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A, 항공관제 데이터 수집·전달 체계 전면 개편 추진…‘공통 자동화 플랫폼’ 도입 모색

워싱턴미 연방항공청(FAA)이 항공교통관제사가 비행 데이터를 수신·처리하고 공역 내에서 항공기를 시설 간에 이관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기 위해, 단일한 차세대 공통 자동화 플랫폼(Common Automation Platform, 이하 CAP)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관제 데이터의 통합·표준화를 통해 안전성, 처리 용량, 운영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2025년 11월 20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FAA는 현재의 항로(en route) 및 터미널(terminal) 관제 시스템을 하나의 첨단 단일 플랫폼으로 대체하는 제안요청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관제사가 접수하는 비행 계획·레이더·기상·충돌 경보 등 핵심 데이터의 흐름을 일원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접근은 시설 간 항공기 인계 절차의 단순화와 데이터 동기화 지연 해소를 겨냥한다.

미 의회는 $12.5억 달러(12.5 billion) 규모의 예산을 2025년 7월 승인해, 노후화된 미 항공관제 인프라 전반의 개편과 관제사 채용 확대를 뒷받침했다. 션 더피(Sean Duffy) 교통부 장관은 이와 별도로 항공교통관제 개혁을 위해 추가 $190억 달러의 재정 투입을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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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 장관은 FAA가 때로는 예비 부품을 구하기 위해 eBay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장비가 노후했고, 올여름 내내 반복된 기술적 문제가 항공교통 흐름을 심각하게 교란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유지보수 체계와 공급망의 취약성이 현장 운영에 직접적인 위험요인으로 이어졌음을 시사한다.

미 정부의 지난해 보고서는 FAA의 항공관제 통신 시스템 138개51개가 ‘지속 불가능’(unsustainable)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 결과는 부품 단종, 사이버 보안 요건 상향, 상호운용성 저하 등 복합 리스크가 누적돼 왔음을 반영한다.

FAA는 현행 항로 및 터미널 체계를 대체하는 단일의 공통 자동화 플랫폼(CAP) 구축을 위한 산업계 제안을 원한다고 밝혔다. 목표는 다양한 관제 현장—항로관제센터부터 공항 접근관제(TRACON)와 관제탑에 이르기까지—에 산재한 데이터·애플리케이션의 통합 아키텍처공통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FAA는 항공기 추적과 관제에 두 개의 핵심 시스템을 병행 운용하고 있다. 하나는 ERAMEn Route Automation Modernization으로, 다른 하나는 STARSStandard Terminal Automation Replacement System다. 두 시스템은 설계 목적과 운영 환경이 달라 데이터 구조와 인터페이스, 업데이트 주기가 상이해 현장 간 이관 시 추가적인 절차와 교육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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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M은 FAA 산하 20개 항로관제센터(Air Route Traffic Control Centers, ARTCC)에서 고고도 항공편의 흐름을 관리하며 공항 간 항공기 항법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제공한다. 반면 STARS는 공항 인근 터미널 레이더 접근관제(TRACONTerminal Radar Approach Control)와 공항 관제탑에서 항공기를 추적한다.

STARS는 특히 항공기 시퀀싱(이착륙 순서 지정), 충돌 경보, 기상 업데이트 제공 등 공항 접근·이륙 단계에서의 전술적 관제 기능을 담당한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역사적으로 합리적이었으나, 데이터 사일로를 고착화해 관제사가 시스템 간 정보를 대조·해석해야 하는 부담을 남겼다.

FAA는 분절된 플랫폼을 단일·현대적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한편, 과거에는 활주로 안전 유도등(runway safety lighting)의 신규 시스템 도입을 위한 의견 수렴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항공흐름관리(ATFM)와 지상 이동 안전까지 포함하는 전주기 관제 최적화를 겨냥한 연속적 현대화 로드맵의 일부로 해석된다.


조달·사업 구조 측면에서, FAA는 올해 9월 로이터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관제 시스템 개편 사업을 총괄할 ‘프라임 인티그레이터’(prime integrator) 선정을 위해 두 후보가 경쟁 중이라고 밝혔다. 프라임 인티그레이터는 다수의 하도급·전문 솔루션을 묶어 전체 시스템 통합을 책임지는 주사업자다.

후보로는 페라톤(Peraton, 사모펀드 베리타스 캐피털 소유)과, 파슨스(Parsons)가 IBM과 파트너십을 맺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국가안보·인프라 영역에서 대형 시스템 통합 경험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사이버 보안, 실시간 데이터 처리, 확장성 역량이 핵심 평가 요소가 될 전망이다.

더피 장관은 이번 주 브라이언 베드퍼드(Bryan Bedford) FAA 청장과 함께, 최종 선정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수주 내 면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고위 정책·예산 결정을 수반하는 국가 기간 인프라 현대화 사업인 만큼, 백악관 차원의 조율이 요구되는 절차로 풀이된다.


용어 풀이 및 맥락

항로(en route) 관제: 공항을 떠나 항로에 진입한 항공기를 고고도에서 광역으로 분리·관리하는 단계다. 터미널(terminal) 관제는 공항 반경 내 접근·이륙 구간의 전술 관제를 말한다. 두 환경은 감시센서·교통밀도·수평·수직 분리 기준이 달라 시스템 요구사항이 상이하다.

ERAMEn Route Automation Modernization: 항로관제센터의 핵심 자동화 시스템으로 항법 보조, 항적 융합, 항로 충돌 경보의 기반을 제공한다. STARSStandard Terminal Automation Replacement System: 접근·이륙 단계 항공기 추적, 시퀀싱, 단기 충돌 경보, 기상 알림에 특화된 터미널 자동화 시스템이다.

TRACONTerminal Radar Approach Control: 레이더 기반 접근관제 기관으로, 관제탑과 연동해 공항 접근 흐름을 정렬·분리한다.


전문적 관점: CAP 통합의 의미와 과제

CAP로의 전환은 인적 오류 가능성 저감, 교차훈련 부담 완화, 복잡 공역에서의 용량 개선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 단일 UI와 공통 데이터 모델이 구현되면, 관제사는 시설 전환 시 재학습 비용이 줄고, 시스템 간 지연·불일치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름철 기상 교란 시, 항로↔터미널 간 신속한 플로우 재설계가 가능해져 지연 전파를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만 대규모 전환 리스크는 필연적이다. 노후·이기종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퇴역시키는 동안 이중 운영(dual ops)으로 복잡성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으며, 사이버 보안 기준 상향에 맞춘 제로트러스트 아키텍처, 실시간 장애 격리페일오버 설계가 관건이 된다. 또한 관제 현장의 사용자 수용성(UX), 교육 기간, 인증 절차가 일정의 결정 변수가 된다.

예산 측면에서는 $12.5억 + $190억 요구는 핵심 기간망 교체,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자원 확충, 감시센서·네트워크 현대화까지 포함한 전주기 비용을 시사한다. 다만 투입 대비 효과는 지연 비용 감소, 연료·탄소 배출 절감, 돌발상황 회복력 향상 등으로 회수될 여지가 크다. 통합 조달을 맡을 프라임 인티그레이터 선정은 개방형 표준 채택벤더 종속 최소화를 어느 수준으로 달성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결론적으로, FAA의 CAP 추진은 미국 항공관제의 세대교체를 예고한다. 제도·예산·기술·인력이 얽힌 복합 과제이지만, 데이터 일원화와 자동화 고도화가 성공적으로 구현될 경우, 공항 혼잡·항공기 지연 문제의 구조적 완화와 안전 여유도 증대라는 전략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