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가 영란은행(BoE)이 연간 1,000억 파운드 규모의 양적 긴축(QT, Quantitative Tightening)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이는 최근 시장 참여자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속도 둔화’ 기대와 상반된 관측이다.
2025년 9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HSBC는 영란은행이 이번 주 채권 보유 축소 계획을 결정할 때, 향후 12개월 동안 기존과 동일한 1,000억 파운드를 줄이는 정책 기조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Market Participants Survey에 따르면, 시장의 중앙값 전망치는 2025년 10월부터 2026년 9월까지 720억 파운드 수준으로 QT 규모가 완만하게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HSBC는
“1국채 보유 축소 폭이 커질수록 장기 금리가 더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고 분석하며, 영란은행이 완화보다 긴축에 무게를 둘 가능성을 강조했다.
양적 긴축, 그리고 ‘길트(Gilt)’ 금리의 상관관계
양적 긴축은 중앙은행이 보유한 국채·회사채 등 자산을 만기 상환 혹은 매각을 통해 줄여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양적완화(QE)의 반대 개념이며, 통화정책 정상화 단계로 여겨진다. 영국 국채는 ‘길트(Gilt)’라고 불리는데, 이는 정부의 지급 보증이 붙은 안전 자산을 뜻한다.
HSBC는 “1,000억 파운드 규모의 QT가 유지될 경우 길트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수익률(금리)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봤다. 통상적으로 국채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높아진 금리는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의 매력을 끌어올릴 수도, 반대로 재정 우려를 부각해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보고서는 특히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재정부담이 큰 국가의 장기채 금리’를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국은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재정적자와 공공부채로 인해 채권 발행 규모가 큰 편이다. 이 가운데 QT가 빨라지면 공급 증가까지 겹쳐 금리 상승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운드화에 미칠 잠재적 영향
HSBC는 “길트 금리 상승이 파운드화에 단기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커질 경우 환율은 되레 눌릴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오는 9월 19일(금) 발표되는 공공부문 차입 실적(PSNB)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경우, 파운드화는 금리 상승에도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다.
앞서 영국 재무부는 올해 4~8월 누적 공공 차입 규모가 1,058억 파운드(예비치)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가량 증가한 수치다. 재정 악화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QT 속도까지 빠를 경우, 영국 국채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HSBC의 설명이다.
시장 전망과 향후 일정
영란은행은 9월 18일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여부와 함께, 차기 12개월간의 보유 자산 축소 한도를 결정할 예정이다. HSBC 외에도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현재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완만해,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QT를 통해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회의 직후 공개되는 의사록과 기자회견을 통해 금리 경로보다 보유자산 축소 경로가 어떻게 명시될지 주목하고 있다. 길트금리, 파운드/달러 환율, 은행주 주가 등이 즉각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영란은행이 추가 설명 자료를 통해 QT 목표치 산출 기준이나 길트 재투자 여부를 명확히 밝힌다면, 채권 커브(단·장기 금리차)와 파운드화의 방향성은 더욱 분명해질 전망이다.
전문용어 해설
양적 긴축(QT): 중앙은행이 과거 양적완화를 통해 매입했던 국채·회사채 등 자산을 재투자하지 않거나 시장에 직접 매각해 보유 규모를 줄이는 정책이다. 시중 통화량을 흡수해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거나 금융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길트(Gilt): 영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일컫는 용어다. 예전 금도금(gilt) 용지로 발행된 데서 유래했다. 미국의 트레저리(Treasury), 독일의 분트(Bund)와 유사한 개념으로, 국가 신인도와 금리 정책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