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EV) 대중화라는 거대한 전환점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더딘 수요 확산과 정책 변화가 맞물리며 완성차 기업들의 수익성을 흔들고 있다.
2025년 10월 1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7,500달러에 달하던 연방 EV 세액공제가 9월 종료된 이후, 완성차 업체들은 재고 소진을 위해 자체 재원을 투입한 각종 인센티브 경쟁에 돌입했다.
이러한 인센티브는 2025년 7월 EV 평균거래가격(ATP)의 16%까지 정점을 찍었고, 9월에도 여전히 15% 이상(8,900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동일 기간 전체 미국 경승용차 인센티브 비중(7.4%)의 두 배가 넘는 수치로, 코로나19 이전 평균치(10%)를 훌쩍 뛰어넘는다.
‘ATP’란 무엇인가?
ATP(Average Transaction Price, 평균거래가격)는 실제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할 때 지불한 평균 금액을 뜻한다. 제조사가 제시하는 권장소비자가격(MSRP)과 달리 할인‧인센티브가 모두 반영된 ‘실거래가’여서, 이 지표가 높을수록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업계 인센티브 비용도 급증한다.
인센티브 확대의 배경
GM과 포드(Ford)는 한때 금융 자회사를 이용해 선납금 형태로 세액공제액을 ‘선지급’하는 우회 전략을 꾀했으나, 정치권 압박으로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대신 양사는 경쟁적인 리스 요금과 현금 보조를 내걸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형 ‘아이오닉 5’에 7,500달러 현금 인센티브를 적용했으며, 2026년형 모델 가격은 약 1만 달러 인하했다. 스텔란티스(Stellantis) 역시 세액공제 공백을 상쇄하기 위한 공격적 할인에 나섰다.
코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 산업 인사이트 디렉터 스테파니 발데스 스트리티는 “EV 인센티브 비중이 팬데믹 이전 10%에서 15% 이상으로 급등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EV 평균 가격(58,124달러, 2025년 9월 기준)이 내연기관차 평균(47,962달러)보다 약 1만 달러 높아, 가격 격차를 메우기 위한 ‘필연적 악(惡)’으로서 인센티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규모 인센티브는 기업의 순이익(Net Margin)을 잠식한다.
디트로이트의 해법: 돌아온 ‘쉐보레 볼트’
수익 악화를 막으려면 ‘진정으로 저렴한 EV 모델’ 출시가 필수적이다. GM은 이에 대한 답으로 2026년 초 신형 쉐보레 볼트(Chevrolet Bolt)를 공개했다.
볼트는 2017년 첫 출시 당시 준수한 주행거리와 만만찮은 가격 경쟁력으로 호평받았으나, 대규모 배터리 리콜 여파로 2023년 단종됐다. 그러나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던 바로 그 해 단종되면서 ‘저가 EV 부재’ 공백이 커졌다. GM은 이를 메우기 위해 2세대 모델을 준비했고, 외형은 기존과 유사하되 충전 속도를 3배 향상시켰다.
가격은 LT 트림 28,995달러, RS 트림 32,000달러, 중간 LT 패키지 29,990달러로 미국 시장에서 발표된 EV 중 ‘가장 저렴한 가격대’를 기록했다. 다만 한정 기간 판매라는 제약이 존재한다.
경쟁사의 대응: 테슬라와 순수 EV 스타트업의 고민
테슬라(Tesla)는 ‘모델 Y 스탠다드’와 ‘모델 3 스탠다드’와 같은 옵션 축소 버전을 내놓아 가격을 각각 39,990달러(배송료 제외), 38,630달러로 5,000달러 수준 인하했다. 하지만 사양 축소가 매력도를 떨어뜨려 상위 트림 판매를 잠식할 위험이 지적된다.
리비안(Rivian)·루시드(Lucid) 등 순수 EV 기업은 내연기관차 라인업이 없어, EV 부문의 손실을 상쇄할 ‘캐시카우’가 부재하다. 투자자들은 몇 분기 동안 실적 변동성과 더 큰 적자를 감내할 가능성이 높다.
전망과 투자 시사점
전문가들은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가격대의 매력적인 EV’가 대안임을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그러나 배터리 원가, 충전 인프라, 규제 변화 등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어 단기간에 실현되기는 어렵다.
결국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인내가 요구된다. GM의 볼트 재출시는 분명 긍정적 신호지만, 시장 전체로 확대되기 전까지는 업계 전반의 ‘EV 적자 폭’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편, GM·포드처럼 다각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전통 완성차 업체는 손실 흡수력이 더 높지만, 스타트업 및 전용 EV 제조사는 자금 조달과 수익성 방어가 최대 변수로 부상한다.
용어 설명 및 참고 지표
1연방 세액공제(Federal Tax Credit): 미국 연방 정부가 친환경차 구매자에게 돌려주는 세금 환급액. 2025년 9월 종료되며, 최대 7,500달러까지 제공됐다.
2인센티브: 제조사 또는 딜러가 차량 판매 촉진을 위해 제공하는 현금 할인, 리스 보조, 무상 옵션 등을 포괄한다.
3평균거래가격(ATP):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한 평균 구매 금액. 제조사 권장가 대비 할인·인센티브가 반영돼 시장 체감 가격을 보여준다.
*본 기사에는 나스닥닷컴, 코스 오토모티브, 켈리블루북 등 공개 자료가 인용되었다. 모든 수치는 기사 작성 시점을 기준으로 하며, 향후 변동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