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중석 /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Ⅰ. 서론: 금리를 둘러싼 ‘공포’가 아닌 ‘질서’의 변화다
지난 9월 마지막 주,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2%대를 돌파하며 3주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표면적으로는 8월 소비가 견조하고 핵심 PCE 물가가 예상치를 충족한 정도의 ‘무난한’ 데이터가 촉발한 가격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필자가 주목하는 대목은 단순한 숏 커버링에 따른 일시적 급등이 아니라, 2022년부터 굳어져 온 ‘Higher for Longer’(높은 금리가 장기화) 레짐이 본격적으로 뿌리내릴 환경적 조건이 완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 칼럼은 향후 최소 1년, 길게는 차기 대선 이후 2027년까지 미국 장기금리 상승(또는 고착)의 구조적 원인을 해부하고, 그 파급효과가 △주식 밸류에이션 △섹터 로테이션 △기업 자본조달 △실물경제 및 고용 △달러·원자재·신흥국 자산 등으로 연결되는 7가지 경로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이는 현 시점 투자자에게 단순 경기 예측을 넘어 ‘포트폴리오의 체질’을 바꾸라는 전략적 메시지를 내포한다.
Ⅱ. 데이터 훑어보기: ‘점프’가 아닌 ‘플래토’—수익률 구조적 상향의 증거
1) 미 국채 수익률 곡선(2021~2025 YTD)
| 구분 | 1Y | 2Y | 5Y | 10Y | 30Y |
|---|---|---|---|---|---|
| 2021 말 | 0.39% | 0.73% | 1.26% | 1.51% | 1.90% |
| 2023 말 | 4.68% | 4.43% | 4.06% | 3.88% | 3.97% |
| 2025.09.26 | 5.23% | 5.07% | 4.66% | 4.21% | 4.34% |
• 관찰 ① : 단기금리가 2023년 정점을 기록한 뒤 다소 숨고르기를 하는 동안, 7년·10년·30년 등 중·장기 구간은 완만하지만 일관된 상승세를 유지했다.
• 관찰 ② : 2025년 2분기 이후 수익률 곡선은 2s10s 기준 –90bp → –47bp로 ‘FLATTENING 정상화’를 시현 중이다. 이는 시장이 “성장 둔화 우려”보다 “균형 금리(New Neutral) 상향”을 더 크게 반영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2) 국가별 장기금리 비교(추세 계단식 상승)
미국 10년물 뿐만 아니라 독일·영국·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 역시 2020년대 초반 기록적 저금리에서 벗어나 연 40~70bp씩 상향 계단을 만들고 있다. 연준의 QT(양적긴축), 유럽·일본의 ‘출구 시그널’이 맞물려 글로벌 위험프리미엄 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Ⅲ. 구조적 상승을 견인하는 5대 추진력
- 만성 재정적자 > 국채 공급 쇼크
미 재무부는 2024 회계연도 결국 적자 2조 달러를 기록했다. 베이비부머 연금 지출, 반도체·방산·친환경 보조금이 고정비화되며 국채 발행은 연간 2.2~2.5조 달러 레인지에 머물 전망이다. -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팬데믹 기간 9조 달러까지 늘었던 Fed 자산은 7.5조 달러대로 내려왔다. 매달 600억 달러씩 만기상환을 허용하는 QT가 2025년 말까지 지속될 경우, 순공급(NET SUPPLY) 압력이 과거 어느 시기보다 크다. - 글로벌 저축률 하락·쌍둥이 적자 확대
중국의 인구구조 전환, 사우디·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다변화로 미국채에 몰리던 ‘팻파이프 자금’이 줄었다.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 + 재정적자를 동시에 키워가는 구도에서 달러를 회수할 메커니즘은 높은 금리밖에 없다. - 인플레이션 기대의 바닥 이동
10년 BEI(명목-물가연동 채권 차이)는 2.15% 부근에서 플래토를 형성했다. 설령 CPI가 2%대로 내려와도 생산비 인플레(리쇼어링·AI전력 수요·탈탄소)가 1.5%p 가량 구조화돼 있어 ‘제로금리 회귀’ 가능성은 희박하다. - 연준의 정책피벗 제약
실업률이 4% 언저리를 유지하고, GDP 성장률이 1.5%를 상회하는 한, 연준은 ‘보험성 인하 1~2회’ 이상으로 대폭 완화하기 어렵다. 점도표 2026년 중립금리 2.75%→3.25% 상향 루머는 시장의 장기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Ⅳ. 7가지 전이 경로별 장기 영향
1) 주식 밸류에이션: 할인율 재조정
• DCF 모델 시뮬레이션—무위험이자 2% → 4% 상향 시 S&P500 PER 합리 구간은 18.7배에서 15.2배로 이동한다.
• 2023년말 21배까지 올랐던 PER은 2025년 3분기 19배, 2026년 17배로 단계적 디레이팅을 예고한다.
⇨ 성장주·장기 현금흐름 의존 기업이 구조적으로 역풍을 맞게 된다.
2) 섹터 로테이션: 테마의 지각변동
- 수혜: 금융(순이자마진 개선), 에너지·자원(인플레 해지), 산업재·국방(재정지출 수혜), 인프라·REIT(MBB 대신 기관 자금 유입)
- 피해: 고밸류 테크·SaaS, 소형 바이오, 장기 프로젝트 중심의 그린테크(역할자본 비용↑)
3) 기업 자본조달·M&A
BBB– 등급 평균 회사채 스프레드는 2022년 135bp → 2025년 180bp로 확대됐다. 자사주 매입·레버리지 M&A의 내부수익률이 낮아지며,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승자와 패자를 갈라놓는다.
