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일론 머스크 소유의 소셜미디어 X에 대해 진행 중이던 디지털 투명성 규정 위반 조사를 잠정 중단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2025년 7월 17일, 로이터 통신이 전한 FT 기사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현재 진행 중인 EU-미국 무역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X에 대한 최종 결론을 미루기로 했다.
세 명의 EU 관계자 발언을 인용한 FT는, 당초 집행위가 여름 휴회 전에 결론을 내릴 계획이었으나 ※휴회: EU 집행위가 8월 초·중순에 가지는 공식 휴가 기간 협상 상황을 고려해 법적 시한을 넘길 것이라고 전했다. 결정은 양측 무역 협상의 윤곽이 명확해진 뒤에야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서비스법(DSA)과 ‘6% 매출 과징금’
EU 기술 규제 당국은 2024년 “X가 디지털서비스법(DSA)상 온라인 콘텐츠 의무를 위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DSA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불법 콘텐츠 차단·투명성 보고·광고 알고리즘 공개 등을 의무화하는 법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으며, 상습 위반 시 유럽 내 서비스 중단 명령이 내려질 수도 있다.
집행위 대변인은 로이터에 보낸 이메일에서 “절차는 계속 진행 중이며, 현재 협상 중인 무역 대화와는 무관하게 집행된다“고 선을 그었다.
X(구 트위터)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전문가 분석 — ‘규제·외교’ 두 축에서 신중 모드
EU가 조사 시점을 조정한 배경에 대해 브뤼셀 소재 로펌들의 규제 전문 변호사들은 “DSA 첫 대형 제재가 미국 플랫폼을 겨냥할 경우, 병행 중인 무역 협상에서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EU는 이미 2023년 메타·구글·애플 등 미국 빅테크를 대상으로 새 규제를 잇달아 적용해 왔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통상 협상 카드로 비칠 위험이 있다.
반면 시민단체와 일부 유럽 의원들은 “규제 일정을 미루는 행위 자체가 DSA의 신뢰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로 DSA는 정치적 고려와 무관하게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법 집행’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디지털서비스법(DSA) 용어 설명
디지털서비스법(DSA)는 2023년 11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EU 법률로, 1) 온라인 불법 콘텐츠 신속 제거, 2) 알고리즘·광고 투명성 보고, 3) 위험 평가 및 완화 의무 등을 담고 있다. 월간 이용자 4,500만 명 이상 ‘매우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VLOP)’은 특별 의무 대상이다. X는 2023년 4분기 기준 유럽 내 월간 이용자가 5,400만 명으로, VLOP에 해당한다.
즉, X가 게시물 삭제·알고리즘 공개 등에서 투명성 보고서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거나, 악성 정보 확산 방지책을 미흡하게 운영할 경우 수조 원대 과징금이 현실화될 수 있다.
향후 전망
브뤼셀 관가에서는 집행위가 미·EU 무역 협상 결렬 또는 지연 시, 조사 결과 발표를 재가동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특히 2025년 하반기 EU 집행위원장 교체를 앞두고 있어, 규제 기조가 더 강경해질지 주목된다.
한편, 미국 의회 일부 의원들은 EU의 빅테크 겨냥 규제를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며 상호 보복을 시사해 왔다. 무역 협상과 DSA 집행이 맞물리면서 기술·통상 이슈가 더욱 정치화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EU의 최종 판단은 디지털 규제의 글로벌 기준과 양자 통상 관계 모두에 파급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 역시 유럽 시장을 겨냥한다면 DSA와 관련한 투명성 보고·콘텐츠 관리 의무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