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시중은행 HSBC가 2분기 실적에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지만, 대규모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단행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2025년 7월 30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HSBC는 4~6월(2분기) 세전이익이 6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은행 자체 집계 컨센서스 69억9,000만 달러를 하회한 수치다. 동시에 HSBC는 3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share buyback)을 새롭게 발표했다.
매출은 165억 달러로 시장 전망치(166억7,000만 달러)를 소폭 밑돌았다. 운영비용은 1년 전보다 10% 늘어났는데, 구조조정 비용과 정보기술(IT) 투자가 주된 원인이라고 은행은 설명했다.
주요 실적 지표*전년 동기 대비
- 세전이익: 63억 달러(▼29%) — 컨센서스 69억9,000만 달러
- 매출: 165억 달러 — 컨센서스 166억7,000만 달러
- 운영비용: ▲10%
HSBC의 그룹 최고경영자(CEO) 조르주 엘헤더리(Georges Elhedery)는 실적 발표문에서 “광범위한 관세 확대와 재정 취약성(Fiscal Vulnerabilities) 등 구조적 도전이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는 인플레이션·금리 전망을 복잡하게 만들어 더 큰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세가 실제로 적용되기 전부터 무역 차질이 경제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직 개편·비용 절감 추진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주 HSBC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사무소 주식영업(Equities) 부문 직원 일부를 정리해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아시아·중동 중심 투자은행(IB) 재편 전략의 연장선으로, 유럽·미주 IB 비중을 축소하는 조치다.
실제로 HSBC는 지난해 10월 대대적인 조직 재편을 발표하며 동서(東·西) 시장을 분리한 4개 사업부 체제를 도입했다. 은행 측은 2025년 한 해 3억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인수합병(M&A) 및 주식자본시장(ECM) 업무를 단계적으로 철수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용어 해설(독자 친화)
· 자사주 매입(Share Buyback): 기업이 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행위다.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고, 주가를 방어·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 손상차손(Impairment Charge): 보유 자산의 회수 가능 가치가 회계장부 가치보다 낮아진 경우, 그 차액만큼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 항목이다. 금융사 입장에선 일시적이나마 이익을 잠식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투자자 반응 및 전망
애널리스트들은 “자사주 매입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며 단기 주가 방어에는 긍정적이지만, 비용 증가와 투자은행 부문의 구조적 부진이 하반기 실적 가시성을 떨어뜨린다고 평가했다. 한편, HSBC는 “대규모 IT 투자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수익 구조를 고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며 순이자마진의 추가 확대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향후 HSBC의 비이자 수익원 다변화 전략의 실행력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유럽계 대형은행들이 갈수록 엄격해지는 자본규제와 경기 둔화에 대응해 자본 활용 효율성 제고에 나서는 가운데, HSBC의 선택이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