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항공운송업계 대표기구인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수석은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되더라도 중동 정제능력에 대한 혼란으로 인해 제트 연료(제트유) 공급 회복에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6년 4월 8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IATA 사무총장인 윌리 월시(Willie Walsh)는 원유 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제시설의 영향으로 제트유 비용은 다소 높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날 국제유가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이란과의 2주간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힌 직후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 조건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이고 안전한 재개방이 포함돼 있으며, 이 해협은 평상시 전세계 석유 무역의 약 5분의 1을 운반하는 주요 통로다.
“만약 해협이 재개되고 계속 열린다면, 중동의 정제능력에 대한 혼란 때문에 공급 수요를 충족할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는 여전히 수개월(period of months)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월시는 이어서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중국과 한국 등이 정제품 수출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를 표명했다. 그는 “원유가 다시 흐르기 시작하면 중국과 한국도 정제제품 수출을 재개할 것으로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만 정제능력이 즉시 가동되더라도 관성과 운송·가공 조정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항공업계는 이미 중동 분쟁으로 인한 제트유 공급 압박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항공편 감축, 출발지에서 추가 연료 탑재, 중간 급유 정차 추가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제트유 가격이 두 배로 급등한 상황에서 업계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저소득·수입 의존도가 높은 시장인 베트남, 미얀마, 파키스탄에서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국과 태국이 제트유 수출을 중단했고, 한국은 지난해 수준으로 수출을 제한한 조치와 관련이 있다.
월시는 정제 마진을 가리키는 이른바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가 현재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어, 정유사들이 제트유 생산 확대에 대한 경제적 유인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크랙 스프레드가 높은 만큼 정유사들은 제트유 생산을 늘릴 유인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생산 전환과 공급망 정상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1는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판매 가능한 석유 제품(예: 가솔린, 디젤, 제트유 등)으로 전환할 때 얻는 마진을 가리킨다. 간단히 말해 원유 가격과 정제품 가격 간의 차이이며, 이 값이 높을수록 정유사는 더 많은 이익을 얻기 때문에 특정 제품의 생산을 늘릴 경제적 유인이 커진다. 크랙 스프레드는 정제 설비의 가동률, 원유의 수급 상황, 제품별 수요 변화에 따라 단기간에 크게 변동할 수 있다.
시장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1) 단기적 유가·제트유 가격 동향: 호르무즈 해협 재개 소식으로 원유 현물 가격은 단기 하락 압력을 받았으나, 정제능력 차질과 운송·재고 보충의 지연으로 인해 제트유 가격은 당분간 고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월시가 언급한 것처럼 정제 공정의 복구에 수개월이 걸리는 점은 항공 연료·항공권 가격에 하방 압력이 빠르게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2) 항공사 운영·노선 전략: 연료비는 항공사 비용 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제트유 가격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항공사는 원가 절감을 위해 추가 감편, 중간 급유 노선 도입, 짐·좌석 정책 변경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익성이 낮은 단거리·지역 노선에서 공급 축소가 먼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지역 간 연결성 약화와 물가 상승을 동반할 수 있다.
3) 수입 의존국의 부담 가중: 베트남·미얀마·파키스탄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연료 수급 불균형과 가격 상승으로 물류비·운송비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소비자 물가와 수출입 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4) 정유업계의 대응과 장기 전망: 크랙 스프레드가 높은 상황은 정유사에게 제트유 생산을 늘릴 유인을 제공한다. 그러나 정제시설의 물리적 제약, 정비·인력 문제, 원유 공급의 안정성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정제 설비가 완전 복구되기 전까지는 정제품 시장의 불균형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정책적·시장적 시사점
정부와 업계는 단기적으로는 비상 조달·재고 관리 강화, 항공사와의 협조를 통한 운항 계획 조정, 연료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영향 최소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 지역별 정제능력 보강, 전략비축 연료의 활용·관리 등으로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 또한 국제 정세 변화가 연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결론
로이터 보도에 따른 윌리 월시의 발언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라는 긍정적 뉴스가 있더라도 정제시설의 복구 지연으로 인해 제트유 공급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임을 시사한다. 원유 가격의 단기적 하락이 제트유 가격과 항공업계 비용 구조에 즉시 완화 효과를 주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항공 및 정유업계, 그리고 관련 정책 당국은 공급 회복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시장 불안과 비용 전가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