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Reuters) — 유럽연합(EU) 통상 담당 집행위원 마로시 셰프초비치가 호주 자원부 장관 메들린 킹과의 회담에서 호주 자원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 투자와 장기 오프테이크(off-take) 계약, 그리고 공동 투자 등 다양한 방식의 참여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EU가 호주 내 프로젝트에 대해 직접적이고 전략적인 재정적 관여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위한 실질적 협력 확대에 무게를 뒀다.
2025년 11월 21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EU 무역 사절단의 호주 방문 일정 중 목요일 킹 장관과 면담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EU-호주 자유무역협정(FTAFree Trade Agreement) 타결을 위한 협의를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에는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과 관련된 조항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으며, EU 측의 장기 수급 확보와 호주의 투자 유치라는 이해가 맞물린다는 점이 부각됐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호주 프로젝트와 관련해 EU가 관심을 갖는 후보군을 이미 1차적으로 추렸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공식적인 관심을 표명할 프로젝트 1차 선정을 이미 마쳤다. 그 목록은 매우, 매우 조만간 공개될 것이다.”
그는 또한 EU가 핵심 광물 공급 안정성을 다루는 방식에서 일본의 선례로부터 배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광산과 정제시설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공급망을 관리해 온 점에 주목하면서, EU 역시 그와 유사한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우리도 그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
셰프초비치는 유럽이 최근 수년 동안 특정 의존성 때문에 치른 대가를 상기시키며, 특히 러시아산 석유·가스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급하게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크게 치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반도체(칩)와 일부 핵심 원자재 영역에서 공급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지난 몇 년간 의존성 때문에 너무 큰 비용을 지불했다. 러시아산 석유·가스에서 시작됐고, 급히 다변화해야 했을 때 우리가 얼마나 비싸게 치렀는지 모두가 안다. 지금은 칩과 일부 핵심 원자재에서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본다.”
EU-호주 FTA에 관해서 그는 “모멘텀이 커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멜버른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셰프초비치는 내년 초에 또 한 차례의 협상 라운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2023년 시도된 FTA 타결은 불발됐다. 당시 호주 정부(캔버라)는 농산물의 대EU 수출 확대를 강하게 요구했으며, EU는 호주산 핵심 광물 접근성 제고와 제조업 제품 관세 인하를 원해 이해가 엇갈린 바 있다.
핵심 쟁점과 의미
첫째, EU가 언급한 지분 투자, 장기 오프테이크 계약, 공동 투자는 자원안보 전략에서 서로 다른 리스크-수익 프로필을 갖는다. 지분 투자는 프로젝트의 소유·의사결정에 참여해 수급 안정과 수익 공유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으나, 자본 투입과 규제 리스크가 크다. 오프테이크 계약은 특정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자원을 장기간에 걸쳐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약정으로, 가격·물량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며 때로는 선급금·금융 지원과 연계된다. 공동 투자는 공공·민간, 또는 지역 간 파트너가 함께 리스크를 분담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선호된다.
용어 해설: 오프테이크 계약
오프테이크(off-take) 계약은 광산·에너지 등 자원 분야에서 흔한 구조로, 생산 개시 전부터 장기 구매 의향을 확약해 프로젝트의 금융 조달을 용이하게 한다. 구매자는 공급 안정성과 가격 확정성을, 생산자는 매출 가시성을 확보한다. 이러한 계약은 공급망 교란이나 가격 변동성이 큰 시기에 특히 유용하다.
핵심 광물과 공급망
기사에서 언급된 핵심 광물은 전기차 배터리·재생에너지·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 필수적인 원자재를 가리키는 포괄적 용어다. EU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한다고 밝힌 대목은, 광산 개발과 정제(가공) 단계 모두에 전략적 참여함으로써 공급망의 상·하류를 연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특정 지역 편중을 낮추고,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완충 장치를 마련하려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유럽의 교훈과 정책 방향
셰프초비치가 지적했듯, 유럽은 러시아산 석유·가스 의존에서 급히 벗어나는 과정에서 비용을 지불했다. 이 경험은 사전적 다변화와 원천-정제-제조의 연계 투자를 통한 결속도 높은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정책적 함의를 남겼다. 반도체와 일부 원자재에서의 공급 압박 언급은, EU가 핵심 기술·자원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 환경을 면밀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협상 지형: EU-호주 FTA
EU-호주 FTA의 쟁점 축은 호주의 농산물 시장 접근성 확대와 EU의 핵심 광물·제조업 관세 문제다. 2023년 불발 사례가 있기에, 셰프초비치가 언급한 “모멘텀”은 협상 프레임 재정렬 또는 상호 양보 여지 탐색의 신호로 읽힌다. 다만 구체적 쟁점의 합의 수준과 타결 시기는 추후 라운드에서 가시화될 전망이다.
실무적 관전 포인트
첫째, EU가 곧 공개하겠다고 한 관심 프로젝트 목록의 범위와 성격은 정책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광산 단계 중심인지, 정제·가공 인프라까지 포괄하는지, 그리고 지분·오프테이크·공동 투자의 조합이 어떻게 설계되는지가 핵심이다. 둘째, 가격·환경·지역사회 관련 조항은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며, 조달 기준의 투명성은 투자 안정성을 좌우한다. 셋째, 내년 초 예고된 협상 라운드에서 농산물 시장 접근과 관세 문제가 어떤 교환조건으로 맞물리는지가 FTA의 향배를 가를 전망이다.
정책적 함의와 전망
EU가 호주와의 자원·광물 협력을 제도적 틀(FTA)에 결합하려는 시도는, 공급망 리스크가 상시화된 환경에서 정책 금융·상업 계약·규범을 패키지로 움직이는 전형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자본 비용과 장기 조달 불확실성을 낮출 가능성이 있고, 정책 입장에서는 전략 자율성을 확충하는 수단이 된다. 다만, 구체적 투자액·대상·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해당 정보는 향후 프로젝트 목록 발표와 협상 진전에서 확인될 사안이다.
결론
마로시 셰프초비치의 발언은 EU가 호주와의 협력에서 선별적이고 실용적인 투자 수단을 앞세워 핵심 광물 공급망을 보강하려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2023년의 불발 이후에도 EU-호주 FTA가 다시 동력을 회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종적으로는, 지분·오프테이크·공동 투자의 구체적 조합과 농산물·관세 이슈 간 정치경제적 교환이 타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