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CE(Intercontinental Exchange)에서 거래되는 커피 선물 가격이 재고 감소와 관세 변수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지 시각 29일, 12월물 아라비카 커피(KCZ25)는 전일 대비 2.80센트(+0.72%) 오른 파운드당 389.55센트에, 1월물 로부스타 커피(RMF26)는 145달러(+3.25%) 상승한 톤당 4,609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감했다.
2025년 10월 2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강세의 1차 배경은 ICE 모니터링 창고의 커피 재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ICE 등록 아라비카 재고는 44만6,475포대로 1년 반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로부스타 재고 역시 6,111계약으로 3개월여 만에 바닥을 찍었다.
관세 전쟁의 여파: 미국‧브라질 커피 교역에 50% 관세
미국 정부는 2025년 들어 브라질산 커피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세계 최대 아라비카 생산국인 브라질에 대한 고율 관세는 미국 수입업자의 신규 계약 파기를 불러왔고, 그 결과 미국 내 원두 공급망이 급속히 타이트해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미국이 로스팅 전 원두의 약 3분의 1을 브라질에 의존하는 만큼 재고 감소 압력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세 완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대통령은 10월 중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ASEAN 정상회의 계기 회동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놀랄 만큼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며칠 내 미‧브 간 무역 사안의 ‘결정적 해결책’을 기대한다”
고 밝혔다. 그러나 협상이 최종 타결되기 전까지는 미국 바이어들이 계약을 꺼릴 가능성이 높아, 단기적으로는 재고 감소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브라질 기상 변수: 가뭄·라니냐·개화기 리스크
커피 벨트의 기상 역시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브라질 기상 서비스 소마르(Somar Meteorologia)에 따르면 아라비카 주산지 미나스제라이스 주는 10월 24일까지 주간 강수량이 0.3mm에 불과했다. 이는 평년 대비 1%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개화기에 비가 부족하면 2026/27 작황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9월 16일 남반구 라니냐(La Niña) 발생 확률을 71%로 상향했다. 라니냐는 태평양 적도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면서 브라질 남동부에 극심한 건조를 유발할 수 있는 기후 현상이다. 커피나무는 개화 직후 착과·결실 단계에서 수분 스트레스를 크게 받기 때문에, 가뭄이 이어질 경우 2년 후 수확량 감소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로부스타, 베트남 공급 증가로 하방 압력
로부스타 시장은 다른 국면이다. 베트남 통계청(GSO)은 10월 13일 2025년 1~9월 커피 수출량이 전년 대비 10.9% 증가해 123만 톤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2025/26 생산량은 4년 만의 최고치인 176만 톤(2,940만 포대)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커피카카오협회(VICOFA)는 “기상이 양호하면 전년 대비 10% 이상 증산 가능”이라고 언급했다.
세계 로부스타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품종 간 가격 차(아라비카―로부스타 스프레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아라비카 원두가 주로 고급 커피나 스페셜티 시장에 쓰이는 반면, 로부스타는 인스턴트 커피·에스프레소 블렌드 비중이 높다. 원재료 믹스 비율을 조절하려는 로스터리 업체들의 수요가 가격 민감도를 높이고 있다.
국제 기구·기관 전망치
국제커피기구(ICO)는 10월 6일 발표에서 2024/25 마케팅연도(10월~익년 8월) 수출이 전년 대비 0.2% 증가한 1억2,792만 포대라고 집계했다. 이는 “공급은 충분하다”는 시그널로 해석되며, 가격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브라질 농업공급부 산하 곡물공사 콘합(Conab)은 9월 4일 2025년 아라비카 생산 추정치를 4.9% 하향(3,520만 포대)했다. 총 커피 생산 전망치도 0.9% 줄어든 5,520만 포대로 수정했다.
한편 미 농무부(USDA) 산하 해외농업국(FAS)은 6월 25일 2025/26 세계 커피 생산을 사상 최고인 1억7,868만 포대(+2.5% YoY)로 내다봤다. 아라비카는 1.7% 줄고 로부스타는 7.9% 늘어 품종 간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FAS는 “2025/26 기말 재고가 2,281만 포대로 4.9%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용어 풀이 및 시장 구조 이해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 아라비카는 향미가 섬세하고 카페인이 낮은 대신 재배 난이도가 높으며, 중남미·아프리카 고지대에서 주로 생산된다. 로부스타는 병충해와 더위에 강해 동남아·아프리카 저지대에서 대량 재배된다. 그 결과 아라비카는 스페셜티 및 고급 원두 시장을, 로부스타는 대량 소비 시장을 각각 담당한다.
ICE 모니터링 재고: 선물거래소 승인 창고에 실제로 보관된 인도 가능 물량을 뜻한다. 트레이더들은 “창고 재고가 곧 현물 유동성”이라고 평가하며, 재고 감소는 가격 지지로 직결된다.
기자 해설: 향후 가격 시나리오
첫째, 관세 해제 여부가 단기적인 방향성을 결정할 전망이다. 관세가 유지되면 미국 수요 차질과 재고 감소가 겹쳐 아라비카 400센트 돌파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관세가 철회될 경우 브라질 물량이 빠르게 재진입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
둘째, 브라질 우기(11~1월) 강수 패턴이 중요하다. 개화 이후 열매 발육 단계에 충분한 수분이 확보되면 2026/27 수확 우려가 완화돼 ‘기후 프리미엄’이 축소될 수 있다. 반대로 라니냐로 인한 건조가 지속되면 중장기 강세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
셋째, 로부스타 공급 증가가 블렌드 전략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글로벌 대형 로스터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로부스타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아라비카 스프레드 부담을 완화하면서 시장의 가격 균형을 재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 본 기사는 원문(영어) ‘Coffee Prices Supported by Shrinking ICE Inventories’를 토대로 작성됐으며, 모든 수치·인용·전망은 원문에 기반한다. 투자 판단은 독자 책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