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5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반등했다. S&P 500 지수는 전장 대비 1.47% 상승 마감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1.34% 뛰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지수는 1.87% 올라 3대 지수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날 9월물 E-미니 S&P 선물은 1.58%, 9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1.96% 급등하며 장중 강세 흐름을 견인했다.
2025년 8월 5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전 거래일 급락 여파를 딛고 증시가 강하게 반등한 배경에는 두 가지 재료가 자리한다. 첫째, ‘매그니피션트 세븐’으로 불리는 초대형 기술주의 호실적 랠리가 투자 심리를 되살렸고, 둘째,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부진한 고용·제조업 지표가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는 점이다. 실제로 연방기금선물시장에서 9월 FOMC에서 25bp(0.25%포인트) 인하가 단행될 확률은 지표 발표 전 40%에서 90%로 급등했다.
같은 날 발표된 6월 미국 공장주문은 전월 대비 4.8% 감소해 5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으나, 운송장비를 제외한 주문은 0.4%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0.3%)를 웃돌았다. 이는 자동차·항공기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할 경우 제조업 기저 수요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주 급락은 과도했다는 평가가 많다. Fed가 경기 둔화를 인정하고 선제 완화를 선택한다면 기술주와 반도체주 중심의 위험자산 회복 탄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월가 익명의 전략가 분석도 나온다.
정책 변수: 美·트럼프발(發) 관세 인상 카드
관세 이슈도 증시에 변동성을 불러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인도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규모로 도입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일부 품목 관세를 25%에서 35%로 상향했고, 무역흑자국에는 1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글로벌 최저관세 10%’ 방침도 예고했다. Bloomberg Economics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가 모두 시행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은 2024년 2.3%에서 15.2%로 치솟는다.
이번 주 주목할 경제·물가 지표
시장은 6월 무역수지(예상 -611억 달러), 7월 ISM 서비스 지수(예상 51.5),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예상 22만1000건), 그리고 2분기 비농업 생산성·단위노동비용 발표를 앞두고 있다. Fed가 중시하는 고용·생산성 데이터가 추가로 약화될 경우, 10월 FOMC(70% 인하 가능성 반영)까지 완화 기대는 이어질 전망이다.
채권시장: 안전자산 선호, 10년물 금리 1개월 최저
9월 만기 미 국채 10년물 가격은 5.5틱 상승했고, 수익률은 전장 대비 2.4bp 하락한 4.192%로 마감했다. 전일 급락한 유가(WTI -1%)와 유럽 국채 강세가 미 국채 매수세를 부추겼다. 다만 주식시장 급반등에 따른 위험선호 회복이 채권 매입을 일부 제약했다. 이번 주 미국 재무부는 3·10·30년 만기 총 1250억 달러 규모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어서 공급 부담도 상존한다.
유럽·아시아 증시 혼조
유럽 Stoxx50 지수는 1.49% 급등했지만, 일본 닛케이225는 1.25% 떨어지며 1주일 반 만의 저점을 기록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66% 상승했다. 같은 날 발표된 유로존 8월 센틱스 투자자 신뢰지수는 -3.7로 예상치(6.9)보다 부진, ECB(유럽중앙은행)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스왑시장에서 15%로 반영됐다.
🖥️ 종목별 움직임: 기술·반도체주 급등
매그니피션트 세븐 기술주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Nvidia·Alphabet·Meta Platforms가 3% 이상 급등했고, Microsoft·Tesla는 2% 넘게 뛰었다. Apple도 0.48% 상승했다. 반도체 섹터에서는 Broadcom·KLA가 3%대, AMD·마이크론·마벨·램리서치가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ARM,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ASML도 1% 이상 올랐다.
인수·합병(M&A) 소식도 주목받았다. 사무가구 업체 스틸케이스는 HNI가 주당 18.30달러, 거래 총액 22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주가가 60% 폭등했다. 애완동물 진단기업 아이덱스 랩(IDEXX)은 2분기 매출(11억1000만 달러)과 연간 주당순이익(EPS) 가이던스(12.40~12.76달러)를 상향 조정, 27% 급등해 S&P 500·나스닥100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가구·인테리어 전자상거래 업체 웨이페어는 2분기 조정 EPS가 0.87달러(컨센서스 0.33달러)를 크게 웃돌며 11% 상승했다. 음원 스트리밍 스포티파이는 중동·아프리카·남미 등에서 프리미엄 요금을 인상한다고 발표해 5% 올랐다.
반면, 전력 반도체 기업 온세미컨덕터는 3분기 조정 총마진 전망치(36.5~38.5%)가 시장 평균(37.7%)에 못 미치면서 16% 급락, S&P 500·나스닥100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화학기업 라이온델바젤(-4%), 브루커(-8%), 버크셔 해서웨이 B주(-3%) 등도 실적 부진 여파로 하락했다.
📌 다음 발표 예정 실적(8월 5일)
AMD, 캐터필러, 듀폰,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인터내셔널 플레이버스&프래그런시스 등 대형주가 줄줄이 실적을 내놓는다. 시장은 ▲AI 서버 수요,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가 압력, ▲중국·유럽 경기 둔화가 실적 가이던스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 및 의미
본지 취재진은 “금리 인하 베팅이 빠르게 과열될 경우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트럼프발 관세 인상이 무역 파트너국의 보복 관세로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재상승과 공급망 교란이 동반돼 Fed의 통화 완화 경로가 다시 꼬일 위험도 있다. 반면, 2분기 S&P 500의 실적 성장률이 9.1%로 4년 만의 최고에 근접한 만큼, 실적 모멘텀과 정책 완화 기대가 동시에 작동하는 ‘골디락스(완만한 성장·낮은 물가) 구간’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E-미니 선물은 CME(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소형 지수선물로, S&P 500·나스닥100·다우 등과 연동돼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한다. 매그니피션트 세븐은 미국 시가총액 상위 7개 기술 대형주(Nvidia, Apple, Microsoft, Alphabet, Amazon, Meta, Tesla)를 일컫는다. 이들의 시총은 S&P 500 전체 비중의 30% 내외를 차지해 지수 방향을 좌우한다. 단위노동비용(Unit Labor Cost)은 기업이 생산물 한 단위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를 뜻하며, 인플레이션 선행지표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