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2026년 세계 원유 잉여 전망 상향…국제유가 급락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2025년 10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전장 대비 -1.10달러(-1.73%) 하락한 62.64달러에, 10월물 RBOB 휘발유 선물은 -0.0372달러(-1.85%) 내린 1.9757달러에 각각 거래됐다고 11일(현지시간) 장중 집계됐다.

국제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동반 하락한 배경으로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6년 세계 원유 초과 공급 전망치 상향 조정과 미국 고용 지표 약세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3년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경기 둔화→에너지 수요 감소 가능성이 확대돼 매도 압력이 커졌다.

2025년 9월 11일, 나스닥닷컴(Nasdaq.com)바차트닷컴(Barchart.com)이 공동 전한 바에 따르면, 같은 날 미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으나 S&P 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위험 선호 심리를 부각시켰다. 이는 유가 하락 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공급 과잉 우려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목

IEA, 2026년 글로벌 원유 잉여 333만 배럴/일로 상향

IEA는 8월 전망치보다 36만 배럴 높은 하루 333만 배럴(bpd)의 잉여 공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관은 ‘OPEC+이 단계적으로 감산을 철회해 생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 변수

시장 참가자들은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10일 폴란드군이 자국 영공으로 침투한 러시아 드론을 격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산될 위험이 고조됐다. 또한, 9일 이스라엘이 카타르 도하에서 하마스 고위층을 겨냥한 정밀 타격을 가해 중동 정세가 급속히 악화됐다. 중동은 세계 산유량의 3분의 1가량을 담당하는 핵심 지역이다.

한편, OPEC+은 7일 회의에서 10월부터 하루 13만7천 배럴 증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8~9월 합산 54만7천 배럴 증산분보다 크게 축소된 수준이다. OPEC+는 여전히 166만 배럴의 미가동 물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 상황을 반영해 향후 복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發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률이 8월 첫 27일간 509만 bpd로 떨어져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원유 생산 차질은 단기적으로 공급 타이트닝 요인으로 해석된다.

주목

미국·EU 대러 제재·관세 논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EU 고위 관계자에게 “EU가 먼저 동참한다면, 인도·중국 등 러시아 원유 수입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해 전쟁 종식을 압박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전했다. 이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 제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여 가격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수급을 둘러싼 추가 하방 요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10월 아시아향 전 등급 공식판매가격(OSP)을 배럴당 1달러 인하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50센트 인하)를 웃도는 ‘깜짝’ 할인으로, 수요 부진 신호로 해석돼 유가를 압박했다.

해상 저장 물량도 늘고 있다. 선박 추적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9월 5일 기준 선박에 적재된 채 7일 이상 정박 중인 원유 재고는 7,769만 배럴로 전주 대비 6.8% 증가했다.

OPEC+는 2026년 9월까지 2년간 진행해 온 2,200만 bpd 규모 단계적 감산 철회를 지속하고 있다. 8월 OPEC 산유량은 전월 대비 40만 bpd 증가한 2,855만 bpd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에너지 지표

미 에너지정보청(EIA)을 인용한 바차트닷컴 자료에 따르면, 9월 5일 주간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3.2% 낮았고, 휘발유 재고는 0.6% 밑돌았다. 중간유·경유 재고는 평균치보다 10.4% 부족했다.

같은 기간 미국 일일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0.5% 증가한 1,349만5천 bpd로 집계돼 2024년 12월 첫째 주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천 bpd)에 근접했다.

석유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스는 9월 5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가 한 주 전보다 2기 늘어난 414기라고 밝혔다. 이는 8월 1일 기록한 4년 내 최저치(410기)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며,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동안 큰 폭 감소한 수치다.


용어·배경 설명

1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는 미국 텍사스 서부지역에서 생산되며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대표적인 유종이다.
2 RBOB는 Reformulated Gasolin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첨가제 혼합 이전의 휘발유 선물을 뜻한다.
3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주요 에너지 수급 통계를 발표하는 OECD 산하 국제기구다.
4 OPEC+(플러스)는 사우디·러시아를 포함한 산유국 협의체로, 글로벌 원유 공급 조절을 위해 감산·증산 합의를 이끌어낸다.

전문가 시각·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공급 과잉 재확대 가능성이 커진 만큼 유가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IEA 잉여 공급 전망치 상향과 사우디 OSP 인하는 중·단기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러시아·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미국 재고 감소세가 동시에 존재해 급격한 폭락보다는 박스권 등락을 점치는 시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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