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 제너럴 모터스(GM)의 신임 제품 및 기술 최고책임자는 자신이 디트로이트의 자동차회사를 캔버스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 캔버스를 큐레이팅하거나, 다시 손질하거나, 심지어 뜯어낼 수도 있는 것으로 비유했다.
2025년 12월 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대략 6개월간 수석부사장 겸 최고제품책임자(Executive Vice President & Chief Product Officer)으로 일해 온 스터링 앤더슨(Sterling Anderson)은 차량 자체에서 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방대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총괄하면서 이 세 가지 개념을 모두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앤더슨은 자신이 공동 설립한 자율주행 기업 Aurora Innovation을 떠나 6월에 GM에 합류한 이후, 지난 15년간 GM 내에서 마크 루이스(GM 사장)를 제외하고는 가장 영향력 있는 제품 경영자 중 한 명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GM은 그가 제조 엔지니어링, 배터리,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제품관리와 엔지니어링 팀을 포함해 “제품의 엔드투엔드 라이프사이클(end-to-end product lifecycle)”을 감독하는 권한을 통합했다고 밝혔다.
앤더슨은 10월 22일 뉴욕에서 열린 기술 행사에서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우선순위는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하는 것이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로부터 추상화(Abstraction)하는 것을 분해(disaggregation)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역할의 요점은 앞으로 제품을 어떻게 개발할지에 대한 통합된 접근법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회사의 유명한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AI) 책임자들이 비교적 짧은 임기 후에 예기치 않게 퇴사했다. 이들의 주요 업무 책임은 현재 앤더슨의 관할 아래에 놓여 있다. GM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 데이브 리처드슨(Dave Richardson)과 AI 책임자 바락 투로브스키(Barak Turovsky)의 갑작스러운 퇴사를 구조조정 노력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GM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에서 투로브스키의 퇴사에 대해 “우리는 AI 역량을 비즈니스 및 제품 조직에 직접 전략적으로 통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더 빠른 혁신과 보다 목표지향적인 솔루션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앤더슨의 전략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다. 그는 이전에 GM이 성공하려면 소프트웨어와 제품을 별도의 부서로 보지 말고 동일한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CNBC에 말한 바 있다. 앤더슨은 GM에서 보낸 첫 수개월을 “경청 모드(in a listen mode)”로 지내며 제조 현장과 운영 전반에 몰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10월 인터뷰에서 “그 5개월간의 경청이 우리가 무엇을 혁신할지뿐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세부 조정과 타기팅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인 바리스 체티녹(Baris Cetinok) 수석부사장(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제품관리)은 CNBC의 최초 보도에 따르면 12월 12일부로 회사를 떠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리처드슨과 투로브스키와 달리, 회사 측은 그가 구조조정 때문이라고 설명하지 않았고, 익명을 조건으로 한 세 명의 소식통은 체티녹이 다른 기회를 추구하기 위해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체티녹, 리처드슨, 투로브스키는 그들의 퇴사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체티녹과 리처드슨은 2023년에 GM에 합류했으며, 투로브스키는 3월에 채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리콘밸리 카우보이(SILICON VALLEY COWBOY)”
전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이자 테슬라 경력의 앤더슨은 GM에 합류하기 전까진 이 자동차회사를 현대적 걸작으로 바꿀 캔버스라기보다는 오히려 희극적 캐리커처로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CEO 메리 바라(Mary Barra)와 그가 보고하는 사장 마크 루이스(Mark Reuss)가 그 ‘구식 자동차’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정말 걱정했다. 내가 실리콘밸리 카우보이로 디트로이트에 와서 혁신 이야기를 총질하듯 해댈 텐데, 팀이 그걸 잘 받아주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기대와는 상당히 달랐다”고 말했다.
그의 임명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oftware-defined vehicle)과 자율주행에 대한 회사의 재집중을 의미한다. 앤더슨은 GM의 목표가 자율주행 차량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회사가 수년간 개발과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거친 다수 소유 크루즈(Cruise) AV 사업을 해체한 지 1년 만에 나온 발언이다.

앤더슨은 “분명히 말하자면 우리는 자율주행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안전 관련 상황에서 인간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아도 안전할 수 있는 자율주행 제품이다”라고 말했다.
바라 CEO는 12월 3일 열린 뉴욕타임스 딜북(DealBook) 서밋에서 앤더슨과 회사의 과거 자율주행 노력을 언급하며 GM이 2028년부터 고속도로 주행에서의 자율주행을 차량에 적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AI와 관련해 자율주행이 여전히 궁극적인 응용 분야 중 하나라는 믿음을 재확인하면서 회사의 “개인용 자율주행 차량(personal autonomous vehicle)” 계획을 재확인했다.
앤더슨은 차량 자율주행 분야의 선도적 전문가로 평가된다. 그는 자율주행 기업 Aurora를 공동 설립하기 전 테슬라에서 모델 X 프로그램과 테슬라의 고급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Autopilot을 이끈 팀을 지휘했다. 그는 또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개발한 “Intelligent Co-Pilot“라는 준자율 차량 안전 시스템을 개발한 경력이 있다.
