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 GSK가 향후 5년간 미국에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투입해 연구개발(R&D)과 공급망 인프라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내 첨단 바이오 제조 역량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맞물리면서 나온 결정으로, 양국 간 생명과학 허브 구축 경쟁에도 적잖은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투자 패키지는 R&D와 대규모 제조 시설을 잇는 브릿지 전략을 골자로 하며, 이를 통해 미국과 영국 양국의 생명과학 리더십을 동시에 강화한다는 것이 GSK 측 설명이다.
특히 회사는 펜실베이니아 주 어퍼메리언(Upper Merion)에 새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12억 달러를 배정했다. 해당 공장은 2026년 착공 예정으로, 호흡기 질환 및 암 치료 신약을 집중 생산한다. 아울러 GSK는 미국 내 기존 5개 제조 거점에 인공지능(AI)·고급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공정 효율을 개선하고, 신약 원제(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API) 생산 설비와 오토-인젝터(auto-injector) 조립 라인까지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획기적 투자는 수만 개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고, 핵심 의약품과 기술이 미국 땅에서 연구·개발·생산되도록 보장할 것이다”
라고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 미 상무장관은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영국 국빈방문을 통해 대규모 투자 협약 체결을 추진하는 가운데, 제약 관세 카드로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하는 전략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GSK는 이번 자금 투입으로 임상시험과 연구 활동도 미국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전망치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미국이 GSK 임상시험 수·사이트 수·피험자 수 모두 1위를 기록하게 된다. 다만, 300억 달러 중 이미 책정됐던 예산이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이 없었다. *로이터가 만난 업계 소식통들은 “여러 제약사가 거액 투자 발표 때 기존 프로젝트를 포함시켜 숫자를 키우는 관행이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GSK는 지난 1년간 미국 제조 부문에만 20억 달러 가까이를 투입했다. 이번 계획이 실행되면 건설 인력을 제외하고도 수백 명의 숙련 기술 인력이 추가 고용돼, 현재 약 1만 5,000명 수준인 미국 내 인력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지난해 GSK 매출의 절반가량이 미국 시장에서 발생했다.
전문용어 해설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는 대량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르게 선별·최적화하는 기술이다. 오토-인젝터는 환자가 스스로 주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일체형 주사기 장치로, 자가 투여 편의성과 약물 순응도를 높인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는 밸류체인 전체 속도와 품질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전문가 시각
필자는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 증설을 넘어 미국 내 바이오 생태계를 구조적으로 강화할 촉매가 될 것으로 본다. 관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GSK 같은 다국적 기업이 생산 거점을 현지화함으로써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정부 차원의 세제·규제 인센티브도 선제적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영국 연구진과의 네트워크를 유지해 양국 간 기술 교류를 이어가는 ‘분산형 집중 전략’은 글로벌 제약 산업에서 하나의 벤치마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