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거품이 실리콘밸리 전체를 감싸는 듯하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장세다. 제품 디자인 협업 소프트웨어 업체 Figma(심볼: FIG)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31일(현지시간), 주가는 공모가(33달러) 대비 250% 급등하며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2025년 7월 3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IPO(기업공개)로 인덱스벤처스, 그레이록, 클라이너 퍼킨스, 세쿼이아캐피털 등 4대 벤처캐피털은 보유지분 평가액이 총 240억 달러(약 31조5,000억 원)에 달하게 됐다.
최근 몇 년간 고물가와 금리 인상 탓에 기술기업 상장이 사실상 멈춰 섰던 가운데,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 인근을 회복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반전한 상황이다. Figma의 상장은 이 같은 변화의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 용어 풀이: IPO·록업·스테이블코인
IPO는 ‘Initial Public Offering’의 약자로, 비상장 기업이 처음으로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 매각하는 절차다. 상장 직후 대주주 지분 매각을 제한하는 기간을 ‘록업(lock-up) 기간’이라 하며, 일반적으로 180일이 관례다. 한편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통화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를 의미한다.
Figma는 기존 공모가 밴드(28~32달러)를 상단보다 1달러 높은 33달러로 확정한 뒤 상장 당일 최고 116달러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은 678억 달러로, 2022년 어도비(Adobe)가 제시했던 인수금액(200억 달러)의 세 배 이상이 됐다.
딜런 필드(Dylan Field) CEO는 2012년 대학을 중퇴하고 회사를 공동 창업한 인물로, 현재 보유 지분 가치는 60억 달러를 웃돈다. 인덱스벤처스의 파트너이자 초기 투자자 대니 리머(Danny Rimer)는 블로그에서 “2023년 영국 규제 당국의 반대로 어도비 인수가 무산됐을 때도 필드는 흔들림 없이 제품 개발에 매진했다”고 회고했다.
이번 IPO로 회사는 12억 달러를 조달했는데, 이 중 3분의 2가 기존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대부분의 주식은 180일간 매각이 금지돼 있어 현재 가치는 ‘장부상 평가액’일 뿐이다.
🚀 연이어 터지는 빅딜…VC 회수 국면 가속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이 6월 상장 직후 두 배 뛰면서 IDG캐피털, 제너럴캐털리스트, 악셀, 브레이어캐피털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총 120억 달러로 불어났다. 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CoreWeave) 역시 3월 상장 후 주가가 세 배 가까이 상승하며 시총 560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2021년 이후 끊겼던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가 본격 재개되는 분위기다. 플로리다대 제이 리터 교수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미국 VC 지원 기업 IPO는 155건(604억 달러)이었으나 2022년 13건, 2023년 18건, 2024년 30건(133억 달러)으로 급감했었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연기금·재단 등 출자자(LP)로부터 ‘현금 회수 압박’을 받아 왔는데, Figma·서클·코어위브의 잇단 성공이 숨통을 틔웠다는 평가다.
“Figma 상장은 ‘홍수의 문을 여는 사건’이 될 것이다.” — 린 마틴(Lynn Martin) 뉴욕증권거래소 사장
📊 첫날 급등 논란…“돈을 남에게 준 셈”
한편 벤치마크의 빌 걸리(Bill Gurley) 파트너는 X(옛 트위터)에서 “대형 고객을 둔 투자은행들이 공모가를 낮게 책정해 특혜를 줬다”며 첫날 주가 급등(IPO Pop)을 비판했다. 그는 “33달러에 산 투자은행 VIP 고객이 하루 만에 90달러 이상에 팔 수 있다”며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 기자의 시각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도 Figma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인수합병(M&A)이 좌절돼도 IPO라는 대안이 존재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둘째, 커뮤니티 중심 제품 전략이 글로벌 스케일의 성장을 견인했다. 셋째, 치열한 경쟁 규제 환경에서도 ‘독자 노선’이 더 높은 기업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교훈을 던진다.
물론 록업 해제 이후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과, 금융당국의 적극적 규제(예: EU·영국 경쟁당국)의 재개 여부는 변수다. 그러나 시장에 ‘상장 가능성 회복’이라는 강력한 모멘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초기 투자자들의 찬사
그레이록의 존 릴리(John Lilly)는 “Figma의 제품, 커뮤니티, 장인정신이 전 세계 디자인 방식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클라이너 퍼킨스의 마문 하미드(Mamoon Hamid)는 “초기 사용자 커뮤니티의 열정을 보고 성공을 확신했다”고 회고했다. 세쿼이아의 앤드류 리드(Andrew Reed)는 X를 통해 “가장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팀”이라며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상장으로 ‘Figma-Adobe 합병 무산’이라는 과거의 불확실성은 역설적으로 더 높은 시가총액으로 돌아왔다. 향후 6개월 뒤 록업 해제와 함께 VC들의 대규모 매물이 쏟아질지, 혹은 성장 기대가 주가를 지탱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