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밸류에이션 부담·성장세 둔화 이유로 시스코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시스코 투자의견 하향

영국계 글로벌 투자은행 HSBCCisco Systems Inc.(이하 시스코)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Buy)’에서 ‘보유(Hold)’로 한 단계 내렸다. 이번 의견 조정은 주가가 상당 부분 상승해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이 커진 점과 최근 사업 모멘텀 둔화를 핵심 이유로 지목했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HSBC는 시스코의 12개월 목표주가를 종전 73달러에서 69달러로 5.5%가량 하향 조정했다. 이는 현재 주가 대비 2%가량의 하락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HSBC 애널리스트진은 ‘이익 전망 하향 조정’도 병행했다. 2026 회계연도(FY26)부터 2028 회계연도(FY28)까지의 조정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7%~14% 수준으로 낮춰 잡았으며, 이는 ▲주요 부문 성장률 둔화 ▲주문잔고(backlog)와 수행잔액(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RPO) 증가세 둔화 등을 반영한 결과다.


4분기 실적 요약

시스코가 발표한 2025 회계연도 4분기(5~7월) 실적은 매출 146억7,000만 달러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와 HSBC 전망치를 모두 충족했다.

비(非)GAAP 기준 영업이익률은 34.3%로 1년 전보다 1.73%p 상승했지만, HSBC 자체 예상치(35.3%)에는 1%p 미달했다. 조정 EPS0.99달러로 전년 대비 13.8% 늘어나면서 컨센서스 수준을 유지했다.

부문별로는 네트워킹(Networking) 부문4분기 12.2% 성장하며 1분기 -23.5% 급감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HSBC는 “재고 보충(restocking) 효과가 예상보다 빠르게 소멸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2026 회계연도 매출 성장률 가이던스를 5%로 제시했는데, 이는 잔고(RPO)·백로그 성장세 둔화를 감안할 때 향후 모멘텀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우려가 있다.” — HSBC 애널리스트 보고서 중


AI·보안 사업의 명암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수주가 2025 회계연도에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HSBC는 “다른 영역의 부진이 AI 수요 강세를 상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안(Security) 부문 매출은 분기 9.2% 증가했고, Splunk 인수 효과로 교차 판매(cross-selling)도 확대됐다. 다만 HSBC는 해당 부문의 장기 매출 연평균성장률(CAGR) 전망을 종전 10%에서 8%로 낮췄다.


주가·밸류에이션 현황

시스코 주가는 2024년 8월 이후42% 상승했다. 이는 동기간 나스닥 지수를 19%p 앞서는 수치다. HSBC는 “현재 주가가 느린 성장(low-growth) 종목군 평균에 근접한 2026년 예상 조정 EPS 대비 17.2배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새 목표주가 69달러는 향후 12개월 예상 EPS 3.93달러17.5배를 적용해 산출됐다. 이는 기존 4.16달러·17.5배 적용치 대비 EPS 하향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용어 설명*

* 비GAAP(Non-GAAP): 일반회계기준(GAAP)에 포함되지 않는 일회성 비용·수익 등을 제외한 실적 지표로, 기업의 영업 실체를 더욱 명확히 보여주기 위해 자주 활용된다.
백로그(Backlog): 이미 수주됐으나 아직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주문 잔고.
수행잔액(RPO): 고객과 체결된 계약 가운데 미래에 인식될 매출 총액.
CAGR: Compound Annual Growth Rate의 약자로, 일정 기간의 연평균 성장률을 뜻한다.


전문가 관점

시장 참여자들은 시스코가 네트워크·보안·AI 인프라 등 핵심 영역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온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기업·공공 부문의 IT 예산 심리가 둔화되는 국면에서 주문 성장률이 진정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실적 모멘텀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AI 수요 강세가 전사적 성장세를 단번에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HSBC 평가대로, 시스코의 성장 스토리는 당분간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장기적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 ▲클라우드 전환 가속도 ▲M&A 효과 극대화 여부 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