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9월 인도분 가격이 배럴당 0.55달러(−0.87%) 떨어진 62.62달러로 마감했다. 파리 소재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공급 과잉을 예상하면서 매도세가 유입됐다.
2025년 8월 13일, RTT뉴스·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IEA는 월간 오일마켓리포트에서 올해 말 시장이 예상보다 더 느슨해질 수 있다
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 가격이 장중 내내 약세 흐름을 지속했다.
재고 지표도 유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석유협회(API) 주간 통계에 따르면 8월 8일 주(週) 미 원유재고가 150만 배럴 증가했다. 뒤이어 미 에너지정보청(EIA) 공식 통계는 303만7,000배럴 증가를 기록,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이로써 상업 재고량은 4억2,670만 배럴로 늘었다.
세부 항목을 보면 휘발유 재고는 79만2,000배럴 감소했으나, 디젤‧등유 등 증류유 재고는 71만4,000배럴 증가해 정제 마진 개선 폭을 제한했다. 한편 미국 순수입량은 하루 69만9,000배럴 늘어 공급 압력을 가중했다.
정치·지정학 변수도 교차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국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인도·중국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인도는 50%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서아시아産 원유 비중 확대를 검토 중이다.
오는 금요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열릴 미·러 정상회담 역시 시장의 관심사다. 회담 결과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 제재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는 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IEA 보고서 “OPEC+와 비(非)OPEC+ 생산국이 동시에 증산에 나서면서 올해 말 공급 과잉이 확대될 수 있다.”
IEA는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폭을 하루 평균 68만 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2026년) 전망치도 70만 배럴 늘어난 1억 4백40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하루 250만 배럴 확대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8월 초 OPEC+ 8개국이 9월부터 54만7,000배럴 증산에 합의한 것을 반영한 수치다.
연준(Fed) 통화정책도 유가의 단기 방향성을 좌우할 변수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되고 고용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투자자는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달러 가치가 하락해 달러 표시 자산인 원유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오르기 쉽다. 그러나 최근 재고 증가는 이 완충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해설: OPEC+ 변수와 미국 재고, 어떤 신호를 보내나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이 맺은 생산량 협의체다. 팬데믹 이후 수차례 감산 합의를 통해 유가를 방어했으나, 최근 물가·재정 압박으로 증산 기조로 선회했다. 이와 맞물려 미국 셰일업체도 60달러대 가격이면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어 리그(시추장비) 가동을 늘리는 추세다.
결국 글로벌 재고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 2023~2024년과 같은 ‘수요 견인 랠리’가 재현되기 어렵다. 여기에 중국·인도의 석유 수요 둔화와 친환경 정책 가속화까지 겹치면 WTI 60달러선마저 시험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반대로 지정학 리스크가 재차 부각되거나 허리케인 등 공급 충격이 발생하면 변동성은 확대된다. 실제로 최근 걸프만 정제시설은 태풍 시즌을 맞아 예방적 셧다운(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용어 설명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는 미국 텍사스 중부·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경질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 국제 벤치마크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1974년 석유파동 이후 선진국 중심으로 설립된 정부 간 기구로, 회원국의 에너지 안보와 시장 분석을 담당한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멕시코 등 10개국이 연대한 협의체를 의미하며, 글로벌 생산량의 40% 이상을 통제한다.
API(미국석유협회)는 민간 에너지 로비단체로 매주 화요일 미국 원유·제품 재고 추정을 발표하며, EIA(에너지정보청)은 미 연방정부 산하 기관으로 공식 통계를 매주 수요일 내놓는다.
결론 및 전망
현 시점에서 유가 반등을 기대하려면 ① OPEC+의 증산 속도 조절과 ② 미국 재고 감소가 확인돼야 한다. 또한 연준의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더라도 수요 회복이 동반되지 않으면 ‘약(弱)달러–약(弱)유가’ 동반 하락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 투자자는 재고 지표와 OPEC+ 회의 결과, 그리고 미·러 정상회담의 제재 완화 신호를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