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MA, 주 정부 테러 방지 보조금 중 최소 10%를 이민자 체포 지원에 의무 배정 지시

워싱턴발 ―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각 주(州)에 지급되는 테러 방지 목적의 연방 보조금 가운데 최소 10%를 불법 체류‧추방 대상 이민자 체포 지원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이민 단속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연방 기관의 본래 임무를 이민 집행이라는 정치적 목표에 결합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2025년 7월 2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FEMA는 ‘Homeland Security Grant Program’(HSGP·국토안보 보조금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주 정부 대상 테러 대비‧대응 기금의 사용 지침을 전격 수정했다. 각 주는 총 3억7,330만 달러(약 4,800억 원) 규모로 편성된 올해분 HSGP를 신청(마감일 8월 11일)함에 있어, 기금의 최소 10%를 ‘모든 입국‧체류 불가 또는 추방 대상 외국인(alien)’ 단속과 관련된 사업에 편성해야만 한다.

“주 정부는 본 기금을 이용해 이민자 구금 시설 건설, 주 경찰과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간 합동단속 프로그램 구축 등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관련 행정명령을 지원하는 조치를 이행할 수 있다.” ― FEMA 공지문


FEMA·HSGP는 어떤 기관·프로그램인가

FEMA는 재난 발생 시 구조, 구호, 복구를 총괄하는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 기관이다. HSGP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주 및 지방정부의 테러 예방·대응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의회가 편성한 교부금 제도다. 지금까지는 감시 카메라 설치, 화학소방장비 구입, 사이버 보안 시스템 구축 등 순수 테러 대비 프로젝트에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이번 지침 변경으로 FEMA는 본연의 ‘재난·테러 대비’ 임무 외에 이민 단속이라는 정치적 과제를 사실상 떠안게 됐다. 재난 대응 예산을 이민 정책과 연결하려는 시도는 전례가 드물어, 정책적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주 정부 재정 압박 심화 우려

HSGP는 미국 50개 주에 매년 자동 배분되는 몇 안 되는 연방 직접 지원금이다. 주 정부 예산 담당자들은 “기존 예산은 이미 테러 대비 장비 교체와 신기술 도입에 빡빡하게 배정돼 있다”며 “이민 단속용으로 별도 10%를 떼면 실제 테러 대비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뉴욕주 비상관리국 관계자는 로이터에 “도시 고밀도 지역은 테러 위험이 높은데, 카메라 업그레이드‧화재진압 거품 소화기 등 필수 장비 교체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백악관‧FEMA 책임 소재 공방

로이터는 백악관 대변인실에 ‘의회가 승인한 테러 대응 예산을 이민 단속에 전용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질의를 보냈다. 백악관은 답변 대신 FEMA로 문의를 돌렸다. 이는 사실상 FEMA가 정책 결정 부담을 떠안은 형국이다.

전직 FEMA 관리들은 “행정부가 특정 정책 목표를 위해 기존 재난대응 예산 구조를 바꾼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장기적으로 FEMA가 재난 현장에서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적‧정치적 논란 가능성

공화당 주지사들은 환영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민주당 및 일부 공화당 온건파 주지사들은 “연방정부의 정치적 의제를 위해 주 정부 재정·치안 전략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 정부가 의회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제시한다.

시민단체와 인권 변호사들은 “테러 대비 예산을 이용해 이민자 구금 시설 확대나 지역 경찰의 이민 단속 참여를 촉진하는 것은 공익적 목적의 전용(cap)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자의 시각: 재난대응과 이민정책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재난 관리’라는 기술 행정 분야를 ‘국경 통제’라는 정치 이슈와 직결시킨 대표 사례다. 국토안보 정책 연구자들은 재난 대응 역량의 축소, 주-연방 갈등, 인권 침해 논란이라는 세 가지 위험 요소를 지적한다. 향후 의회가 FEMA 예산 심사 과정에서 정책 목적별 예산 라인 아이템 구분을 더욱 엄격히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민 단속 강화’ 메시지를 유권자에게 각인시키려는 선거 전략적 측면도 배제하기 어렵다. 주 정부가 연방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보조금 삭감이라는 재정적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해, 사실상 ‘재정적 강제(force)’ 요인이 작동한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설명

FEMA(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허리케인·지진·홍수·산불 등 자연재해와 테러·방사능 사고 등 인위적 재난을 통합 관리하는 미국 연방 기관. 1979년 설립 후 2003년 국토안보부(DHS) 소속으로 편입됐다.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이민·세관 단속을 전담하는 DHS 산하 수사기관. 입국 심사, 불법 이민자 체포·추방, 인신매매 단속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HSGP(Homeland Security Grant Program): 9·11 테러 이후 창설된 주·지방정부 대상 국토안보 보조금. 테러 대비 인프라, 사이버 보안, 응급 대응 장비 확보 등에 쓰인다.


향후 관전 포인트

1) 주 정부 신청 마감일(8월 11일) 전까지 각 주가 어떤 편성 계획을 제출할지, 2) 의회의 예산 전용 여부에 대한 감사·청문회 착수 가능성, 3) 민간단체 소송 제기 동향이 단기적 변수가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재난 대비 예산이 실제 테러 위험을 더 낮출지, 아니면 국경 단속만 강화할지 향후 통계 데이터를 통해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번 FEMA 지침은 ‘테러 방지’와 ‘이민 통제’라는 두 정책 영역이 충돌·융합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주 정부와 연방정부, 그리고 유권자들의 선택이 미국 재난 대응 체계의 미래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