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홀딩스(HK:0005, LON:HSBA)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11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충당금을 반영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충당금은 버나드 매도프(Bernard Madoff)의 대규모 투자 사기 사건과 연계된 소송 비용을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2025년 10월 2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충당금은 HSBC 증권 서비스 룩셈부르크(HSBC Securities Services Luxembourg)가 2009년 제기된 소송에서 헤럴드 펀드 SPC(Herald Fund SPC)로부터 제기된 ‘증권 및 현금 반환’ 청구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다. 이 소송은 매도프 사기 사건 당시 헤럴드 펀드가 입은 손실 배상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룩셈부르크 대법원(Court of Cassation)은 지난주 헤럴드 펀드 측의 증권 반환 청구를 인정하면서도 현금 반환 청구에 대해서는 HSBC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현금 부분은 별도 항소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소송 절차 및 향후 대응
HSBC는 성명에서 “룩셈부르크 항소법원(Court of Appeal)에 두 번째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며, 만약 항소가 기각될 경우에도 이후 재판에서 배상액을 적극 다툴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충당금은 회계 처리상 ‘중요 특이 항목(material notable item)’으로 분류돼, 특이 항목을 제외한 유형자본수익률(ROTE)이나 배당 정책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한 HSBC는 보통주자본비율(Common Equity Tier 1, CET1)에 약 15bp(0.15%p) 정도의 부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CET1은 국제 은행 규제 기준인 바젤Ⅲ가 요구하는 핵심 자본비율로,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일반적으로 1bp(basis point)는 0.01%p를 의미한다.
“이번 충당금은 법적 불확실성을 보다 투명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이며, 그룹의 전반적인 자본 정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 HSBC 공식 성명
매도프 사기 사건 배경
버나드 매도프는 2008년까지 약 650억 달러 규모의 폰지 사기(Ponzi Scheme)를 벌여 월가 역사상 최악의 금융 범죄자로 기록됐다. 매도프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수십 년간 고수익을 가장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자금이 돌지 않자 사기가 드러났다. 2009년 그는 15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2021년 사망했다.
매도프 펀드에 간접·직접적으로 투자했던 글로벌 금융기관과 펀드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으며, 헤럴드 펀드 SPC 역시 그러한 피해자 가운데 하나다. 룩셈부르크 관할 법원에서 진행 중인 이번 소송이 16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은, 매도프 사건의 여파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실적 발표 일정 및 시장 전망
HSBC는 오는 10월 28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번 충당금이 실적표에 즉시 반영된다. 아울러 아시아 중심 성장 전략, 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 확대 등이 긍정적 모멘텀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대형 소송 충당금이 단기적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전략가들은 “은행업 전반에서 소송 리스크는 상시 존재하지만, CET1 비율이 15bp 하락하는 수준이라면 HSBC의 자본 여력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진단했다. 실제 HSBC의 2025년 2분기 말 CET1 비율은 14.7%로, 충당금 반영 후에도 바젤Ⅲ 권고치(10.4% 이상)를 크게 상회할 전망이다.
한편, 최근 영국·홍콩 증시는 글로벌 국채금리 급등,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HSBC 주가는 올 들어 8%가량 상승했으나, 이번 공시 이후 단기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 해설: CET1이란 무엇인가
CET1(보통주자본)은 은행의 가장 질 좋은 자본을 의미한다. 보통주, 이익잉여금 등 투자자 손실 흡수력이 높은 자본으로 구성되며, 비상시 손실을 흡수해 은행 파산을 방지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바젤Ⅲ 규제에서 글로벌 은행들에게 최소 4.5%의 CET1 비율을 요구하며, 자국 규제기관들은 추가 완충을 더해 10%대 비율을 권고한다.
향후 주주 가치 영향에 대한 시사점
현재 HSBC 이사회는 충당금에도 불구하고 배당 정책 유지를 재확인했다. 이는 중장기적 주주 환원 전략이 흔들리지 않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향후 항소가 기각돼 배상액이 증액될 경우 자본비율과 배당여력이 재차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매도프 관련 소송이 마무리되면, HSBC는 규제 리스크를 해소하고 아시아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환율 변동과 글로벌 금리 사이클 변화 등 매크로 변수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10월 28일 발표되는 3분기 실적과 함께, 헤럴드 펀드 소송 항소 진척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 소송 결과에 따라 추가 손실 인식 또는 환입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