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전기차 수요 둔화 이유로 미시간·오하이오 공장 등에서 1,700여 명 감원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GM)가 전기차(EV) 시장 성장세 둔화를 이유로 자사 주요 생산 거점에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회사 측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EV 전용 조립공장과 오하이오주 배터리셀 합작공장 등에서 총 1,700여 명을 해고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10월 29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GM은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예상보다 더디고 규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구조조정의 직접적 원인으로 제시했다.

세부 인원 규모를 보면,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EV 전용 ‘팩토리 제로(Factory ZERO)’에서 약 1,200명, 오하이오주 로즈타운(Rosetown) 인근 울티엄 셀즈(Ultium Cells) 공장에서 정규직 550명과 임시직 850명이 각각 감원을 통보받았다. 회사는 추가로 테네시주 스프링힐(Spring Hill)의 울티엄 배터리셀 공장에서 700명의 임시직일시 해고한다는 방침도 동시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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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은 성명을 통해 “단기적인 EV 채택 둔화와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EV 생산 능력을 재조정하고 있다”며 “미국 내 제조 기반과 유연한 운영 체계를 바탕으로 향후 변화 속에서도 선도적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V 시장 성장 속도에 제동… ‘울티엄’ 전략도 조정

GM은 오랜 기간 ‘얼티엄(Ultium)’ 브랜드를 앞세워 배터리·플랫폼 통합 전략을 추진해 왔다. Ultium Cells는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 설립한 배터리셀 합작사로, 오하이오·테네시·미시간 등지에 생산 거점을 운영한다. 이번 인력 감축이 합작 공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플랫폼 생산 로드맵 자체가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기차 수요 둔화의 배경

올해 들어 미국 내 주요 완성차 업체와 신생 EV 업체들은 잇따라 주문 전망 하향과 생산 목표 수정에 나서고 있다. 금리 상승, 충전 인프라 부족, 배터리 원자재 가격 변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타이밍’이 늦춰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중 모델보다 가격대가 높은 전기 픽업트럭·SUV 부문에서 수요 부진이 두드러진 상황이다.

규제 환경 변화도 변수

연방 정부 및 각 주(州)의 탄소배출·연비 규제가 속속 강화되는 가운데, 세액공제 요건·현지 조달 규정 등 여러 제도가 빈번히 개정되며 업체들의 사업 계획 수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 GM은 이번 성명을 통해 ‘진화하는 규제 환경’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며 향후 상황에 맞춰 생산 라인을 더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지역 경제와 고용에 미칠 영향

디트로이트와 로즈타운은 전통적으로 GM 생산망의 핵심 축을 담당해 왔다. 1,700여 명이라는 규모는 이들 지역 제조업 고용에 직접적 충격을 줄 수 있다. 지역 정부와 경제 단체는 숙련 인력 재취업 지원, 중소 부품업체 연쇄 타격 방지 대책 등을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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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장기적 EV 투자 기조는 변함없다”

GM은 2035년까지 북미 생산 차량을 전량 무배출 모델로 전환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공식화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단기 수급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배터리·플랫폼 내재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반 수익 모델 등을 통해 EV 리더십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티엄 셀즈 공장이란?

울티엄 셀즈는 배터리셀 제조를 전담하는 합작법인이다. 각 공장은 자동차 배터리 핵심 부품인 파우치형 리튬이온 셀을 생산하며, GM의 차세대 ‘얼티엄’ 플랫폼에 탑재된다. 해당 셀은 셀-투-팩(cell-to-pack) 구조를 적용해 모듈·팩 일체화로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동일 공간 대비 주행 거리를 크게 늘리는 것이 특징이다. GM은 이를 기반으로 대형 픽업트럭부터 크로스오버까지 다양한 EV 라인을 계획해 왔다.

향후 관전 포인트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구조조정이 다른 완성차 업체로 확산될지 여부, 그리고 배터리 합작사의 투자 일정 변경으로 연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장기 EV 수요 전망이 재차 하향 조정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연쇄적인 생산 캡파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면 일부 애널리스트는 “금리 안정, 충전 인프라 확대 등이 속도를 내면 2026년 이후 EV 전환 속도가 다시 가팔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용어 설명
임시 해고(Temporary Layoff): 정식 해고와 달리, 일정 기간 후 근로자를 다시 복귀시키는 것을 전제로 실시하는 인력 감축 방식이다.
플랫폼 내재화: 자동차 구동계·전자 아키텍처를 자체 설계·생산해 원가 경쟁력과 제품 차별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을 뜻한다.
셀-투-팩: 배터리 셀을 모듈 없이 바로 팩 형태로 적층·접합해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최신 배터리 제조 기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