4) 고용·임금·CAPEX의 동학
높은 차입비용은 고용 둔화(→실업률 2025: 4.2% 예상)로 이어지겠지만, 동시에 자본집약적 리쇼어링·AI 팹 투자에는 ‘국가 보조금+전략적 필수성’ 명분이 붙어 이중 구조가 심화된다.
5) 달러·원자재·신흥국 자본 흐름
달러 강세가 잦아들 경우(실질금리가 이미 반영) 원유·금·구리 등 실물자산이 상대적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고금리·경상적자국 신흥국은 취약해 EM 국채→달러채 쏠림이 지속된다.
6) 가계 부채·주택시장
30년 고정 모기지금리는 7.3%를 돌파, 잠금효과(lock-in)로 기존 주택 거래량이 감소했다. 공급 부족은 가격 하방을 지지하지만, 실질 부담 능력을 고려하면 주택 PRICE ↑, 거래량 ↓이라는 이중 괴리가 고착될 전망이다.
7) 정책·규제 역학
재정지출 확대를 뒷받침할 국채 발행은 결국 국가 신용등급 논쟁을 촉발한다. 2024년 피치에 이어 또 다른 신용평가사가 ‘AA–’로 추가 강등할 경우, 각종 규제·제도성 투자풀은 자동 매도(매수제한)에 직면하게 된다.
Ⅴ. 시나리오 매트릭스(2025~2027)
| 변수 조합 | 장기금리 | S&P500 12M Forward PER | 추천 자산군 |
|---|---|---|---|
| 1) 골디락스(성장 1.8%, CPI 2.2%) | 3.8~4.2% | 18~19배 | 고배당 금융, AI 인프라, 로지스틱스 REIT |
| 2) 스태그플레이션(성장 0.5%, CPI 3.5%) | 4.5~5.0% | 14~15배 | 에너지, 광물·농산물, TIPS ETF |
| 3) 하드랜딩(성장 –0.5%, CPI 1.8%) | 3.2~3.6% | 16~17배 | 미 장기국채, 고품질 성장주, 금 |
필자의 베이스라인은 1)과 2)의 중간지대: 성장 1.2% 내외, CPI 2.7%, 10년물 4.3%를 유지하는 ‘느린 탈인플레’ 시나리오다.
Ⅵ. 투자 전략: 방어적이되 기회 포착
1) 채권
- 듀레이션 3~5년 ‘스텝다운 바벨’ 포트폴리오로 재투자 리스크 관리
- 기업어음·MBS 대신 T-Bill ladder + IG Corp 5년 이하 비중 확대
- TIPS ETF는 실제 인플레가 2% 상회, 기대인플레 2.5% 이하일 때 매력
2) 주식
• 퀄리티 스크리닝—ROIC 10% 이상, 순현금, FCF 마진 15%+ 기업 선별
• 배당 그로스—연 8% 이상 배당 성장 히스토리를 가진 금융·헬스케어 대형주에 주목
• 가치주 리발런싱—에너지, 산업재, 소프트컴모디티(밀·옥수수) 체인 기업은 밸류에이션 확장 여력 존재
3) 대체투자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인프라·물류·데이터센터 REIT는 장기 계약·인플레 링크 조항 덕에 방어력이 우수하다. 또한 Private Credit 시장은 은행 규제가 강화되는 틈새 속에서 연 11~13% 대체수익률을 제공한다.
Ⅶ. 거시·정책 감시 포인트 Top 5
- 분기별 재무부 차입 일정(QR): 발행 만기 구조가 장기화되는지 주목
- 연준 RRP(역환매조건부) 잔액 감소 속도: 유동성 풀의 민간 이전 속도 판단
- FDI·국부펀드 미국채 순매수: 해외 수요 복귀 여부 체크
- 유가 90달러 이상 지속 시 BEI 상단 이동 가능성 주시
- 2024~25년 선거 사이클: 양당 모두 ‘재정 긴축’에 소극적이라는 초당적 합의 파악
Ⅷ. 결론: 금리에 대한 ‘새로운 상식’의 시대
과거 15년간 시장을 지배했던 “저금리=자본비용 제로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 이제 투자자는 연 4%대 장기금리를 전제로 리스크 프리미엄을 재계산해야 한다. 이는 공포가 아니라 새 질서다. 국채금리 상승은 기업·가계·정부 모두에게 자본 효율성을 재점검할 기회를 제공한다. 동시에 건전한 부채 디레버리징과 경쟁력 없는 좀비 기업 정리가 병행된다면,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는 ‘더 근육질인 체질’로 거듭날 수 있다.
투자 전략상 핵심은 ①현금흐름 가시성 ②가격 결정력 ③재무 건전성이라는 세 가지 렌즈로 자산을 선별하는 것이다. 높은 금리 환경에서는 ‘낮은 변동성+높은 복리’ 전략이 결국 시장을 이긴다. 필자는 향후 12~24개월간 S&P500의 기대 총수익률을 연 6~7%로 보되, 섹터·종목 간 최대 30%p 수익률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궁극적으로 장기금리의 구조적 상향은 ‘위협’보다는 ‘선별적 기회’다. 투자자는 이 거대한 구조 변화를 회피할 수 없으며, 적응하거나, 뒤처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 본 칼럼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자문에 해당하지 않는다. 필자 이중석은 언급된 자산에 대해 별도 명시가 없는 한 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