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디트로이트 전기차 공장 인력 1,200명 감축·배터리 생산 6개월 중단

제너럴모터스(GM)가 전기차(EV)와 배터리 생산 축소를 전격 결정하며 미국 내 공장에서 대규모 구조 조정에 들어갔다. 이번 조치는 수요 둔화와 규제 환경 변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미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한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통신·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GM은 디트로이트 햄트래믹(Hamtramck) 전기차 전용 공장의 근무 체제를 현행 2교대에서 1교대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공장의 전기 픽업트럭 및 SUV 생산량은 약 50% 줄어들 전망이다.

GM은 동시에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Spring Hill) 배터리 셀 공장과 오하이오주 로즈타운(Lordstown) 배터리 셀 공장의 가동을 2026년 6월까지 약 6개월간 중단한다. 두 공장은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설립한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Ultium Cells)’에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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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단으로 두 배터리 공장 근로자 1,550명일시 해고(temporary layoff)되며, 오하이오 공장에서는 추가로 550명이 무기한 해고(indefinite layoff)될 예정이다. 디트로이트 EV 공장에서도 1,200명이 감원되면서 총 3,300명 규모의 고용 조정이 현실화됐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직접적 원인이다. GM은 보도자료에서 “단기적인 EV 채택률 감소와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2024년 말로 종료된 미 연방정부의 EV 구매 세액공제(최대 7,500달러)가 소비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모델 생산 차질 불가피

디트로이트 공장(정식 명칭 ‘Factory ZERO’)은 쉐보레 실버라도 EV, GMC 시에라 E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허머 SUV 등 GM의 대형 전기 픽업·SUV 주력 차종을 생산한다. 교대 축소로 이들 차량의 연간 생산능력은 약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GM은 2021년 “2035년까지 내연기관(ICE) 차량을 전면 중단하고 모든 차량을 EV로 전환하겠다”는 ‘얼티밋 제로’ 비전을 선언하며 350억 달러 이상의 투자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올해 내내 EV 전략을 잇달아 축소해 왔으며, 이번 조치는 그 정점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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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바라(Mary Barra) GM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 콜에서 “규제와 인센티브 환경이 변하면서 단기 EV 수요가 당초 전망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 명확해졌다”면서 “EV 부문 손익분기점 도달 시점을 2026년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 전반의 ‘EV 브레이크’ 현상

GM뿐 아니다. 닛산, 스텔란티스(지프, 크라이슬러 모기업) 등도 일부 EV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출시 일정을 늦추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코엑시엄(Co-Axium)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미국 EV 판매 비중은 이전 10%대에서 5%선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V(Electric Vehicle)란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순수 전기 자동차를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연방 및 주정부가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해왔지만, ‘보조금 만료’‘충전 인프라 부족’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수요가 급랭했다.

또한 ‘교대(shift)’는 공장 근로자의 근무 단위를 뜻하는 용어로, 1교대(주·야간 통합) ↔ 2교대(주간/야간) 형태로 나뉜다. GM이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했다는 것은 주야간 통합으로 생산 시간을 대폭 줄였다는 뜻이다.


노조 반발 및 정치적 파장

미국자동차노조(UAW) 숀 페인(Shawn Fain) 위원장은 성명에서 “GM은 올해 예상 순이익 전망치를 130억 달러로 상향해놓고 해고를 단행했다”며 “내연기관과 EV를 막론하고 미국 내 설비투자를 확대하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GM은 이달 초 EV 전략 수정과 관련해 16억 달러 규모의 손상차손(impairment)을 회계 처리했다. 회사 주가는 이날 정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전일 대비 1% 내린 69.19달러를 기록했으나, 연초 대비로는 35% 이상 상승했다.


기자 해설
GM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초기 성장 단계에서 조정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방증한다. 보조금·규제·금리·소비 심리라는 네 가지 변수가 동시에 흔들리며 완성차·배터리 밸류체인을 재편하고 있다. 국내 기업 LG에너지솔루션 역시 합작 법인을 통한 현지 생산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① 미 행정부의 탄소배출·연비 규제 수위, ② 소비자 인센티브 연장 여부, ③ 배터리 원가 절감 속도 등이다. 만일 규제가 완화되거나 세액공제가 일부 연장된다면, GM은 정지된 배터리 공장 가동을 조기 재개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반대로 수요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GM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모두가 ‘전기차 투자 속도 조절’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 생태계가 다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균형을 모색하는 흐름이 가시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