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930억 유로 규모 美 수입품 보복관세안 회원국에 상정…8월 1일 30% 美 관세 앞두고 막바지 협상

브뤼셀발 관세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930억 유로(약 1,09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 관세(counter-tariffs) 목록을 단일화해 회원국 승인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23일 밝혔다.

2025년 7월 2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집행위는 27개 회원국에 해당 안건을 회람하는 동시에, 마로슈 셰프초비치 무역 담당 집행위원이 같은 날 오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화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U 집행위는 “8월 1일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30%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협상 타결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세 리스트 ‘이원화→단일화’…930억 유로 전면 압박

집행위는 당초 210억 유로와 720억 유로, 두 갈래로 나뉘어 있던 관세 후보군을 하나의 목록으로 통합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악의 경우 8월 7일 발효될 수 있다. 다만 집행위는 “협상 여지가 남아 있는 한 실제 발동 시점을 늦추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보복 관세’란 상대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자국도 맞대응 관세를 매기는 무역 정책 수단을 의미한다. 일반 관세와 달리, 보복 관세는 대외 정치·외교적 메시지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시장 변동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日-美 ‘15% 기본세율’ 합의가 변수

집행위는 최근 미국-일본 간 예비 합의에서 도출된 15% 기본세율이 협상에 긍정적 여지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IMD경영대학원의 사이먼 이버넷 교수는 “‘일본이 얻은 수준’이 EU 협상 목표의 하한선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시사했던 더 높은 관세율보다 완화된 조건이 도출됐음을 주목했다.

유럽 증시 ‘완만한 안도 랠리’

트럼프 대통령이 EU와의 거래 가능성을 언급하자, 23일 유럽 주요 증시는 1% 이상 상승했다. 특히 자동차 섹터가 강세를 주도했는데, 이는 EU 완성차와 부품 업체들이 관세 리스크 완화 기대에 반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EU 외교관들은 공식 논평을 자제하면서도, 미-일 합의문을 정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미국산 쌀 수입을 늘리는 대신, 자국 농산물 기존 관세는 유지했다는 대목이 특히 관심사다.

시장·기업에 미칠 영향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유럽 자동차, 기계, 항공, 농수산업 전반이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1 기업들은 공급망 재편, 2 가격 인상, 3 투자 연기 등 복합적 대응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협상이 타결되면 연말까지 경기·수요 전망이 재차 상향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증권사 리서치 노트의 공통된 시각이다.


전문가 진단 및 전망

무역전쟁이 반복되면 글로벌 공급망은 장기적으로 ‘탈국가화’ 흐름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는 관세 리스크를 줄이려는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지역별 블록화로 대응하는 흐름을 의미한다.

한편, 유럽 내부에서는 미국의 30% 관세가 실제 발효될 가능성을 ‘50% 이하’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셰프초비치 위원 역시 “미국이 일본과 거래한 직후 EU에 즉각적으로 더 강경한 조건을 들이밀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달러-유로 환율은 보도 시점 기준 1달러당 0.8524유로로 집계됐다. 이는 관세 협상 낙관론이 반영된 결과로, 단기적 변동성이 확대한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용어 설명

카운터 타리프(counter-tariff)는 상대국이 일방적으로 매긴 관세(보통 ‘징벌적 관세’라 불린다)에 대응해 맞불 성격으로 부과되는 관세다.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안에서 ‘보복 조치’로 분류되며, 보통 양자 간 협상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사용된다.

향후 일정

EU 집행위가 작성한 보복 관세안은 회원국 이사회 표결 절차를 거친 뒤 최종 확정된다. 절차상 최종 발효일은 8월 7일이나, 협상 타결 시 자동 유예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이 예고한 30% 관세는 8월 1일부터 즉시 발효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1주일이 분수령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