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가 총 200억 달러 규모의 48개월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첫 번째 공식 평가를 마치고, 약 20억 달러(한화 약 2조6,000억 원) 추가 분할지급을 승인했다.
2025년 8월 1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긴축적 재정 기조와 외환 정책 유연화를 동시에 추진해 인플레이션 둔화 및 경제 성장 지속이라는 초기 성과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IMF는 성명에서 “강력한 정책 이행이 보다 유연한 환율 제도로의 순조로운 이행을 뒷받침했으며, 이에 따라 물가 상승률은 하향 추세를 보이고 경제 활동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6월 중순까지 설정됐던 순국제준비금(net international reserves) 확보 목표는 일부 달성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향후 준비금 확충 속도 제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경: IMF 프로그램과 ‘유연한 환율 제도’
‘유연한 환율 제도(flexible exchange-rate regime)’란 외환시장에서 통화 가치를 일정 범위 내에서 시장 수급에 따라 변동하도록 허용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아르헨티나는 수년간 외환 통제(capital control)를 유지해 달러화 접근을 제한했으나, 2025년 4월 IMF와 합의한 새로운 장기 지원 프로그램 체결 이후 구간제 변동폭(band)을 설정해 페소화 환율을 점진적으로 시장에 노출시키고 있다.
IMF 실무진은 지난주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재정 앵커(fiscal anchor) 유지, 외환보유액 확충, 시장 기반 확대에 대한 정부와의 공감대를 재확인했다”고 전하며, 추가로 “더 개방적이고 회복력 있는 시장 중심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들이 뒤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성과 및 리스크
IMF는 물가 억제·성장 지속·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세 토끼’를 잡기 위한 아르헨티나의 정책 조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대외 리스크도 여전하다. 순국제준비금 목표 미달은 ① 글로벌 금리 상승, ② 상품 수출 단가 변동, ③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 외부 요인에 취약한 구조를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준비금 부진이 지속될 경우, 향후 분할지급(back-end disbursement) 시 IMF 조건이 강화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 해석
경제분석기관 ‘마켓 인사이트’ 관계자는 “20억 달러 지급 자체가 대규모 재정여력에 즉각적인 숨통을 틔워주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책 신뢰의 상징적 회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유연환율제 전환이 순차적으로 이행될수록, 페소화에 대한 투기적 압력은 완화되고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입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용어 설명
- 순국제준비금(Net International Reserves):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화·금 등에서 단기 외채와 기타 유동성 부채를 뺀 순자산. 통화·외환 방어능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 재정 앵커(Fiscal Anchor): 재정 적자를 일정 비율 이하로 유지하도록 제도화한 장치. 시장 신뢰 확보에 필수다.
- 분할지급(Disbursement): IMF 프로그램에서 목표 이행도에 따라 자금을 단계적으로 나눠 집행하는 방식.
향후 일정과 전망
IMF 이사회는 오는 2차 평가에서 재정지표·준비금·환율밴드 관리 적정성을 다시 검증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추가로 확충하고, 변동환율 밴드를 점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유지하면서, 상반기 미달했던 준비금 목표치를 하반기 내 만회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조정, 통화공급 축소 등 거시 정책 믹스가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누그러뜨릴 경우, 2026년 중반에는 투자등급 하향 압력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정치·사회적 비용(고물가에 따른 실질 임금 하락·공공요금 인상)이 동반될 수 있어 정책 지속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결론
IMF 1차 평가 통과와 20억 달러 자금 집행은 단기 유동성 개선 효과와 함께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정책 일관성을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그러나 미달된 순국제준비금 목표, 여전히 높은 물가, 그리고 정치 리스크는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아르헨티나가 앞으로도 정책 신뢰성을 유지하며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