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회의 앞두고 채권 금리 하락에 뉴욕증시 상승

월가가 다시 한 번 ‘채권 금리 하락→주가 상승’의 전형적인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0.47% 오른 채 마감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11% 상승했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100지수 역시 0.84% 올라 3대 지수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장 마감 후 거래되는 9월물 E-미니 S&P500 선물은 0.43%, 9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80% 각각 상승했다.

2025년 9월 1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17~18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최소 25bp(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100% 확신하고 있다. (bp, basis point는 0.01%p) 이에 따라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4.04%로 2bp 내려앉으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되살아났다.

FOMC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로, 기준금리·유동성·경기전망을 좌우한다. 이번 회의 이후 시장은 연말까지 총 68bp의 추가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은 성장주·기술주, 특히 ‘메가캡(Big Tech)’과 반도체주에 자금 유입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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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중 무역긴장은 일부 업종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중국 상무부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XN)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히자, 해당 종목은 2% 넘게 떨어졌다.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이 엔비디아의 2020년 멜라녹스 인수건이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지적한 사실도 반도체 업종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미국 경제지표는 엇갈렸다. 9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가 전월 대비 20.6포인트 급락한 –8.7(시장 예상 5.0)로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며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최근 나온 고용·물가 지표가 대체로 둔화 추세를 나타내면서 연준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전환 전망이 우세해졌다.

중국 경기 둔화 역시 글로벌 성장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8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5.2% 증가해 시장 예상치(5.6%)에 못 미쳤고, 소매판매(3.4% 증가)도 기대(3.8%)를 밑돌았다. 실업률은 5.3%로 6개월 만에 다시 상승했다. 신규주택가격은 27개월 연속 하락세(–0.3% m/m)가 이어졌다.

이번 주 장세의 열쇠는 미국 8월 소매판매·산업생산·주택지표 그리고 18일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 달려 있다. 시장 컨센서스는 소매판매 0.3% 증가, 자동차 제외 소매판매 0.4% 증가, 산업생산 0.3% 감소다. 또한 19일 발표되는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4만 건으로 직전 주보다 2만3000건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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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시장에서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10월 28~29일 FOMC에서도 추가 25bp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8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해외 증시는 혼조를 보였다. 유로스톡스50은 0.92% 올라 3주 만의 최고치를 찍은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26% 하락했다. 일본 니케이225는 ‘노인 존경의 날’ 휴일로 휴장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12월물 10년 만기 T-노트 선물이 6틱 상승했다. T-노트는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대표적 중장기 국채로, 글로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대통령이 Fed 이사(쿠크)를 해임하려 한다는 보도와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소속 스티븐 미런이 Fed 이사 겸직을 원한다는 소식은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를 자극해 채권 가격 상승폭을 제한했다.

유럽 금리도 하향 안정됐다. 독일 10년물 분트 금리는 2.691%로 2.4bp,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4.633%로 3.8bp 각각 하락했다. ECB(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 이사벨 슈나벨은 “서비스·식품·재정정책 등으로 인해 물가 상방 위험이 우세하다”며 현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 로베르트 코허도 “추가 인하 싸이클이 사실상 끝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주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했다. 공공부채 증가와 정치 불안이 이유였다.

종목별로는 메가캡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랠리를 주도했다. 시티그룹이 목표가를 280달러로 높인 알파벳(GOOGL)은 4% 넘게 올랐고, 일론 머스크가 10억 달러어치를 매수한 테슬라(TSLA)는 3% 이상 상승했다. 아마존(AMZN)·메타(META)·마이크로소프트(MSFT)·애플(AAPL)도 1% 이상 올랐다.

ASML(6%↑)·인텔(INTC, 3%↑)·KLA(2%↑)를 비롯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램리서치(LRCX)·글로벌파운드리즈(GFS)·ARM·AMD·브로드컴(AVGO) 등 주요 반도체주가 1% 이상 상승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목표가를 215달러로 상향한 시게이트테크놀로지(STX)는 7% 급등했고, 웨스턴디지털(WDC)도 4% 넘게 뛰었다.

반면 기업 분할 가능성이 제기된 코르테바(CTVA)는 5% 이상 급락하며 S&P500 내 최악의 성적을 냈다. 반덤핑 조사 소식이 전해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XN)는 2% 넘게 밀렸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해설
• T-노트(Treasury Note) :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만기 2~10년의 중기 국채.
• FOMC : 연준 산하 통화정책회의로 연 8회 개최돼 기준금리·양적완화 기조를 결정한다.
• bp : basis point의 약자로 0.01%포인트.
• 메가캡(Mega-cap) : 시가총액 2000억 달러 이상 초대형주.

기자 관전평 : 인플레이션 완화와 경기 둔화가 교차하는 ‘골디락스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성장주 랠리는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중 갈등과 유럽의 정치·재정 불안이 잠재적 변동성 요인으로 남아 있어 포트폴리오 분산과 위험관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