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하루 앞두고 국채 수익률 하락에 힘입어 일제히 상승하며 마감했다. 16일(현지시간) S&P 500 지수는 전장 대비 0.47% 상승한 5,418.26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11% 오른 39,550.44에, 나스닥 100 지수는 0.84% 뛴 19,912.30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S&P 500과 나스닥 100은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써 시장 전반의 위험자산 선호를 보여 줬다.
2025년 9월 16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랠리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T-노트) 수익률이 2bp 낮아진 4.04%로 떨어진 것이 결정적 동력이었다. 채권 수익률 하락은 주식의 상대적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며, 투자자들은 17~18일 열리는 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의 25bp(0.25%p) 기준금리 인하가 확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25bp 인하 확률을 100%, 50bp 인하 가능성을 5%로 반영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총 68bp 인하를 가격에 내재하고 있다.
선물시장에서도 낙관론이 이어졌다. 9월물 E-mini S&P 500 선물은 0.43%, 9월물 E-mini 나스닥 선물은 0.80% 각각 상승했다. 특히 기술 대형주와 반도체주가 지수를 견인했다. 알파벳은 씨티그룹이 목표주가를 225달러에서 280달러로 상향 조정한 덕분에 4% 넘게 급등했고,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10억 달러어치 자사주를 추가 매입한 사실이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확인되면서 3% 이상 올랐다. 아마존, 메타 플랫폼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도 1% 이상 강세를 기록했다.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 기대와 기술주의 실적 모멘텀, 그리고 채권시장의 안도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위험자산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라는 것이 월가 관계자들의 대체적 평가다.
그러나 모든 종목이 웃은 것은 아니다. 중국 상무부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생산 특정 반도체에 대해 반덤핑 조사 착수를 공식 발표하면서 TI 주가는 2% 이상 떨어졌다. 또한 중국은 엔비디아의 2020년 멜라녹스(Mellanox) 인수 건이 반독점법에 위배됐다며 제재 가능성을 시사해, 미·중 반도체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였다.
미국 경제지표는 엇갈렸다. 9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전월 대비 20.6포인트 급락한 –8.7을 기록해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시장 예상: +5.0).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됐다는 점은 향후 Fed가 더욱 완화적 스탠스를 택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강화시키는 요인이다.
중국의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5.2%(예상 5.6%), 소매판매는 3.4%(예상 3.8%)로 모두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같은 달 실업률도 5.3%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신규 주택가격은 27개월 연속 하락세(-0.3% m/m)를 이어갔다.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자극하며 상품 시장과 일부 경기민감주에는 부담이 됐다.
이번 주 주요 일정은 17일 발표될 8월 미국 소매판매(+0.3% 예상)와 제외 자동차 소매판매(+0.4% 예상), 8월 제조업생산(–0.3% 예상), 9월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 주택시장지수(+1p 예상) 등이다. 18일 FOMC 결과 발표 후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19일에는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 건수가 24만 건으로 전주 대비 2만 3천 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시장에서는 12월물 10년 T-노트 선물이 6틱 상승하며 1주일 만에 반등했다. T-노트 수익률은 2.8bp 내려 4.036%를 기록했다. 이는 제조업지수 부진과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린 결과다. 다만 주식시장 상승 흐름이 채권가격 상승폭을 제한했다.
미국 반면 유럽 채권금리도 동반 하락했다. 10년 만기 독일 국채금리는 2.4bp 떨어진 2.691%, 영국 길트 금리는 3.8bp 하락한 4.633%를 나타냈다. 유럽중앙은행(ECB) 위원인 로베르트 홀츠만(오스트리아)은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막바지에 도달했다”고 언급했으며, 이사인 이자벨 슈나벨도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여전한 만큼 당분간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피치가 지난 13일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해 유럽 재정리스크가 부각됐다.
스왑 시장은 ECB가 10월 3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 인하할 확률을 3%로만 반영, 유의미한 변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개별 종목 흐름
반도체주 전반이 강세였다. 네덜란드 ASML은 6% 이상 급등하며 나스닥 100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인텔과 KLA도 각각 3%, 2% 넘게 뛰었으며,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리서치, 글로벌파운드리스, ARM홀딩스, AMD, 브로드컴 역시 1%대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인공지능(AI)·고성능 컴퓨팅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지탱한 것으로 풀이된다.
S&P 500 내에서는 씨게이트 테크놀로지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목표주가 상향(170달러 → 215달러)에 힘입어 7% 넘게 급등했으며, 웨스턴디지털도 BoA가 100달러에서 123달러로 목표주가를 높이자 4% 이상 올랐다.
오라클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틱톡 미국 사업’과 관련해 중국과의 잠재적 합의 가능성을 언급한 뒤 3% 넘게 상승했다. 산업재 섹터에서는 이튼(Eaton)이 멜리어스리서치가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하면서 2%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면 씨드·농약 사업 분할설이 제기된 코르테바는 –5% 급락해 S&P 500에서 낙폭 1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TKO 그룹은 1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해 1%대 상승했으며, 빌더스퍼스트소스는 웨드부시가 ‘아웃퍼폼’에서 ‘뉴트럴’로 하향 조정하자 2% 이상 떨어졌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헬스케어 리얼티 트러스트 역시 각각 투자 의견 하향 조정으로 약세를 보였다.
용어·배경 설명1
1 10년 만기 T-노트는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10년짜리 채권을 말하며, ‘수익률(Yield)’은 채권 가격과 반비례로 움직여 금리 지표로 활용된다.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제조업 경기 체감 지표로, 0을 기준으로 플러스는 확장, 마이너스는 위축을 의미한다. E-mini 선물은 CME가 소액 계약 단위로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한 지수 선물로, 개인투자자 참여가 활발한 상품이다.
전망 및 시사점
시장은 “연준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완화에 나설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bp 인하는 기정사실로 여겨지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톤과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표)가 추가 금리 경로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전망이다. 또한 중국 경기 둔화와 미·중 기술패권 갈등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수요 전망에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들은 관련 헤드라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