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 엔진 제조업체 GE Aerospace가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소속 노동자 600여 명과 5년 만기의 새로운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하며 3주간 이어진 파업 사태가 마무리됐다.
2025년 9월 19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오하이오주 이븐데일(Evendale) 공장과 켄터키주 얼랭어(Erlanger) 부품 유통센터에서 파업 중이던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체결됐다. 양 시설은 각각 미 해군 함정용 및 산업용 엔진 생산, 그리고 전 세계 GE 엔진공장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물류 거점으로 꼽힌다.
합의안의 핵심은 2029년까지 기본급 3%∼5% 인상과 노동자 1인당 약 3,500달러(약 470만 원) 일시금 지급이다. GE Aerospace 측은 해당 금액이 최근 의료보험료 급등에 대응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최고인사책임자(CPO) 크리스티안 마이즈너(Christian Meisner)는 “이번 계약 체결로 UAW 소속 직원들이 현장으로 복귀해 정상 운영을 재개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조 파업 배경과 주요 쟁점
UAW 지부 관계자들은 계약 기간 동안의 실질임금 보전, 의료비 부담 완화, 교대근무 수당 확대 등을 요구해 왔다. 특히 미국 자동차·항공·방위산업 전반에서 생활비 상승(COLA) 재도입이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이번 합의가 추후 타 산업 교섭에도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GE Aerospace 이븐데일 공장은 F404ㆍF414 등 해군 전투기 엔진과 LHD 강습상륙함용 가스터빈을 제작하는 곳으로, 3주간의 가동 중단이 국방부 공급망에 미칠 파급 효과가 우려돼 왔다. 얼랭어 센터 역시 CFM·LEAP 등 상업용 항공엔진 부품을 분배하는 핵심 허브여서, 업계는 조속한 가동 재개를 촉구해 왔다.
“With these contracts in place, we look forward to our UAW-represented employees returning to work and resuming normal operations.” — Christian Meisner, GE Aerospace CPO
UAW와 GE Aerospace, 어떤 조직인가?
UAW(United Auto Workers)는 1935년 설립된 미국 최대 제조업 노조 중 하나로, 전통적으로 자동차 산업을 대변했으나, 최근 항공·농기계·의료기기 분야까지 세력 범위를 넓혀 왔다. 조합원 수는 2024년 기준 약 37만 명에 달한다.
반면 GE Aerospace는 2024년 완전 분사로 독립한 GE 계열 항공엔진 전문 기업이다. 보잉·에어버스·미 국방부에 엔진과 서비스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으며, 2024년 매출은 320억 달러(약 43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회사는 최근 차세대 제로-카본 SAF(지속가능항공연료) 엔진 기술 투자를 확대하며 친환경 항공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시장 및 공급망 영향 — 전문가 시각
금번 파업 종료로 해당 설비의 생산·물류 중단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GE Aerospace 고객사들은 납기 지연 불확실성을 덜게 됐다.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는 “고질적 인력 부족 상황에서 임금 인상폭이 3%대를 유지했다는 점이 회사 원가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2024년부터 이어진 미국 제조업 전반의 임단협 도미노 현상을 고려할 때, 향후 인플레이션 압박과 생산성 확보 간 균형이 핵심 과제로 부상할 것이라 예측한다. 특히 항공·방산 업계는 수주·납품 사이클이 길어 인건비 상승분을 계약 가격에 즉시 전가하기 어렵다는 점이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향후 일정
잠정 합의안은 오는 주말 UAW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비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가결 시 즉시 효력이 발생하며, 이븐데일·얼랭어 양 시설은 다음 주 초부터 단계적 재가동에 돌입한다.
이번 타결이 미국 제조업계 전체로 확산 중인 노동-친화 흐름과 맞물려, 항공·자동차·기계 산업의 향후 임단협 양상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지속가능경영(ESG) 측면에서 사회적(S) 리스크 관리의 사례 연구로도 평가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