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러시아 동결자금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연기된 노동시장 지표와 소매판매 지표를 내놓는다. 동시에 유로존, 일본,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올해 마지막 정례회의를 개최한다.
2025년 12월 1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금융시장에서는 유럽 지도자들의 합의 가능성과 미 노동시장 지표, 그리고 각국 중앙은행의 향후 정책 기조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1. 오래 걸린 과제
목요일에 예정된 EU 정상회의는 유럽 대륙에 보관된 러시아 자금의 사용을 확정해 우크라이나에 자금을 공급하는 합의를 도출하려는 막판 협상이다. 쟁점은 방대한 규모의 동결자산이다. 유럽에 묶여 있는 러시아 자산은 약 2,100억 유로(약 2,450억 달러)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현금 형태로 존재하고 주로 벨기에에 보관돼 있다. 그러나 벨기에는 해당 계획에 반대 입장을 강화해 왔다.
EU는 최근 유럽 내에 보관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무기한 동결하기로 합의해, 자금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데 있어 큰 장애물을 제거했다. 한편 러시아 중앙은행은 대부분의 동결자산을 보관하고 있는 벨기에 증권예탁결제기관 유로클리어(Euroclear)를 상대로 18조2천억 루블(약 2,300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유럽의 결단력과 단결성을 시험하는 사안이다.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서방이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카드는 바로 이 동결자산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전시 재정 여건이 악화하고 대륙의 안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유럽 지도자들은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동결자산 활용 합의가 성사되면 서방 투자자들에게도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제조시설부터 현금에 이르기까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산이 러시아 내에 고립돼 있는 상태로 남아 있어, 향후 자산 회수와 투자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 늦게 공개되는 미국 고용보고서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지연된 미국의 11월 고용보고서(비농업 고용지수)가 화요일에 공개된다. 로이터가 집계한 여론조사에서는 11월 비농업고용이 35,000명 수준의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데이터는 노동시장의 약화 정도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연방준비제도(Fed)의 향후 금리 결정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이 보고서는 연준이 수요일에 세 차례 연속으로 한 번에 0.25%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한 직후 발표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추가 완화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또한 연기된 다른 주요 지표들로는 10월 소매판매(화요일)와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목요일)가 있어 인플레이션과 소비 동향을 함께 점검할 수 있다.
설명: 비농업 고용지수(Non-Farm Payrolls)는 미국 노동부가 매월 발표하는 고용지표로 농업부문을 제외한 민간과 공공부문의 고용 변화를 측정한다. 금융시장에서는 고용·임금·실업률을 종합해 경기 강도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본다.
3.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
시장에서 12월 19일 예정된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확실시되고 있다. 이런 전망은 2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가 이달 들어 18년 만의 고점으로 급등한 데서 드러난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내년에 정책금리를 1.0%까지 올리는 것이 이번 사이클의 종결금리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매파들은 새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을 우려하며 1.5%까지의 상승 필요성을 주장한다.
정책의 경로와 커뮤니케이션은 엔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엔화는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어, 캐나다와 호주 등 다른 G10 국들이 매파적 기조로 돌아서면 엔 캐리트레이드(저금리 통화로 자금을 차입해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전략)의 수익성은 2026년에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4. 크리스마스 전 ECB 회의는 ‘조용한 회의’가 아닐 수도
유럽중앙은행(ECB)의 목요일 회의는 원래 연말 전 통상적으로 ‘안정적’인 스케줄로 여겨졌다. 그러나 ECB의 대표적 매파인 이자벨 슈나벨(Isabel Schnabel)이 다음 정책 조치가 인상일 수 있다는 발언을 한 이후 투자자들은 내년 금리 인하가 아닌 인상 가능성에도 베팅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즉각적인 인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예상보다 강한 성장과 물가 데이터가 이후 완화 기대를 약화시켜 왔다.
따라서 ECB는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2.0%로 동결할 공산이 크지만, 시장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의 경제전망과 향후 시사점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중앙은행들도 같은 날 금리 동결을 예상한다.
5. 완결되지 않은 영국의 통화정책
영국은행(BOE)은 12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으나, 2026년의 금리 경로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현재 금융시장은 기준금리가 4.0%에서 3.75%로 인하될 확률을 대략 90퍼센트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일 발표될 수 있는 부정적 인플레이션 수치가 이러한 기대를 흔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달 통화정책위원회(MPC)는 표결에서 5대 4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부총재인 클레어 롬바르델리(Clare Lombardelli)와 데이브 램스덴(Dave Ramsden)의 발언에서는 향후 완화 사이클의 끝점과 점진적 인하의 적절성에 대해 이견이 드러나 다음 해 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요약하자면 이번 주는 유럽의 정치적 결단, 미국의 중요 거시지표 공개, 그리고 주요국 중앙은행의 연말 회의가 한데 겹치면서 금융시장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용어 설명
동결자산은 제재나 법적 조치 등으로 인해 외국이 보관하고 있는 자산의 사용이 제한된 상태를 말한다. 이번 사안에서는 러시아 중앙은행이나 러시아 관련 기관의 외화·증권 등 자산이 유럽 내 금융기관에 묶여 있어 즉각적으로 유동화하거나 송금할 수 없는 상태를 지칭한다.
비농업 고용지수(Non-Farm Payrolls)는 미국의 고용동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이 지표와 함께 임금, 실업률 수치 등을 종합해 경기 강도와 연준의 정책 방향을 예측한다.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
첫째, EU의 동결자산 활용 합의 여부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유럽 채권·외환시장에 즉각적 파급효과를 준다. 합의가 이뤄지면 우크라이나 재정 지원으로 인한 유로존의 재정·안보 부담 완화 기대가 형성돼 유로화 및 유럽 국채 금리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합의 실패 시 벨기에 소송과 더불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미국의 고용·소비지표는 연준의 추가 완화 기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용이 예상보다 강하면 연준의 완화 속도가 둔화되고 달러 강세와 장기금리 상승을 초래할 수 있으며, 반대로 고용·소비 지표가 약화하면 금융시장은 경기둔화 우려와 함께 주식시장에 단기적인 낙관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과 ECB의 가능성 언급은 글로벌 금리 차와 통화흐름에 영향을 주어 엔화·유로화·파운드화 등 주요 통화의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다. 특히 일본의 금리 인상은 엔화의 방향성과 글로벌 캐리트레이드에 대한 재평가를 촉발할 수 있다.
종합하면 이번 주는 지정학적·거시경제적 변수들이 동시에 작용하는 ‘중대한 분기점’이며, 투자자들은 각국 중앙은행의 성명과 경제지표의 상세 항목을 주의 깊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