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이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재고 급감 소식에 힘입어 전일 하락분을 만회하며 소폭 상승했다. 반면 로부스타 커피는 베트남의 강우량 증가와 공급 확대 전망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2025년 10월 31일, 바차트(Barchart) 보도에 따르면 12월물 아라비카 커피(KCZ25)는 전일 대비 +0.05센트(+0.01%) 오른 1파운드당 달러, 2026년 1월물 ICE 로부스타 커피(RMF26)는 -101달러(-2.18%) 하락한 톤당 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같은 날 달러인덱스(DXY)는 2.7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커피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ICE 모니터링 재고가 빠르게 줄어드는 점이 아라비카 가격을 지지했다. 31일 기준 ICE 인증 아라비카 재고는 431,728포대로, 지난 19.5개월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로부스타 재고도 3.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6,077로트로 감소했다. 이는 미국이 브라질산 원두에 부과한 50% 관세 탓에 미 수입업체들이 신규 계약을 취소한 결과로, 미국 원두 공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브라질산 수급이 빠듯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라질의 기상 상황 역시 가격 변동성의 핵심 변수다. 민간 기상업체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는 10월 24일까지 일주일간 미나스제라이스(Minas Gerais) 주 강우량이 평균의 1%인 0.3mm에 그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주부터 비가 예보되면서 가뭄 우려가 일정 부분 완화돼, 29일(화) 시장에서는 2주 만의 저가로 밀리기도 했다.
“가뭄 속 개화기(9~10월)에 충분한 수분이 공급되지 않으면 2026/27년 브라질 커피 생산량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는 경고가 뒤따르지만, 단기적으로는 예보된 강우가 음(-)의 가격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다른 변수는 미국–브라질 무역협상이다. 룰라 다 시우바(Luiz Ina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놀라울 정도로 좋은’ 회담을 가졌다”며 며칠 내 “결정적 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시장은 미국이 50% 관세를 철회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철회 시 미국 내 공급 압박이 해소돼 아라비카 가격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베트남 공급 확대가 누른 로부스타 가격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국 베트남의 풍부한 강우와 증산 전망은 로부스타 하락세의 직접적 배경이다. 베트남 통계청(GSO)은 10월 13일 2025년 1~9월 커피 수출이 전년 대비 10.9% 증가한 123만t라고 발표했다. 2025/26 생산량은 4년 만의 최고치인 176만t(2,940만 포대)로, 전년 대비 6% 증가가 예상된다. 베트남커피·코코아협회(Vicofa)는 “날씨가 계속 우호적이면 2025/26 시즌 생산이 전년보다 10% 늘 것”이라며 추가 상승 여지를 시사했다.
라니냐·기후 변수와 전망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9월 16일 남반구 라니냐(La Niña) 형성 확률을 10~12월 71%로 상향 조정했다. 라니냐는 브라질·콜롬비아 등에 건조한 날씨를,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에 폭우를 가져오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라니냐가 현실화하면 브라질 생산 차질과 베트남 생산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 품종별 스프레드(아라비카–로부스타 가격 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한편, 국제커피기구(ICO)는 10월 6일 현재 연도(10월~다음 해 8월) 세계 커피 수출이 1억 2,792만 포대로 전년 대비 0.2% 증가했다고 발표, 공급이 ‘충분하다(adequate)’고 평가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가격을 억누르는 요소다.
생산·재고 전망치 업데이트
브라질 국영농업공사 코나브(Conab)는 9월 4일 2025년 아라비카 생산 전망을 3,700만 포대에서 4.9% 하향한 3,520만 포대로 수정했다. 총 커피 생산 전망치도 5,570만 포대에서 5,520만 포대로 낮췄다. 반면 미국 농무부 산하 해외농업국(USDA FAS)은 6월 25일 2025/26 세계 생산을 전년 대비 2.5% 늘어난 1억 7,868만 포대로 추정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아라비카는 1.7% 감소, 로부스타는 7.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5/26 기말 재고는 2,281만 포대로 4.9% 늘어날 전망이다.
용어·지표 해설
• 라니냐(La Niña): 동태평양 적도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강수·기온 패턴을 바꿔 농산물 생산에 큰 영향을 준다.
• ICE 재고: 선물거래소가 인증한 원두 물량으로, 실물 인도 가능 물량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 포대(Bag): 국제 커피 시장에서 통용되는 단위로 60kg에 해당한다.
• 로트(Lot): ICE 로부스타 선물에서 1로트는 10t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브라질 강우·미국 관세 협상·라니냐 전개 상황을 주시하며 단기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고가 역사적 저점으로 좁혀진 가운데 정책·기후 변수가 동시에 작용해 예측 난도가 높아졌다”며 헤지·분산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