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까운 측근을 연방준비제도(Fed)에 심어 헤드라인을 장식하겠다’는 기대를 품었다면, 백악관 경제 고문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의 단독 반대(dissent) 표결과 시장 컨센서스를 한참 밑도는 금리 전망은 그 목표를 충분히 달성한 셈이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란은 취임 직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포인트(50bp) 인하를 요구하며 홀로 반대표를 던졌다. 나머지 11명의 투표권자—그중에는 불과 몇 주 전 회의에서 반대를 행사했던 트럼프 지명 인사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와 미셸 보우먼(Michelle Bowman)도 포함—는 0.25%포인트 인하에 뜻을 모아 미란의 시도는 무산됐다.
앞서 12일에 선서를 마친 미란은 이틀간 경제 여건과 통화정책 정상화 경로를 놓고 활발한 토론에 참여했다. 그러나 둘째 날 의결에서 그는 단호히 ‘빅컷’(Big Cut)을 주장했고, 이를 반영하듯 연준 점도표(dot plot)에 연말까지 추가 1.25%포인트 인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남겼다. 이는 다른 정책위원 누구보다도 공격적인 기조다.
“50bp 지지 거의 없었다” — 파월 의장 발언
“오늘 50bp 인하를 지지하는 광범위한 공감대는 전혀 없었다.” — 제롬 파월(Fed 의장)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재가속 위험과 고용시장 둔화 위험 사이를 헤쳐 나가는 것은 본질적으로 어려운 작업이며, 견해 차이는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 회의에서 높은 수준의 단결로 행동했다”며 내부 결속을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미란 외에 월러·보우먼도 재차 반대를 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두 사람은 결국 ‘새내기’ 미란과 거리를 둠으로써 연준의 독립성 수호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는 평가다. TD증권 애널리스트들은 “미란의 2025년 점도(2.875%)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조해 온 ‘정책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빠르게 되돌리라’는 주문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점도표(dot plot)’란?
점도표는 각 연준 위원이 향후 금리 전망을 점(dot)으로 표시한 자료로, 시장이 ‘연준 내부 온도계’로 활용한다. 미란의 점은 다른 위원들의 견해에서 크게 튀어나와 있어
“마치 ‘자기 주장용 표식’처럼 보일 것” — 브라이언 제이컵슨(Annex Wealth Management 수석이코노미스트)
라는 촌평이 나왔다.
정치적 압력 논란, 파월의 답변
‘백악관 참모가 연준 내부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질문에 대해 파월 의장은 “단 한 표가 판도를 바꾸려면 데이터와 경제에 대한 탁월한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연준의 DNA이며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연준 내부 규정에 따라 미란은 18일(금)까지 공개 발언이 제한된다. 금요일 이후 그가 어떤 데이터 해석과 정책 논리를 들고 나올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미란의 경제관: 관세·이민 단속, 인플레이션 관계없다?
청문회 당시 미란은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는 근거는 전혀 없으며, 이민 단속이 주거 수요를 축소해 물가를 낮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FOMC에서 제출된 물가 전망에는 물가 하향 근거가 새로 반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란의 점도는 연말 기준 다른 위원이 적절하다고 본 수준 대비 0.75%포인트 더 낮았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신호 보내기’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5년 2.9% 점도라니, 누굴 떠올리게 하는가? 논리적이지 않다.” — 앤디 브레너(NatAlliance 부회장)
전문가 통찰: 시장·정책적 함의
이번 사례는 ‘한 명의 보수적 비둘기’가 헤드라인을 주도할 수 있으나 실질적인 정책 궤도는 바꾸기 어렵다는 현실을 또 한 번 보여줬다. 특히 ‘정치적 친분’이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연준 내부 절차와 투명성이 워낙 견고하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은 제한적이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연준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간헐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미란의 향후 연설, 특히 데이터 해석 방식과 물가 전망을 주시하면서 ‘빅컷 논리’가 실제로 동력을 얻을지를 가늠할 필요가 있다. 10월과 12월 예정된 FOMC가 추가 인하 신호를 내놓을 경우 달러 약세·장단기 금리차 재확대 등 파급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최근 인플레이션 재급등률(코어 PCE 3.4%)과 실업률 3.9%의 미묘한 균형 속에서, 연준 위원 개개인의 물가·고용 전망 차이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시장은 ‘한두 점의 이탈’을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보다, 추세적 신호인지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 dissent(디센트):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다수 의견과 다른 소수·개별 위원이 공식적으로 기록하는 반대 표결.
※ dot plot(점도표): FOMC 위원 19명이 향후 세 차례 연말 정책금리를 전망해 점으로 표시한 도표로, 개인별 익명 점이며 중앙값·분포를 통해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