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 번역]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IMF)이 영국 정부의 재정건전화 목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성장세나 금리 충격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리브스 재무장관에게 조세·지출 조정을 통해 추가 재정 여력을 확보하라고 권고했다.
2025년 7월 2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IMF는 영국 경제에 대한 연례 보고서(Article IV Consultation) 최종본을 통해 “재정 규칙(fiscal rules)이 불확실한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 쉽게 위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특히 성장률이 기대를 밑돌거나 금리 충격이 현실화될 경우 deficit reduction plan(재정적자 축소 계획)이 궤도를 이탈할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IMF는 레이철 리브스(Rachel Reeves) 재무장관이 취임 후 도입한 적자 감축 전략이 정책의 신뢰성과 효과성을 높였다고 평가하면서도,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재정 운용 여력(fiscal headroom)이 제한적이므로, 추가 충격이 발생하면 규칙 준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IMF의 정책 제안
“1차선책은 규칙 아래에서 더 많은 여유를 확보해 작은 전망 변화가 규칙 준수 판단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 IMF 최종 보고서 중
IMF는 대안으로 ① 세수 확대 또는 ② 공공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추가적인 ‘재정 쿠션’을 마련할 것을 제시했다. 이는 정책 일관성을 높이고 조세·지출 변동이 지나치게 잦아지는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설명된다.
리브스 장관은 보도자료에서 “IMF가 우리 경제 회복 경로를 지지했다”고 밝히면서 “세계적 역풍 속에서 우리가 물려받은 고질적 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4년 말 사회보장보험료(Employers’ National Insurance)를 이미 인상했으며, 향후 추가 증세 압박을 받고 있다.
■ 배경 용어 해설
IMF는 190개 회원국이 가입한 국제기구로, 각국의 경제·재정 정책을 감시하고 긴급 자금을 지원한다. Article IV Consultation은 회원국 경제를 매년 점검한 뒤 권고사항을 제시하는 절차다.
Fiscal headroom은 정부가 재정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재량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유 재원을 의미한다. 이는 예기치 못한 경기 둔화나 금융 충격이 발생해도 재정 규칙을 어기지 않고 정책을 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완충 장치’다.
Fiscal rules는 정부 부채·적자 비율 등 일정 지표를 법·규정으로 제한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장치다. IMF는 영국의 규칙이 최근 개정으로 더 현실화됐다고 평가했으나, “성장률이 낮아지면 손쉽게 한계를 넘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시장·정책 영향 분석
전문가들은 IMF 경고가 올가을 영국 조정예산(Autumn Statement)에서 세제 개편 논의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법인세 비과세 구간 축소 ▲자본이득세 인상 ▲고소득자 소득세 누진세 강화 등이 거론된다.
한편 영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보고서 공개 이후 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로 장중 5bp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재정 불안 확대는 차기 통화정책에 추가 부담을 준다”며 영란은행(BOE)의 금리 인하 시점을 재차 늦춰 보고 있다.
재정·통화 정책 간 ‘동학’(동시 작용) 문제도 부각된다. 경제학자 앤드루 굿윈(Oxford Economics)은 “재정 압박이 심화되면 통화정책 여지가 줄어들고, 이는 장기 성장전망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 앞으로의 변수
IMF는 보고서 말미에서 “생산성 제고, 녹색 전환, 노동시장 참여 확대” 등 구조 개혁이 이루어질 경우 잠재성장률이 상향되면서 재정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세입 기반 확대가 현실적 해법”이라고 못 박았다.
결국 리브스 장관이 연말까지 어떤 증세·지출 조정 패키지를 마련하느냐가 영국 재정의 향배와 IMF 권고 준수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