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시스코시스템즈 투자의견 ‘보유’로 하향… 추가 상승 여력 제한 전망

영국계 글로벌 투자은행 HSBC가 네트워크 인프라 대표주자 시스코시스템즈(Cisco Systems, 티커: CSCO)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중립)’로 하향했다. 목표주가도 주당 73달러에서 69달러로 5.5% 낮췄다. 이는 2025년 8월 14일 뉴욕증시 종가 대비 약 0.4%의 하락 여지를 내포한다.

2025년 8월 1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HSBC 애널리스트 스티븐 버시(Stephen Bersey)는 최근 보고서에서 “시스코의 재고 재확충(Restocking) 파티는 끝난 듯하다”며 이익 모멘텀 둔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버시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네트워킹 세그먼트가 낮은 기저효과를 딛고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재고 정상화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사라지고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시스코의 2026회계연도(2025.8~2026.7) 매출 가이던스가 전년 대비 +5%에 그친다는 점, 남은 계약수주잔고(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 RPO)백로그(Backlog) 성장률이 4.2%에 머문 점을 근거로 들었다.

RPO는 이미 체결됐지만 아직 인식되지 않은 매출을 의미하며, 백로그는 주문은 완료됐지만 배송·설치 등이 끝나지 않아 회계상 매출로 잡히지 않은 물량을 뜻한다. 이 두 지표는 미래 실적의 가시성을 나타내는 핵심 선행지표다. 버시 애널리스트는 “RPO와 백로그의 성장세 둔화는 수요 정체 가능성을 방증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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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는 또 “2025회계연도 중 시스코가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주문을 20억 달러 이상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업 부문 약세가 상승 동력을 상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주가가 이미 적정 가치(밸류에이션)에 근접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시스코 주가는 2025년 연초 이후 17% 상승, 최근 1년간 42.8% 급등하며 같은 기간 S&P 500 지수를 상회했다. HSBC의 투자의견 하향 발표 직후, 시스코 주가는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컨센서스(시장 평균)도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 LSEG(구 톰슨로이터) 데이터에 따르면 시스코를 커버하는 38명의 애널리스트 중 24명이 ‘홀드’, 나머지는 매수 혹은 매도 의견으로 갈린다. 즉, 다수 애널리스트가 주가 상승·하락 어느 쪽도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 ‘관망’ 기조다.


[전문가 시각]
네트워크 장비 업계는 2023~2024년 팬데믹 이후 과잉 재고 조정을 거친 뒤 2025년 상반기까지 ‘재고 재확충’ 사이클에 있었다. 그러나 주요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제외하고는 설비투자(CapEx) 규모를 다시 보수적으로 조정하면서, 재고 재확충이 빨리 끝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스코의 RPO·백로그 둔화는 이러한 흐름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동시에 장기 투자자에게는 AI 네트워크 전환에 초점을 맞춰 체질을 점검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기관투자자들은 일반 네트워킹 장비 대비 고부가가치 AI 스위칭·라우팅 비중이 얼마나 빠르게 커지는지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시스코가 경쟁사 아리스타네트웍스(ANET) 등과 차별화된 솔루션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중장기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HSBC는 단기 재고 효과 소멸과 실적 가시성 둔화를 들어 시스코를 ‘보유’로 낮췄다. 이에 따라 향후 수개월간 시스코 주가는 추가 상승 동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AI 전환 속도, 신규 서비스 매출, M&A 전략 등이 변곡점이 될 수 있어, 투자자들은 분기 실적 발표마다 핵심 지표를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