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보고서: 준비통화 비중에서 달러 하락·유로 상승

국제통화기금(IMF)이 30일(현지시간) 공개한 공식 외환보유액 통화 구성(COFER)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세계 각국이 보유한 달러화 준비통화 비중이 57.7%로 내려가며 소폭 약세를 기록했다. 반면 유로화 비중은 20.1%로 상승해 2022년 말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5년 7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IMF는 스위스 프랑과 호주 달러 관련 오류를 수정해 1분기 데이터를 재공표했다. 이에 따라 달러·유로·기타 통화 비중이 모두 소폭 조정됐으며, 특히 유로화 상승 폭이 더욱 두드러졌다는 설명이다.

2024년 말 달러화 비중은 57.8%였으나, 불과 한 분기 만에 0.1%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로화 비중은 19.8%에서 20.1%로 상승해 0.3%포인트 확대됐다. 이번 수치는 각국 중앙은행이 IMF에 자발적으로 보고한 데이터를 토대로 산출된다.

IMF는 “일부 중앙은행이 데이터 제출 방식을 변경하면서 스위스 프랑·호주 달러 항목에 오류가 발생해 이를 반영해 재발표했다”고 밝혔다.

외환시장은 올해 들어 극심한 변동성을 경험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안보·경제 전반에서 급격한 정책 변화를 시도하면서 1분기 달러 가치는 4% 가까이 빠졌다. 2분기 들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초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맞아 대규모 관세를 전격 부과하며 달러 약세가 심화돼 7% 이상 추가 하락했다. 이후 일부 관세가 보류되면서 낙폭이 다소 완화됐다.

통상 환율 움직임이 곧장 준비통화 비중 변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최근 흐름은 ‘달러 패권 약화’ 또는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sation)’ 가능성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 지위 자체가 단기간에 흔들리긴 어렵고,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더라도 상당히 점진적일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다.

실제 보유액(클레임·claims) 기준으로 보면 달러화 클레임은 전 분기 대비 1.4% 늘어난 6조7,200억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로화 클레임은 2.6% 증가해 2조3,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규모 면에서는 여전히 달러화가 압도적이지만, 증가율에서는 유로화가 앞섰다.

COFER란 무엇인가?
COFER(Composition of Official Foreign Exchange Reserves)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을 통화별로 분류해 IMF에 보고하는 통계다. 달러·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통화는 물론, 호주 달러·스위스 프랑 등 기타 통화 항목까지 포함한다. 이 데이터는 글로벌 자금 흐름과 정책 변화를 가늠하는 중요한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준비통화(reserve currency)는 국제 무역결제, 금융거래, 외환시장에서 기준통화 역할을 하는 화폐를 뜻한다. 역사적으로 영국 파운드에서 달러로 주도권이 이동했으며, 최근에는 유로·위안화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달러는 여전히 국제 결제·자본시장·원자재 거래에서 핵심 기준으로 활용된다.


전문가 진단*
시장 분석가들은 “달러 비중 57%대를 두고 ‘패권 붕괴’라 보기엔 이르다”면서도 “유로·위안·기타 통화 다변화 흐름이 지속된다면 50%대 초반까지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달러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외환보유액 운용전략 다변화가 더 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 경제 규모, 금융시장 깊이, 법제적 투명성 등을 이유로 “달러 대체가 실제 발생하려면 수십 년이 필요할 것”이라는 신중론이 유지된다. 특히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질 때마다 달러 수요가 오히려 늘어난다는 점도 달러 체제의 완충 요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시장은 4분기 미국 연준(Fed)의 금리 방향과 11월 대선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정책 불확실성이 줄면 달러 비중이 다시 확대될 여지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