앤더슨은 MIT에서 로봇공학(로보틱스)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Aurora를 떠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수차례의 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고, 그 회사와 함께 하다 끝날 것이라 여겼다고 밝혔다.
그가 회사에 합류한 후에도 오래 머문 임원은 많지 않았다. 여러 실리콘밸리 출신들이 GM과 그 오랜 기간 근무해온 CEO 및 사장 등 ‘GM 라이퍼(GM lifers)’와 함께 일할 기회에 대해 긍정적 발언을 해 왔지만, 그들의 재직 기간은 짧은 경우가 많았다.
리처드슨은 이전에 바라 CEO에게 보고할 때 그 자리를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극찬했고, 체티녹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직위를 “제품 담당자의 꿈”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한편 테슬라의 제조 확장 등을 이끌었던 옛간부인 옌스 피터 ‘JP’ 클래슨(현재 제조 총괄)은 바라와 같은 리더를 위해 일할 기회가 합류 이유 중 일부였다고 말했으나 1년 만에 예기치 않게 떠났다.
앤더슨의 임명 발표 당시(2025년 5월), 바라와 루이스는 앤더슨이 회사를 “진화시키고” “재발명”할 역량을 갖추었다고 환영했다. 앤더슨의 새 제품 유닛 외에도 루이스는 제조, 디자인, 마케팅 및 판매 등 다른 주요 운영을 계속 감독하고 있다.
테크 임원과 자동차 산업의 통합적 과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수년간 차량에 기술을 더 잘 통합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는 생산부터 소비자 대면 소프트웨어, 테슬라가 개척한 원격(Over-the-Air) 업데이트까지 광범위하다. GM은 테슬라, 애플, 구글 등에서 경영진을 공격적으로 영입하는 접근을 취했다. 하지만 이들 임원의 근무 기간이 짧게 끝나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컨설턴트 출신의 엔지니어이자 현재는 자동차 및 기술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피터 아바우드(Peter Abowd)는 전통적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소프트웨어와 전자기술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고, 이로 인해 ‘도움을 주러 온’ 전문가들의 행렬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임원 교체가 과잉된 책임과 비현실적 기대, 그리고 거대한 기업 환경에서의 역할 오용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아바우드는 “몇 년 안에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 그래서 최선의 방법은 결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잦은 전환은 자동차업체들이 차량 내 기술, 전기차 배터리 등 전통적으로 핵심이 아니었던 영역을 주기적으로 재조정하도록 만들었다.
바라는 창업자를 제외하면 GM의 최장수 CEO로 알려져 있으며, 기회주의적으로 회사의 우선순위에 맞춰 임원을 영입해 왔다. 현재 많은 우선순위가 앤더슨의 책임 하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앤더슨은 외부에서 보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는 GM의 많은 강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테슬라와 Aurora 같은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에서의 경험과 GM의 “거대한 기계” 및 자원을 결합하면 회사가 미래에 더 잘 대비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것을 캔버스로 본다. 이는 혁신을 위한 대단한 기회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설명 및 용어 해설
오버더에어(Over-the-Air, OTA) 업데이트는 차량이 네트워크를 통해 원격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받는 기술을 말한다. 이는 기존의 대면 서비스 없이도 기능 개선, 보안 패치, 성능 조정 등을 가능하게 한다.
Autopilot은 테슬라가 제공하는 고급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명칭으로, 차선 유지, 자동 가속 및 감속, 일부 조건에서의 자동 차선 변경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완전 자율주행(무인 운행)과는 구분되며, 운전자의 감시와 개입이 요구되는 시스템이다.
Intelligent Co-Pilot은 MIT 연구진이 개발한 준자율 안전 시스템으로, 운전자의 주의를 돕고 특정 상황에서 보조를 제공함으로써 충돌 위험을 줄이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하드웨어로부터의 분해(Disaggregation) 개념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완전히 분리해 소프트웨어가 독립적으로 발전하고 배포될 수 있도록 하는 접근법을 의미한다. 이는 차량 설계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혁신을 촉진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전문적 통찰
이번 조직 재편과 임원 교체는 GM이 기술 중심의 전환을 가속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 준다. 앤더슨의 역할 통합은 제품 개발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을 통해 신속한 반복과 배포가 가능한 체계를 만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잦은 인사 변동은 단기적으로 조직 안정성과 연속성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특히 AI와 소프트웨어 같은 고도의 전문 영역에서는 팀의 일관된 리더십이 중요하다. GM이 2028년 고속도로 자율주행 도입 목표를 실현하려면 기술 통합뿐 아니라 규제, 안전 검증, 대규모 생산 역량의 조화가 필요하다. 앤더슨이 실리콘밸리 출신의 속도감과 GM의 대규모 제조 역량을 결합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