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기반 협업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Figma가 뉴욕증권거래소(NYSE) 데뷔 첫날 공모가 33달러 대비 세 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상장했다.
2025년 7월 31일(현지시간),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Figma 주식은 첫 거래에서 주당 85달러에 체결돼 약 5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형성했다. 이후 주가는 112달러선을 돌파하며 일시 매매가 정지(서킷 브레이커)되기도 했다.
이번 상장(IPO)은 2022년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위축됐던 기술기업 공모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올해 들어 온라인 은행 Chime,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Circle, 인공지능(Infrastructure) 기업 CoreWeave 등 굵직한 기술 스타트업들이 증시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헬스테크 분야의 Hinge Health·Omada Health도 상장 대열에 합류했다.
상장 전야 Figma는 공모가를 33달러로 확정했다. 앞서 회사는 “주당 25~28달러”(7월 24일), 이어 “30~32달러”(7월 28일)로 공모가 밴드를 두 차례 상향했으며, 결국 최고가 범위를 1달러 초과한 수준에서 최종 확정했다. 이번 공모로 약 12억 달러를 조달했으며, 자금 대부분은 그레이락 파트너스, 인덱스벤처스, 클라이너퍼킨스, 세쿼이아캐피털 등 기존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딜런 필드(Dylan Field) CEO(33)는 상장 당일 CNBC ‘스쿼크 박스’ 인터뷰에서 “주가는 한 순간의 지표일 뿐이며, 우리는 사명에 집중해 고객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우선순위를 지켜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개장가 기준 그의 보유 지분 가치는 45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Adobe 인수 무산과 Figma의 성장 궤적
2022년 어도비(Adobe)가 Figma를 20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나, 2023년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경쟁 저해 우려를 제기하면서 거래가 최종 철회됐다. 시장에서는 “거대 플랫폼 의존 없이 독자적 상장에 나선 것은 제품 경쟁력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Figma는 웹 기반 협업 디자인 툴로 잘 알려져 있다. 사용자는 별도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 디지털 화이트보드, 모바일·웹 앱 UI 디자인을 실시간으로 공동 편집할 수 있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월간 활성 사용자는 1,300만 명 이상이며, 이 가운데 비(非)디자이너 비중이 약 67%에 달한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넷플릭스·우버 등 글로벌 기업이 고객사로 이름을 올렸다.
Figma 2025·2Q 예비 실적: 매출 2억4,700만~2억5,000만 달러, 전년 대비 40% 성장. 영업이익 900만~1,200만 달러.
또 2025년 3월 31일 기준 1,000개 이상의 고객사가 연간 1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어 견조한 기업 고객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공모시장 ‘해빙기’ 전망
뉴욕증권거래소 린 마틴(Lynn Martin) 사장은 “Figma가 전날 가격 결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도 주문 장부에 매수세가 대거 남아 있다”며 “이번 흥행이 빗장을 풀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용어 설명
• IPO(Initial Public Offering): 비상장 기업이 최초로 주식을 공개해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절차.
•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달러 등 법정통화 가치에 연동돼 변동성을 낮춘 암호화폐.
• 서킷 브레이커: 주가가 급등락해 시장 교란이 우려될 때 거래소가 일시적으로 매매를 중단하는 제도.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기술기업의 상장 라인이 본격 재개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 둔화와 인공지능·핀테크·클라우드 등 성장 섹터에 대한 수요가 맞물리면서, 벤처캐피털(VC)과 기관투자자들이 ‘상장 프리미엄’을 재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2020~2021년 ‘밸류에이션 버블’ 재현을 우려한다. 실제로 공모가 대비 200% 이상 상승한 종목들이 단기 과열 구간에 진입할 경우, 추후 락업(의무보유) 해제와 금리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변수
Figma의 경쟁력은 웹 기반 멀티 유저 실시간 협업이라는 차별화된 아키텍처에 있다. 로컬 설치형 디자인 툴 대비 버전 관리가 용이하고, 비개발자와 기획자도 직관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대기업·스타트업 양 측에서 수요를 견인했다.
시장에서는 생성형 AI(Generative AI) 기능을 디자인 협업 환경에 접목할 경우, UX·UI 제작 프로세스가 더욱 자동화되고 고객사당 지출(ARPU)이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반면, 어도비·캔바(Canva) 등 후발·기존 경쟁사가 AI 기능을 빠르게 통합하며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경우, Figma의 신규 고객 확보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상장 후 첫 실적 발표에서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을 얼마나 방어하느냐 ▲AI 투자 확대와 영업·마케팅 비용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 속 M&A 가능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등이다.
Figma는 2012년 설립 이후 CNBC ‘2025 디스럽터 50’ 리스트 45위에 올라 혁신성을 공인받았다. 필드 CEO는 “제품 역량과 고객 만족이 주가보다 우선”이라는 원칙을 강조하며, 상장 이후에도 장기 교섭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번 IPO로 확보한 현금력이 연구개발(R&D)과 해외 진출, 데이터 센터 인프라 확충에 투입될 경우, 클라우드 기반 협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