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ch, 미국 국가신용등급 ‘AA+’로 유지…전망도 ‘안정적’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미국장기 외화 표시 발행자 디폴트 등급(ISSUER DEFAULT RATING, IDR)을 기존과 동일한 ‘AA+’확인(affirm)하고 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다.

2025년 8월 22일, 로이터(Reuters)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정기 검토 결과에서 1미국 연방정부의 신용도를 다시 한 번 ‘AA+’로 고정했다. 이는 2023년 8월 약 12년 만에 미국 등급을 ‘AAA’에서 한 단계 내린 이후에도 추가 하향 조정은 필요치 않다는 판단을 재확인한 것이다.

피치는 등급 유지 결정의 이유로 세계 최대의 경제 규모, 깊이 있는 자본시장, 기축통화(달러)의 국제적 위상 등을 제시했다. 반면, 높은 일반정부(Government) 부채 비율과 빈번한 재정·부채 한도 협상이 미국의 신용도에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➊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체계와 ‘AA+’ 의미

국제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국가·기업·금융상품 등에 대해 ‘AAA’(최고)부터 ‘D’(채무불이행)까지 22단계로 신용도를 매긴다. ‘AA+’는 ‘AAA’보다 한 단계 낮지만 여전히 최상위권에 속하는 등급으로, 채무불이행 위험이 매우 낮음을 뜻한다.

등급을 보완하는 전망(outlook) ‘안정적’은 향후 12~24개월 내 등급 변동 가능성이 낮음을 의미한다. 만약 피치가 ‘부정적(negative)’ 전망을 부여했다면 추가 강등 위험이 커졌다는 신호로 해석되지만, 이번 발표로 단기간 내 재강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었다.


➋ 시장과 정책에 미치는 파장

“신용등급은 정부·기업·투자기관이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되는 조달금리(이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등급 변동이 국채 수익률, 달러 가치, 글로벌 자산 가격 등에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기존 등급을 유지했기에 단기적인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2023년 등급 강등 직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일시 급등했고, 주식시장 변동성(VIX)이 확대됐던 사실을 거론한다. 다만 “지금은 투자자들이 이미 ‘AA+’를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위험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➌ 미 연방정부 부채 규모와 재정정책

피치는 높은 정부 부채비율을 여전히 우려했다. 미국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연방정부 부채는 GDP 대비 120%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막대한 부채에도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거래되는 이유는 미국 경제의 기축통화 지위, 견고한 법제도, 풍부한 유동성 덕분이다.

그러나 부채한도 협상이 의회에서 반복적으로 교착상태에 빠지며, 일시적 셧다운(정부 업무 정지)·디폴트 위기 등 정치적 리스크가 재현되고 있다. 피치는 “정책 불확실성이 신용도 개선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➍ ‘AA+’ 등급 유지가 시사하는 바

첫째, 글로벌 투자자 신뢰 회복이다. 국제투자자들은 여전히 미 재무부 채권을 유동성과 안전성이 가장 높은 자산으로 간주한다. 등급 유지 결정이 확인되면서, 단기 자금시장에서의 자금조달 비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완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둘째, 달러 패권의 지속이다. 달러는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하향된다고 달러 기축통화 지위가 곧바로 흔들리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재정수지 악화·정치 불확실성이 누적될 경우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 연준(Fed)의 통화정책과 연계한 논의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재정 지속 가능성국채 발행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등급 유지로 금리 인상 압력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➎ 전문 용어 해설

1) ISSUER DEFAULT RATING(IDR): 발행자의 전반적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신용평가 지표로, 특정 개별 채권이 아닌 발행자 자체에 부여되는 등급이다.

2) 기축통화(Reserve Currency): 국제 무역 결제·투자·보유자산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통화를 의미한다. 현재 달러, 유로, 엔, 파운드, 위안 등이 이에 해당한다.

3) 부채한도(Debt Ceiling): 미국 의회가 설정한 연방정부 총부채 상한선으로, 이를 넘어서면 국채 발행이 제한돼 디폴트 위험이 대두된다.


➏ 기자 코멘트

전문가 시각에서 볼 때, 이번 ‘AA+’ 유지 결정은 시장에 안도감을 제공하면서도 미국 정부가 재정 건전성 확보와 정치 리스크 완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음을 재차 확인시켰다. 특히 장기금리 상승세가 구조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재정·통화·정치 요인의 복합 관리가 미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향후 의회가 부채한도를 둘러싼 대립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재정 프레임워크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피치뿐 아니라 무디스(Moody’s)·S&P도 추가 하향을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중장기적 재정 통제와 성장 전략이 구체화되면 등급 회복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결국 이번 발표는 “안도 속 경고”로 요약된다. 시장은 당장의 충격을 피했지만, ‘AA+’라는 경고등이 꺼진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의회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재정 균형과 거버넌스 개선을 도모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