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ENHAGEN/코펜하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 경쟁총국의 기욤 로리오(Guillaume Loriot) 합병 담당 부국장이 “EU의 엄격한 합병 규제(merger control)는 통신사업자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데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로리오 부국장은 코펜하겐에서 열린 콘퍼런스 현장에서 “규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시장 지배력(market power)이 관건”이라며 업계가 제기해온 규제 완화 요구에 반박했다.
앞서 10월 28일, 유럽 주요 통신사 20여 곳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미·중 통신사와의 경쟁, 디지털 인프라 투자 확대”를 이유로 합병 심사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요구는 EU 당국이 ‘4→3 합병’, 즉 동일 시장의 사업자 수를 4개에서 3개로 줄이는 대형 거래에 유독 엄격한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합병 심사는 규모를 제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부당한 시장 지배력 형성이 우려될 때만 개입한다.” – 기욤 로리오 EU 집행위 부국장
로리오 부국장은 “과도한 시장 지배력이 발생하지 않는 한, 합병 통제는 규모 확장의 걸림돌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특히 “스타트업(start-up)·혁신 기업 인수에 대해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지만, 대부분의 거래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해설: ‘4→3 합병’이란?
‘4→3 합병(four-to-three merger)’은 한 국가 또는 지역 시장에서 네 곳이던 주요 사업자가 세 곳으로 줄어드는 구조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4→3 합병이 성사되면 남은 업체들의 협상력·가격 결정력이 커져 소비자 요금 인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U 경쟁총국이 해당 유형의 거래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의 불만과 EU의 시각 차이
유럽 통신사들은 “광대역·5G·클라우드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선 시장 재편과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EU 집행위는 “규모가 투자를 담보하지 않으며, 오히려 경쟁 약화가 장기적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본다.
아시아·미국 경쟁사와 비교
유럽 법인은 대부분 국가 단위로 분절돼 있지만, 미국·중국 대형 통신사는 광범위한 단일 시장에서 운영되며 수익성·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 격차가 유럽 업체들에 ‘합병 통한 체급 확대’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EU 집행위가 주목하는 ‘혁신 플레이어’ 인수
로리오 부국장은 “스타트업·혁신 기업의 선제적 인수(killer acquisition)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형 기업이 잠재적인 미래 경쟁자를 미리 인수해 시장 진입 자체를 차단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그는 “대다수 스타트업 인수는 문제 소지가 없지만, 초기(nascent) 시장에서는 경쟁 잠재력을 해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경쟁총국이 이런 거래를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향후 전망 및 시사점
• EU 집행위는 통신 분야에서도 ‘규모 필요성’과 ‘경쟁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모색 중이다.
• 업계는 행정 절차 간소화와 심사 기간 단축을 요구하지만, 시장 지배력 및 소비자 보호라는 기본 원칙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스타트업 인수 규제 강화는 핀테크·인공지능·클라우드 등 신흥 분야 전반에 적용될 수 있어 ICT 업계 전반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발언은 EU 당국이 ‘통신사 규모 확대=투자 촉진’이라는 업계 논리를 전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단, 혁신 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한 심사 강화가 지나친 행정 부담으로 이어질 경우, 오히려 기술 경쟁력 제고에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성자: Foo Yun Chee, 편집: Kirsten Donovan | 한글 번역·정리: AI저널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