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에 문을 연 제너럴모터스(GM)의 새 글로벌 본사는 외관과 내부 모두에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디자인 요소와 역사적 유물을 결합해 눈길을 끈다. 건물 외부 주차장에는 1963년식 쉐보레 K20 픽업트럭과 신형 쉐보레 실버라도 EV가 배치돼 있는데, 임시 전시물임에도 불구하고 본사 내부가 보여주려는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2026년 1월 11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GM은 이 새 본사 건물의 전체 6개층 중 4개층, 약 20만 제곱피트(약 18,580㎡)를 임차해 사용하고 있으며 본사 내부에는 회사의 역사와 기술, 디자인 전통을 보여주는 유물과 디자인적 장치들, 이른바 이스터에그(Easter eggs)들이 다수 배치됐다.
(사진 설명: 2026년 1월 6일, 디트로이트 새 본사 앞에 전시된 1963년식 K20과 실버라도 EV.)
본사 내부의 주요 전시물로는 GM의 상징적 설계 돔(Design Dome)의 설계 도면, 인근 시험장인 프로빙 그라운즈(Proving Grounds)의 초기 지도, 300개 특허 기술을 도안화한 벽지, 그리고 카세트 테이프 케이스를 활용한 벽 장식이 있다. 이 카세트 테이프 벽은 GM 브랜드와 차량을 언급한 78,000여 곡의 문화적 레퍼런스를 기념하는 의도로 제작됐다.
“리더십은 우리가 공간을 설계할 때 기업 문화를 기리고 역사를 존중하는 요소들을 가져오라고 요청했다”고 GM 산업디자인 건축 및 경험 매니저인 레베카 월드마이어(Rebecca Waldmeir)는 본사 투어 중 말했다.
중앙 전시의 하나로 주목되는 유물은 McCormick Speed Form으로 불리는 공기역학 풍동 모델이다. 이는 GM 워렌 테크니컬 센터(Warren Technical Center)에서 개발된 것으로, 차량의 공기 저항을 연구하기 위한 중요한 프로토타입이다. 이러한 유물들은 GM의 엔지니어링 전통과 설계 역량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요소별 디자인 영향과 건축적 배경
본사 내부 인테리어는 유명 건축가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의 GM 글로벌 테크니컬 센터(GM Global Technical Center)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회사는 밝혔다. 금빛 메탈릭 마감, 목재 패널, 따뜻한 매입형 조명, 그리고 깔끔한 직선과 은은한 곡선을 조합한 요소들이 이를 반영한다. 이러한 디자인은 미드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의 심미성과 GM의 기술적 유산을 결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설명: 미드센추리 모던과 이스터에그
미드센추리 모던은 20세기 중반(약 1930~1960년대)에 유행한 건축·인테리어 스타일로서, 단순하고 기능적인 라인, 자연 소재의 사용, 형태와 기능의 균형을 중시한다. 이 기사에서 사용된 이스터에그는 소프트웨어·디자인 영역에서 유래한 용어로, 표면상 드러나지 않는 작은 장치나 숨은 요소를 의미하며 본사 곳곳에 배치된 유머러스한 참조물과 개인화된 오마주(예: CEO 메리 바라, 사장 마크 루이스를 기리는 맞춤형 카세트 등)를 가리킨다.
