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건의 처리되지 않은 부실대출이 그리스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의 진단이 나왔다. 지난 10년간 지속된 부채 위기에서 발생한 비처리(non‑performing) 채권이 가계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가로막아 성장 회복세를 둔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6년 3월 31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IMF의 금융시장 전문 자문관인 찰스 코헨(Charles Cohen)은 IMF가 추정한 수치를 인용해 거의 300만 건의 부실대출이 약 240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코헨은 그리스 금융부문에 대한 평가인 그리스 FSAP(Financial Sector Assessment Program)의 미션 책임자다.
“이는 그리스 경제에 있어 거대한 숫자다. 시스템이 어느 정도 압도당했다. 그래서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코헨은 “이 수는 그리스 경제에 엄청난 부담”이라며, 기존 채무를 정상적으로 상환·처리하지 못하면 일반 가계와 기업들이 추가로 자금을 빌리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계의 재무구조(가계대차대조표)의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평균적인 그리스 국민이 모기지 및 소규모 사업자 대출 시장에 다시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은행권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의 위기 동안 정부채권 손실과 대규모 채무불이행으로 치명적 손실을 입었으며, 경제가 급락하면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할 위기까지 경험했다. 이후 경제는 회복세를 보였고, 은행들은 민영화 과정을 거쳐 수익성을 회복했으며,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 대출을 계획보다 앞서 상환하고 있다.
그러나 회복의 속도는 둔화되어 있다. 긴축정책 기간 동안 임금과 연금이 삭감된 일반 가계는 여전히 신용시장에서 배제되어 있으며, 이는 소비와 소기업 투자를 제약해 완전한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
위기 당시 은행대출 포트폴리오에서 부실채권 비중(NPL)은 거의 50%에 달했다. 이에 대응해 그리스는 2019년에 부실채권(나쁜 대출) 2차 시장과 자산보호제도(APS, asset protection scheme)를 도입했다. 이 제도를 통해 약 600억 유로 규모의 부실채권이 증권화되어 서비서(servicers)로 이전되었으나, 기대만큼 신속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문제는 법원 절차의 지연이다. 은행, 서비서, 주택담보대출 차주 간의 소송은 수년에 걸쳐 이어질 수 있으며, 코헨은 판사들이 이 분야에 전문화되어 있지 않아 사건 처리 속도가 느리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법 기록이 다소 과부하 상태다. 이 문제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판사들이 반드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시스템을 통과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고 말했다.
이로 인해 다수의 소규모 기업들이 금융 시스템 밖에 머물러 있는 상태가 지속되었고, 은행들은 신용을 일부 대형 기업에 집중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해당 기업들을 국제적 충격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코헨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은행의 재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보기에는 은행들이 이들 섹터에 다시 대출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주요 용어 설명
부실채권(NPL, Non‑Performing Loan)은 원금이나 이자 상환이 일정 기간(일반적으로 90일 이상) 연체된 대출을 의미한다. 이러한 채권은 대출자의 상환능력 상실을 나타내며, 은행의 재무건전성에 직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서비서(servicer)는 부실채권의 회수·관리·매각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이나 회사다. 자산보호제도(APS)는 은행이 부실자산을 전가하거나 증권화한 뒤 일정 손실을 공적 또는 민간 방식으로 보호하여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는 제도다. FSAP(Financial Sector Assessment Program)은 IMF와 세계은행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금융부문 평가 프로그램으로, 해당국의 금융시스템 건전성과 규제·감독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전문적 분석 및 향후 파급 영향
첫째, 신용 공급 제약이다. 대규모 NPL은 은행의 대출 가능 여력을 떨어뜨리며, 이는 가계의 소비와 소기업의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회복이 지연될수록 내수 회복세는 더딜 가능성이 있다. 둘째, 금융 안정성 리스크가 재부각될 수 있다. 은행이 부실을 장기간 보유하면 추가 충당금 적립 필요성이 커져 수익성에 압박을 줄 수 있고, 이는 자본비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자본시장 및 채권 금리 측면에서는 투자자 신뢰가 약화될 경우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하여 그리스 은행·국가의 조달비용이 오를 수 있다.
정책적 해법은 다각적이어야 한다. 코헨이 언급한 것처럼 사법체계의 전문화 및 신속한 분쟁해결(특화법원·조정제도 확대), 서비서의 역량 강화, 그리고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는 보증·지원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부실채권의 구조적 정리가 가속화될 수 있다. 또한, 이미 시행된 증권화 및 자산보호 조치가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들 간의 계약 집행력과 자본시장 수요가 확보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단기적으로는 성장률 둔화로 귀결되고, 중장기적으로는 노동소득과 소비 기반의 약화가 지속되어 사회적 불평등 악화로까지 연결될 위험이 존재한다. 반대로 부실자산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리가 이뤄진다면 은행의 대출 여력이 회복되어 가계·기업 신용이 재활성화되고 성장 동력이 강화될 수 있다.
결론
IMF의 진단은 그리스 경제가 표면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상당한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의 300만 건의 부실채권이 남아 있는 한, 정책 당국과 감독당국, 금융권은 법원 시스템 개선과 시장 기반의 채권 정리 메커니즘을 병행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경기 회복이 아닌, 지속가능한 포괄적 회복을 달성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