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유럽연합(EU)에 30%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EU가 본격적인 대응 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2025년 7월 18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발표한 8월 1일 마감 시한을 연기할 의사가 없다고 재확인했고, 이에 따라 유럽 측은 협상을 지속하는 한편 보복 관세를 포함한 다각적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다.
미국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러비트는 기자회견에서 “EU는 협상에 ‘매우 적극적’이며, 자국 노동자와 기업에 피해를 주어 온 관세·비관세 장벽을 낮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은 시한 연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TACO’ 별칭도 재차 언급됐다. 이는 ‘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결국 물러선다)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초기 고율 관세 발표 후 결국 완화하거나 연기한 전례를 비꼬는 투자자·관측통 사이의 은어다.*※은어(슬랭)로 공식 용어는 아님.
EU의 ‘4단계 대응 전략’
미하우 바라노프스키 폴란드 경제개발·기술부 차관은 CNBC ‘Europe Early Edition’ 인터뷰에서 EU 전략을 네 단계로 정리했다.
“첫째 선의의 협상, 둘째 보복 관세 준비, 셋째 동일 피해국 간 정보 교환, 넷째 EU 경쟁력 강화” — 미하우 바라노프스키
보복 관세안에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기존 대응책과 함께 최대 720억 유로 규모 ‘상호주의 패키지’가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EU와 미국의 경제 관계는 상호 의존도가 가장 높은 만큼, 어느 쪽도 일방적 승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양측은 전 세계 상품·서비스 교역의 약 30%, 전 세계 GDP의 43%를 차지한다는 EU 이사회 통계를 들었다.
자동차 관세 ‘맞불 카드’
EU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인용해,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상호 감축하는 ‘티트포탯(tit-for-tat)’ 제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EU가 미국산 자동차에 매기는 10% 관세를 철폐하는 대신, 미국이 자국 관세를 20% 미만으로 낮추는 조건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해당 기사에 “논평을 자제한다”고만 답했다.
미국은 올해 초 25% 자동차·부품 관세를 단행해 유럽 완성차업체에 직격탄을 날렸다. 대표적으로 스웨덴 볼보(Volvo Cars)는 2분기 영업이익 급락을 발표하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업계는 이번 실적 시즌이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배경·용어 해설
1) 비관세 장벽(NTB)은 관세 외에도 수입 절차, 안전·환경 규제 등을 통해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를 총칭한다.
2) 티트포탯 전략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의 상호 대응을 의미한다. 관세 분야에서 한쪽이 관세를 인하하거나 인상하면 상대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치를 취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3) 치킨 게임(Game of Chicken)은 양측이 극한 대립 속에서 물러서지 않을 경우 모두 손해를 보는 게임 이론을 의미한다. 무역 분쟁에서 자주 인용된다.
전문가 시각
이번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럽 제조업, 특히 자동차·철강 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반면 미국 소비자 가격 인상과 공급망 교란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관세 보복보다는 구조적 협상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상호 의존적 거대 경제권 사이의 정치적 변수에 주목했다.
시장에서는 8월 1일 이전 단기 봉합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 계산이 변수로 꼽힌다. 과거 사례처럼 ‘TACO’ 시나리오가 반복될지, 아니면 실질적 고율 관세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EU 내부에서는 디지털세, 보조금 규제 등 비관세 이슈도 병행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향후 포괄적 무역협정 논의에 복합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무역 전문가들은 “세계 교역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양 블록의 충돌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