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가 15일(현지시간) 차세대 대규모 언어 모델 GPT-5를 출시하면서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계 전반에 매도세가 거세게 확산됐다.
2025년 8월 16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신모델이 기존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며 관련주를 대거 처분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주요 소프트웨어 종목은 장중 한때 5%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D.A. Davidson은 보고서에서 엔터프라이즈(기업용) 소프트웨어의 핵심 가치 동인을 3대 영역—배포(Distribution), 통합(Integrations), 워크플로우 및 업무 논리(Workflows)—로 구분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AI가 대체·효율화할 경우 기존 소프트웨어 모델의 수익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포(Distribution)‧통합(Integrations)‧워크플로우(Workflows)의 ‘균열’ 우려
보고서는
“대형 벤더는 판매 프로세스와 구매 이후 지속적인 사용 유도에 능숙해 왔으나, AI가 이를 자동화하면 경쟁 우위가 약화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실제로 GPT-5는 고객 요구에 맞춘 자동화된 영업 시나리오를 생성해 배포 비용을 급감시킬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통합 부문은 ▲맞춤형 개발 ▲권한 관리 ▲미들웨어 구축을 동반해 난도가 높았지만, AI 에이전트가 코드 연결과 데이터 매핑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경우 진입 장벽이 낮아질 전망이다. 미들웨어(Middleware)란 서로 다른 시스템이나 애플리케이션 간 데이터를 중계·연동해 주는 소프트웨어 층으로, 통상 기업 IT 예산의 상당 비중을 차지해 왔다.
워크플로우와 관련해 D.A. Davidson은 “각 기업의 조직 구조와 의사결정 체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구현도 맞춤형이어야 한다”면서도, GPT-5가 업무 매뉴얼과 조직도를 학습해 ‘AI 업무 설계자’로 기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라이선스 가격보다 ‘대체 인력 수’가 가치 척도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는 사용자당 과금(Per-Seat) 방식이 주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실질적 가치는 ‘얼마나 많은 직무를 대체·보완하느냐’로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급증한 사용량 기반 과금(Usage-Based) 모델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D.A. Davidson의 길 루리아(Gil Luria) 수석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AI 에이전트가 인간 직원의 특정 업무를 떼어내 처리한다면 소프트웨어 가격 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조화 데이터 vs. 비구조화 데이터, CTO의 ‘양손잡이 전략’
팀은 “AI는 비구조화 데이터—문서·이미지·음성 등—에 탁월하지만, 대부분의 기업 데이터는 구조화 데이터 형태로 저장돼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존 전산 시스템과 AI 플랫폼을 병행 운영하는 ‘양손잡이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데이터 접근성·거버넌스·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가 AI 확산의 최대 병목으로 꼽혔다. 국내외 다수 기업이 개인정보보호법(GDPR 등)과 산업별 규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프라 소프트웨어의 가치 상승… 애플리케이션은 ‘논쟁 지속’
애널리스트들은 소프트웨어를 인프라(Infra)와 애플리케이션(App)으로 구분했다. 코드와 데이터를 조직·관찰·보호하는 인프라 영역은 AI 도입 가속화로 수요가 확대될 것이며, 반면 업무 현장에서 직접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는 가치 훼손 논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고객사가 긴 계약을 맺기 주저하는 현상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환경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NASDAQ:MSFT), 스노우플레이크(NYSE:SNOW), 데이터독(NASDAQ:DDOG), 제이프로그(NASDAQ:FROG) 등은 AI 전환 수혜주로 꼽혔다.
GPT-5: ‘테스트-타임 컴퓨트’로 진화한 첫 상용 모델
GPT-5는 “테스트-타임 컴퓨트(Test-Time Compute)” 기능을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이는 모델이 난도가 높은 질문을 받았을 때 추가 연산 자원을 동적으로 투입해 추론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하는 기술이다.
기존 GPT-4는 대규모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 확대로 성능을 높였으나, ▲인간 생성 텍스트 한계 ▲장시간 학습 시 하드웨어 오류 증가라는 장벽에 부딪혔다. 테스트-타임 컴퓨트는 데이터셋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지 않고도 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우회로’로 평가된다.
애널리스트 알렉스 플랫(Alex Platt)은 “AI의 기하급수적 성장으로 인한 진정한 리스크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사회 전체”라고 강조했다. 이는 자동화와 일자리 이동, 데이터 편향, 윤리·규제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을 시사한다.
💡 용어 풀이
• 테스트-타임 컴퓨트(Test-Time Compute) : 모델이 추론(Inference) 단계에서 난이도에 따라 연산 자원을 유연하게 배분하는 기술로, 학습(Training) 이후에도 지능을 향상시킬 여지를 제공한다.
• 사용량 기반 과금(Usage-Based Pricing) : 서비스 이용량(예: API 호출 수, 데이터 처리량)에 비례해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초기 도입 비용을 낮추는 반면 사용량 급증 시 비용이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다.
• 미들웨어(Middleware) :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 사이에서 데이터·서비스·API를 중개하는 소프트웨어 계층으로, 이질적인 시스템 간 연결을 담당한다.
기자 해설: ‘소프트웨어의 종말’이 아닌 ‘재정의’
이번 매도세는 단기 충격일 가능성이 높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단순 프로그램 코드가 아니라 프로세스·보안·규정 준수·지원 서비스를 아우르는 복합 상품이기 때문이다. GPT-5가 특정 반복 업무를 대체하더라도, 기업은 여전히 거버넌스 체계와 규제 프레임워크를 충족해야 하며, 이는 전문 솔루션 수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산업은 ‘종말’이 아니라 ‘재정의의 시기’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AI를 활용해 유연성을 강화하고, 사람 중심의 고차원 업무로 재편하는 기업이 장기 승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