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현대차, 중남미·북미 겨냥 ‘5종 공동 개발’ 첫 합의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한국 현대자동차(Hyundai Motor)가 5종의 차량을 공동 개발하기로 처음 합의했다. 이번 파트너십은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 등 다각화된 파워트레인을 아우르는 점에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2025년 8월 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는 4종의 승용·레저용 차량을 중남미 시장에, 1종의 전기 상용 밴을 북미 시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승용 세단, 소형 픽업트럭, 중형 픽업트럭 등 4개 차종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모두 지원하며, 북미용 전기 상용 밴은 전동화 전략의 핵심 모델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로이터는 지난 3월 이미 두 회사가 전기 상용 밴 2종을 공유하는 방안을 타진 중이라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풀 스케일(Full Scale) 생산 체제에 돌입하면 연간 최대 80만 대를 양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두 회사는 공동 발표문에서 강조했다.


1. 합작 범위 및 전략적 배경

GM과 현대차는 △중남미 신흥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 △북미 전기 상용차 포트폴리오 강화 △R&D 및 부품 조달 비용 절감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특히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순수 전기차(EV)와 내연기관차(ICE) 사이의 과도기적 수요를 충족할 수단으로 꼽힌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그룹은 중국산 저가 EV의 공세,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희토류 공급 차질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GM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저가·고사양 모델 등장으로 북미·남미 판매가 위축됐고, 현대차는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해외 영업이익에 의존한다.

이 같은 ‘변곡점’에서 양사는 규모의 경제를 노리는 합작 카드를 꺼냈다. GM은 1990년대부터 판매해 온 셰보레 익스프레스(Chevrolet Express)·GMC 사바나(GMC Savana) 등 노후 상용 밴 라인업 업데이트가 시급했으나, 막대한 개발비가 장애물이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미국 상용·트럭 시장 점유율이 미미해, GM의 광범위한 딜러·서비스 네트워크가 필요했다.

2. 차량 개발·생산 로드맵

공동 개발이 확정된 소형 SUV승용 세단은 2027년, 소형·중형 픽업은 2028년부터 각각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전기 상용 밴은 양사 합작공장을 통해 2027년 하반기 양산된다.

내연기관(ICE)하이브리드(HEV)를 겸용하는 파워트레인은 브라질·멕시코·콜롬비아 등 연료 가격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해법으로 평가된다. 한편 북미향 전기 밴은 GM의 얼티엄(ULtium) 배터리 플랫폼과 현대차의 E-GMP 시스템 중 최적 구성을 채택해 통합할 방침이다.

용어 설명*1: ‘파워트레인(Drivetrain)’은 엔진·변속기·구동축 등 동력을 생성하고 바퀴에 전달하는 모든 장치의 총칭이다. ‘상용 밴(Commercial Van)’은 화물·서비스·셔틀 등 영업 목적 차량을 뜻하며, 승용 밴과 구분된다.

3. 비용 절감 및 공급망 시너지

양사는 연간 최대 80만 대 생산 규모를 앞세워 스틸·알루미늄·반도체·배터리 셀 대량 구매 협상을 공동 진행할 예정이다. 협상력이 높아지면 희토류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현재 희토류는 구동 모터용 영구자석에 필수적인 소재다.

“소프트웨어, 플랫폼, 공급망을 통합하면 개발·생산비를 최소 20%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자동차 원가 중 연구개발(R&D)·부품 조달비 비중은 총 60%를 넘어, 공동 조달의 직접적 효과가 크다.

4. 시장 전망 및 업계 반응

전문가들은 전기 밴이 전자상거래·라스트마일 배송 시장 성장세와 맞물려 북미 상용차 부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세그먼트로 꼽는다. IT 물류기업과 대형 유통사가 주문한 전동화 배송차 수요만 해도 연간 10만 대를 넘어섰다.

중남미 시장에서는 픽업트럭이 농업·광업 산업 운송수단으로 필수적이다. 하이브리드 픽업은 높은 토크(견인력)와 연비 절감이 요구되는 현지 수요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5. 기자의 시각*2

이번 GM·현대차 파트너십은 ‘친환경 전환·시장 재편’이라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흐름 속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경쟁사인 포드·폭스바겐도 상용 전기차와 플랫폼을 공유하며 비용 절감에 나선 상황이라, 양사 합작은 ‘협력 없인 생존 어렵다’는 업계 인식을 재확인한 셈이다.

다만 전동화 완성도·배터리 안정성·충전 인프라가 여전히 관건이다. GM 특유의 얼티엄 플랫폼과 현대차 E-GMP 통합이 얼마나 매끄럽게 진행될지에 따라 합작 성패가 갈릴 수 있다. 80만 대 생산 목표 역시 글로벌 부품 수급 안정성공장 가동률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합의는 ‘합작을 통한 리스크 분산·시장 선점’이라는 전략적 메시지를 글로벌 OEM들에게 각인시켰다. 협업이 극심한 경쟁을 이겨낼 유력 해법임을 시사한다.

*1, *2: 추가 설명과 기자 관점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부연으로, 원문 사실관계와 충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