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C, 인스타카트의 AI 기반 가격 도구 조사 착수…시간외 주가 약 10% 하락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인스타카트(Instacart)의 인공지능(AI) 기반 가격 책정 도구에 대해 조사를 개시했다는 복수의 관계자들의 전언이 로이터 통신을 통해 전해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인스타카트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약 10% 하락했다.

2025년 12월 17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FTC는 인스타카트에 civil investigative demand를 발송했으며 조사 대상은 인스타카트가 소매업체에 제공하는 AI 가격 실험 도구인 Eversight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소프트웨어는 Eversight로, 소매업체가 AI를 활용해 서로 다른 가격을 실험하고 소비자 반응을 측정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이 도구를 통해 인스타카트 플랫폼에 입점한 소매업체들은 특정 품목군의 가격을 상향 또는 하향 조정한 뒤 매출과 반응을 비교할 수 있다. 인스타카트의 설명에 따르면 Eversight를 도입한 식료품점은 매출 1~3%의 성장을 경험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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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불거진 계기는 비영리 단체들인 Groundwork Collaborative, Consumer Reports, More Perfect Union가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다. 해당 연구는 437명의 쇼퍼가 인스타카트에서 4개 도시의 가격을 확인한 결과, 동일한 상점의 동일한 품목에 대해서도 소비자마다 가격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평균적으로 동일한 장바구니의 총가격은 약 7%의 차이를 보였고, 일부 사례에서는 최대 23%까지 다른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받는 경우가 발견됐다.

“어떤 쇼퍼들은 정확히 같은 품목을, 정확히 같은 상점에서, 정확히 같은 시간에 다른 쇼퍼보다 최대 23% 높은 가격을 보았다”

인스타카트 측 설명은 Eversight를 통해 수행된 가격 실험은 수요 변동이나 사용자의 개별 데이터·행동을 기반으로 한 동적 가격책정(dynamic pricing)과 달리 무작위화(randomized)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또한 해당 기업은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은 유통업체들이 설정하며 인스타카트는 판매자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할 뿐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형 유통업체인 타깃(Target)의 경우 예외로, 인스타카트는 공개된 타깃의 가격 정보를 스크래핑(scraping)해 자체 마진을 더해 플랫폼 가격을 표시한다고 인스타카트는 설명했다. 타깃 측은 인스타카트와 제휴 관계가 없으며 타깃이 인스타카트의 가격을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규제 당국의 입장과 정치적 배경

FTC는 성명에서 “잠재적 혹은 진행 중인 조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오랜 정책이 있다”면서도 “인스타카트의 가격 정책 관련 언론 보도에 많은 미국인들처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한 조사 개시는 불법 행위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며 모든 FTC 조사 결과가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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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는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은 시기에 이뤄졌다. 미국 내 높은 생활비 문제는 유권자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로 남아 있으며, 이러한 경제적 부담은 지난 11월의 주·지방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돕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과 일부 의원들은 소비자들이 기술에 의해 가격 차별을 당하고 있는지를 문제 삼고 있다.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Chuck Schumer)은 연구 결과가 공개된 뒤 FTC에 서한을 보내 “소비자들은 자신이 가격 실험에 포함되어 있는지를 알 권리가 있다”며 FTC가 시각적으로 잘 보이는 화면 표기를 요구할 것을 촉구했다.


디지털 가격 책정 관행에 대한 지속적인 규제 관심

FTC의 이번 조사는 AI와 데이터 기반 가격 책정 관행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는 가운데 이뤄진다. 지난해 FTC(의장 리나 칸(Lina Khan))는 마스터카드(Mastercard),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액센츄어(Accenture), 맥킨지(McKinsey & Co.) 등 다수의 기업에 이들이 기업 고객에 제공하는 가격 분석·할인 맞춤화 도구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FTC 직원들은 1월에 발간한 예비 보고서에서 일부 도구가 과거 구매 이력, 위치 정보, 온라인 활동 등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을 추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예비 보고서는 주(州) 입법자들 사이에서 기술을 이용한 가격 책정 관행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일부 주에서는 이른바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는 관행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FTC의 조사는 이 같은 규제 논의를 한층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적 해설 및 용어 설명

civil investigative demand(민사 조사 요구)는 미국에서 규제기관이 기업에 문서·증거·증언을 요구할 때 사용하는 공식적인 절차 문서다. 이는 형사 기소와 달리 민사적 수준의 조사 단계에서 발부되며 대상 기업은 요구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 절차 자체가 즉시 불법 행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Eversight는 소매업체가 서로 다른 가격을 무작위로 제시해 소비자 반응을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가격 실험 도구다. 무작위화된 가격 실험은 표본에 따라 일부 소비자에게만 다른 가격을 노출시켜 결과를 통계적으로 비교하는 방식이다. 이는 전통적 의미의 수요 기반 동적 가격책정(예: 실시간 수요·공급 변화나 개인의 행동 데이터를 통해 가격을 실시간 조정하는 방식)과는 목적과 방법이 다르다. 다만 소비자 관점에서는 어느 방식이든 자신도 모르게 다른 가격을 제시받는다는 점에서 불만이 발생할 수 있다.


경제·시장 영향 분석

규제조사와 여론의 압박은 인스타카트를 비롯한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가격 정책과 수익 모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발표로 인스타카트의 주가가 시간외에서 약 10% 하락했고, 추가 약세가 있을 경우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과 투자 심리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소매업체들이 온라인-오프라인 가격 일치(가격 패리티·price parity) 정책을 강화하거나 온라인 마진을 축소해 소비자 불만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규제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소매업체와 플랫폼은 가격 실험 도구의 사용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 고지 강화, 실험 대상과 범위의 축소, 가격 조정 로그의 공개 혹은 독립적 감사 절차 도입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플랫폼과 소매업체의 매출 구조에 부담을 주겠지만, 소비자 신뢰 회복에는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정책 측면에서는 FTC의 이번 조사가 선례가 되어 AI 기반 가격 책정에 대한 규제 원칙을 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들은 가격 결정에 사용하는 알고리즘의 투명성, 데이터 사용의 최소화, 소비자 보호 장치 도입 등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효율성, 경쟁 구조, 소비자 후생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론

이번 FTC 조사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격 책정 관행이 규제 및 정치적 관심사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 개시는 불법성을 단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조사 결과와 규제 방향은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가격 정책, 소매업체의 마진 전략, 소비자 신뢰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관련 업계와 투자자, 정책입안자들은 향후 조사 진행 상황과 FTC의 판단, 그리고 이와 연계된 입법 움직임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