국가채무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실제 수치와 전망

영국 재무부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4/25 회계연도 공공부문 순차입(PSNB)은 GDP 대비 4.1% 수준으로 예상되며, 2028/29 회계연도까지 3% 이하로 줄여야 한다. 그러나 IMF가 제시한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연평균 0.2%포인트 낮아질 경우, 2028/29년 적자 비중은 3.6%로 상승해 재정 규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영국 정부가 증세나 지출 감축 없이는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 내 경제학자들은 일반소득세 인상, 부가가치세(VAT) 확대, 혹은 고소득층 대상 특혜 폐지 등을 주요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국제 비교와 시사점

프랑스·독일·캐나다 등 선진국도 연례적으로 국가채무 한도재정 규칙을 재설계하면서 경기 변동에 대응할 여유를 확보하고 있다. 예컨대 캐나다는 ‘미래 세대 채무 부담 최소화’ 조항을 추가해 장기 균형재정 목표를 강조했고, 독일은 헌법에 ‘채무 브레이크(Schuldenbremse)’ 조항을 두되 위기 시 일시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IMF는 이러한 유연성이 “재정 규칙의 신뢰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도 ‘총수입 대비 총지출 증가율 규제’와 ‘GDP 대비 국가채무 한도’가 논의되는 가운데, IMF 권고는 재정 규율과 경기 대응력 간 균형이라는 글로벌 공통 과제를 시사한다.


전망: 영국 정부의 과제

추가 조세 부담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임을 감안하면, 리브스 장관은 효율적 지출 구조조정성장 잠재력 확대라는 ‘양손 전략’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 발표된 ‘그린 인더스트리 투자 계획’, ‘기술·AI 혁신 인센티브’ 등이 성장률을 끌어올려 세수를 자연 증가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IMF는 “성장 전략이 단기에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재정 목표 이탈 위험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가을 발표될 중기 재정계획(Medium-Term Fiscal Plan)을 주목하고 있다. 구체적 증세 항목·규모, 재량지출 삭감 리스트, 국채 발행 스케줄이 투명하게 제시될 경우, 영국 국채금리와 파운드화 환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IMF의 이번 경고는 영국 정부가 성장률 반등·재정 규율·정책 일관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리브스 장관이 얼마나 신속하고 단호하게 추가 재정 여력을 마련하느냐가 영국 경제의 중기 리스크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