본사 이전의 의미: 요새에서 수용성으로
이번 이전은 GM의 사무공간 규모가 크게 축소된 사례다. 이전 본사인 르네상스 센터(Renaissance Center, 통칭 RenCen)는 총면적 약 560만 제곱피트로, 중앙 700피트 이상 높이의 타워와 네 개의 500피트 타워 등으로 구성된 거대한 복합단지였다. 반면 새 본사는 약 20만 제곱피트로, 물리적 규모와 공간 운용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RenCen은 1996년 GM이 인수한 이후 GM의 상징적 건물로 남아왔으나, 복잡한 진입로와 내부 이동의 어려움 때문에 물리적·문화적 단절(실리오화, siloed culture)을 상징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데이비드 마사론(David Massaron) GM 인프라·기업 시민의 부사장은 “이전은 전염병 이후의 업무 방식을 반영한 것”이라며 본사가 단순한 요새가 아니라 직원들이 자주 찾고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근무제와 공간 사용
GM은 미국 내 약 5만 명의 급여직 직원을 대상으로 화요일~목요일 사무실 출근을 원칙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새 본사 최상층의 임원실은 대부분 예약형으로 개방될 예정이며, 정해진 상임 배정은 메리 바라 CEO와 마크 루이스 사장 등 4실만 영구 배정될 예정이다. 회사는 본사에 정기적으로 출근할 직원 수와 건물의 일일 유동인구에 대해서는 우선순위와 업무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혔고, 15년 임대 계약의 재정적 세부사항은 공개를 거부했다.
시설 구성: 쇼룸·라운지·피클볼 코트
1층에는 제품 전시와 이벤트 개최를 위한 반(半)공개 쇼룸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사교·교류 공간, 라운지, 식음료 제공 공간, 그리고 피클볼 코트와 레크리에이션 구역이 포함된다. 아트워크와 조형물은 GM 제품을 형상화하거나 브랜드의 문화적 영향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도록 배치됐다. 예컨대, 엔진음·EV 음색을 음파 조형으로 형상화한 3차원 사운드 웨이브 아트 프로파일, 카세트 테이프 벽, 그리고 ‘캐딜락 여신(Cadillac Goddess)’ 동상 등이 있다.
(사진 설명: 본사 임원층 복도 및 라운지 전경.)
포드와의 비교와 지역적 맥락
이전 시기 근접해 포드는 인근 디어번(Dearborn)에 210만 제곱피트 규모의 새 글로벌 본사 및 제품 설계·개발 센터를 개관했다. 포드의 시설에는 8개 ‘키친 콘셉트’를 갖춘 약 16만 제곱피트 규모의 식당, 다수의 중정(코트야드) 등이 포함돼 있어 규모와 편의시설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GM은 디트로이트 도심에 위치한 허드슨스 디트로이트(Hudson’s Detroit) 개발지 내 건물에 입주함으로써 기존의 광범위한 기술·디자인 캠퍼스(워렌의 710에이커, 약 24,000명 이상 근무)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즉, GM은 본사에 대규모 연구·개발 인프라를 중복 구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제적·기업문화적 시사점
이번 이전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을 넘어 GM의 조직문화와 비용 구조, 대외 이미지에 대한 신호를 제공한다. 우선, 사무공간의 면적 축소는 고정비용 절감과 유동성 있는 공간 운영을 통해 복수의 사무·연구 거점 간 효율적 연계를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한 도심 내 소규모 본사 보유는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포드의 초대형 캠퍼스와는 다르겠지만, 회의·이벤트·전시 유치를 통한 서비스업 혜택과 상권 활성화에는 긍정적 기여가 기대된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본사 규모 축소와 임대 전략이 비용 효율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나, 장기 임대 계약의 비용 구조나 자산비용 절감 효과는 공개된 재무 수치가 없어 즉각적인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다만, 하이브리드 근무제와 직원 유치·유지 전략이 결합될 경우 인력 생산성 및 조직 협업 문화 개선의 가능성은 높다. 이는 제품 개발 속도와 혁신 성과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자동차 업계의 전동화 전환 등 전략적 우선순위와 맞물려 투자자의 평가 요소가 될 것이다.
마무리: 디자인과 역사, 실용성의 결합
GM의 새 본사는 역사적 유물과 현대적 업무환경을 결합한 사례로서, 회사가 자사의 브랜드 유산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유연한 업무 방식을 반영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본사 내부 곳곳에 배치된 유물과 디자인적 장치들은 기업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직원과 방문객에게 브랜드 경험을 직접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 이 공간이 GM의 협업 문화와 대외 이미지, 그리고 지역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