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증시 대표 지수인 FTSE 100이 주요 대형주의 부진한 실적 발표 여파로 0.02% 내린 채 거래를 마감했다. 영국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0.5% 떨어지며 1.33달러 아래로 밀렸고, 독일 DAX 지수는 0.3%, 프랑스 CAC 40 지수는 0.1% 상승했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시장에서는 금융·방위·광산업종 대형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HSBC, BAE Systems, 리오틴토 등은 실적 실망감으로 하락한 반면, 바디오코트와 GSK는 호재성 발표로 급등세를 보였다.
▶ HSBC, 상반기 순이익 27% 급감 — 주가 4.5% 하락
글로벌 은행 HSBC 홀딩스(종목코드 HSBA)는 중국 교통은행 투자 관련 일회성 비용과 과거 자산 매각 차익이 사라진 영향으로 상반기 순이익이 27% 감소했다. 다만 기저 영업이익은 증가했고, 최대 30억 달러 규모의 새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share buyback)을 발표했다. ※주주환원 정책으로 통상 주가 부양 효과가 기대된다.
▶ BAE Systems, 가이던스 미세 상향에도 2% 약세
방위산업체 BAE Systems는 1분기 우크라이나·중동 수요 확대에 힘입어 상반기 매출 146억2천만 파운드(전년 대비 11%↑)를 기록했다. EBIT는 15억5천만 파운드로 13% 늘었고, 조정 EPS는 34.7펜스로 12% 증가했다. 그러나 연간 전망 상향 폭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은 실망 매물을 내놓았다. EBITDA(감가상각·세전이자차감 전 영업이익)는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 리오틴토, 철광석 가격 하락·사이클론 영향…주가 1.3% 하락
광산업체 리오틴토는 상반기 순이익 45억 달러, 기저 영업이익(EBITDA) 115억 달러를 기록했다. 철광석 가격 약세와 호주 서부 연안 사이클론으로 타격을 받았으나, 구리·알루미늄 부문 선전이 일부 상쇄했다.
▶ 글렌코어, 통합 효과로 생산량 5% 증가 — 주가 1.9% 상승
글렌코어는 Elk Valley Resources 제철용 석탄 자산 통합 덕분에 구리 환산 생산량이 5% 늘었고, 연간 생산 가이던스를 재확인했다.
▶ GSK, 2분기 순이익 35%↑ — 주가 4.7% 급등
제약사 GSK는 2분기 주당순이익(EPS)이 35.5펜스로 35% 급증했으며, 운영이익은 20억2천만 파운드(33%↑), 매출은 79억9천만 파운드(6%↑)였다. 이에 따라 연간 실적 전망을 상향했다.
▶ 바디오코트, 추가 3천만 파운드 자사주 매입 — 주가 12.7% 급등
열처리 서비스 기업 바디오코트는 기존 9천만 파운드에 3천만 파운드를 추가해 총 1억2천만 파운드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단행한다며 연간 전망을 유지했다.
▶ 애스턴마틴, 관세·아시아 수요 부진 여파로 실적 경고
럭셔리 자동차 제조사 애스턴마틴은 미국의 신규 관세와 아시아 시장 수요 부진을 이유로 연간 조정 영업이익이 ‘제로 성장’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가는 9.7% 급락했다.
▶ Man Group, 운용자산 사상 최대…그러나 주가는 2.2% 하락
헤지펀드 운용사 Man Group의 운용자산(AUM)은 1,933억 달러로 시장 예상 1,767억 달러를 상회했다. 순유입 자금이 176억 달러로 견조했으나, 투자자들은 모멘텀 둔화를 우려했다.
▶ 래스본즈·에버딘, 배당·자사주로 주주 달래기
래스본즈 그룹은 상반기 기저 세전이익이 1억777만 파운드로 4% 감소했지만, 5,000만 파운드 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며 2.3% 상승 마감했다. 에버딘 그룹 역시 1분기 조정 영업이익 1억2,500만 파운드로 컨센서스를 3% 웃돌며 0.4% 상승했다.
전문가 해설
이번 실적 시즌에서 드러난 공통점은 방어적 유동성 선호다. 은행·방위·광산업 등 전통적 고배당 업종이 매력적인 현금흐름을 보여줬지만, 투자자들은 미래 가이던스의 보수적 톤에 즉각 반응했다. 특히 HSBC·BAE처럼 ‘실적은 양호하지만 전망은 모호’한 경우 주가가 하락했고, 반대로 바디오코트처럼 명확한 주주환원 계획을 제시한 기업에는 매수세가 집중됐다.
또한 EBITDA와 같은 현금흐름 지표가 강조되면서 자금조달 환경 악화에 대한 시장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고금리·지정학 리스크 환경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투자자들이 기존의 PER(주가수익비율)보다 현금창출력 지표를 중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파운드화가 달러당 1.33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경계감과 영국 성장률 둔화 전망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통상 파운드 약세는 수출주에 호재이나, 원자재·부품을 달러로 결제하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높여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
요약하면, 이번 FTSE 100 실적 시즌은 ‘전망의 질’이 주가를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사주 매입·배당 확대 같은 확실한 주주환원책을 제시한 기업이 시장 신뢰를 얻었으며, 거시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투자자들은 보다 현금화 가능한 수익과 안정적 배당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