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상반기 순이익 26% 급감…시장 예상 하회·3억달러 규모 추가 자사주 매입 발표

【런던‧홍콩 현지 특파원 공동 보도】 유럽 최대 은행인 HSBC 홀딩스(이하 HSBC)가 2024년 상반기(1‧2분기 합산) 실적을 발표하며 세전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고 30일(현지 시각) 밝혔다.

2025년 7월 3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HSBC의 올해 1~6월 세전이익은 158억 달러(약 20조6,0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같은 기간 기록한 216억 달러와 비교해 58억 달러가 줄어든 수치이며, HSBC 자체가 집계한 증권사 컨센서스(165억 달러)에도 7억 달러가 미달한다.

HSBC는 실적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중국 은행(교통은행·BoCom) 지분 관련 손상차손(impairment) 21억 달러를 추가로 반영한 점을 꼽았다. 앞서 올해 2월에도 HSBC는 BoCom에서 늘어나는 부실채권 문제를 이유로 30억 달러 규모의 손상차손을 한번에 인식한 바 있다. BoCom은 중국 5대 국유상업은행 가운데 하나로, HSBC는 2004년 전략적 파트너십 명목으로 약 19.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1


■ 홍콩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 — ECL 9억 달러 증가

“홍콩 지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높은 금리와 공실률 상승으로 구조적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 — 노엘 퀸(HSBC 그룹 CEO)

HSBC는 올해 들어 홍콩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부실 여신이 빠르게 늘자, 기대 신용손실(ECL: Expected Credit Losses) 충당금을 작년 상반기 대비 9억 달러 증액해 총 19억 달러를 인식했다. ECL은 IFRS9 회계기준에 따라 미래 신용손실을 선제적으로 계산해 비용으로 반영하는 항목이다.

홍콩은 글로벌 금리 상승과 중국 본토 경기 둔화가 겹치며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랭하고 있다. HSBC뿐 아니라 스탠다드차타드, DBS 등 현지 대형 은행도 최근 유사한 충당금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 30억 달러 규모 자사주 추가 매입…주주환원 강화

실적 악화에도 HSBC 이사회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최대 3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자사주 매입(share buyback)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이는 올해 초 이미 발표해 집행 중인 30억 달러 규모 1차 프로그램과는 별개다. 자사주 매입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가치를 높이고, 남은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간주된다.2

이번 결정과 관련해 CFO 조지 엘시도어스는 “견조한 자본비율과 배당여력 덕분에 추가 자사주 매입 여지가 충분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총주주수익률(TSR) 개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 실적 세부 항목 및 재무 건전성 지표

총영업수익: 속보치 기준 36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
순이자마진(NIM): 2.45%로 소폭 개선. 고금리 효과가 여전히 이어졌으나 상반기 후반부터 둔화 조짐.
보통주자본비율(CET1): 14.8%를 기록해 내부 목표 구간(14.0~14.5%)을 상회.
중간배당: 주당 0.10달러로 전년 동일 수준 유지.

※ 용어 해설
손상차손(impairment)이란, 보유 지분이나 자산의 장부가치가 회수 가능액보다 높을 때 그 차액만큼 손실비용을 일회성으로 인식하는 회계 처리다. ECL은 미래 부실 가능성을 예측해 미리 비용을 앞당겨 잡는 방식으로, 은행의 리스크 관리 지표 중 하나다.


■ 시장·애널리스트 반응

실적 발표 직후 HSBC 주가는 런던 증시 개장 초반 한때 3% 가까이 하락했다. 씨티, 모건스탠리 등 주요 증권사는 “BoCom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단기 모멘텀이 제한적”이라면서도,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힘입어 하방 경직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중국 상업은행 전반의 자산건전성 문제를 감안할 때 BoCom 지분가치의 추가 손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 제임스 캐머런, UBS 아시아 금융팀 헤드 애널리스트

반면 일부 애널리스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년부터는 NIM 축소와 충당금 부담이 동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 향후 전략과 전망

HSBC는 발표 자료에서 “중국 본토와 홍콩 시장의 구조적 약세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중동‧인도 지역에서의 영업 다각화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 디지털 뱅킹 플랫폼 고도화 및 비용 절감을 통해 2026년까지 연 25~30억 달러 규모의 지속적 비용 절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노엘 퀸 CEO는 기자회견에서 “아시아·중동 매출 비중이 이미 70%에 육박한다”며 “특히 인도, 인도네시아와 같은 고성장 시장에서 기업금융‧자산관리 사업을 적극 확대해 글로벌 이익 구성을 더욱 다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문가 견해

국내외 금융전문가들은 BoCom 지분 평가손실이 분기마다 실적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에 주목한다. 다만 HSBC가 보유한 CET1 비율이 글로벌 시스템중요은행(G-SIB) 평균을 웃돌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 및 배당 정책을 통해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 요소라는 진단이다.

“자본비율과 유동성 커버리지 모두 국제 규제 기준을 크게 상회한다. 만약의 추가 충당금 필요 시에도 자본여력은 충분하다.” — 서정훈, 한국투자증권 유럽은행 담당 애널리스트


종합하면, HSBC의 2024년 상반기 실적은 BoCom 손상차손과 홍콩 부동산발 충당금 확대 탓에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으나, 여전히 견조한 자본비율을 토대로 30억 달러 추가 자사주 매입이라는 주주친화 정책을 내놓으며 하반기 주가 버팀목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