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관세와 중국의 가격 경쟁에 압박을 받는 가운데, EU와 인도의 무역 협정으로 유럽산 완성차 수입 관세가 대폭 내려가며 환영받을 여지가 생겼다. 그러나 인도 시장은 토종 브랜드와 소형 일본 경차(kei car)가 장악한 까다로운 환경으로 남아 있어, 유럽 업체들의 본격적인 점유율 확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26년 1월 27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와 유럽연합은 화요일 무역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 협정으로 EU산 완성차의 수입 관세는 최고 110%에서 40%로 크게 인하된다. 이는 폭스바겐(Volkswagen)과 르노(Renault) 등 유럽 제조사들에 대한 인도의 거대한 시장 개방 조치 중 가장 큰 폭이다.
하지만 업계 분석가들은 이번 조치가 문을 겨우 열어젖힌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독일 자동차 연구기관 CAM의 스테판 브라첼(Stefan Bratzel)은 “시작에 불과하다. 유럽에서의 수출은 주로 프리미엄 차종에 국한된다. 대량 판매(볼륨) 부문에서는 여전히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스즈키(Suzuki)와 현대(Hyundai)가 인도 시장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시장은 저렴하고 신뢰성 높고 안정적인 차량을 원한다. 폭스바겐 그룹의 차량은 가격이 높았고, 스즈키는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kei car 덕을 보았다.” — 스테판 브라첼, CAM
현재 인도 완성차 시장에서 유럽 브랜드의 점유율은 3% 미만이다. 인도 자동차산업 통계에 따르면 유럽 브랜드는 연간 판매가 수만 대 수준에 그치며 생산 기반도 제한적이다. 인도 내 시장은 스즈키를 중심으로 마힌드라(Mahindra)와 타타(Tata) 같은 토종 브랜드가 지배하고 있으며, 이들 세 곳이 전체의 약 2/3를 차지한다.
인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나, 연간 약 440만 대 규모의 내수 시장은 오랫동안 보호무역적 성격을 띠어왔다. 기존 수입차에 대한 관세율은 70%와 110%로 매우 높았다.
폭스바겐 그룹 측 대변인은 “인도는 폭스바겐 그룹에 전략적 중요성이 큰 동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라며 무역협정의 사업적 영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벤츠(Mercedes-Benz)는 관세 인하가 양 지역 제조사들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BMW는 별도 논평을 거부했다.
워버그 리서치(Warburg Research)의 애널리스트 파비오 헐셔(Fabio Hoelscher)는 관세가 40%로 인하되면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포르쉐(Porsche)처럼 전량을 완성차(완제품, CBU)로 수입하는 브랜드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지목했다. 다만 그는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주가를 제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장 눈에 띄는 수혜자는 포르쉐와 같이 모든 라인업을 완제품으로 수입하는 브랜드들이다. 중기적으로는 현지 생산 확대 가능성도 존재한다.” — 파비오 헐셔, 워버그 리서치
시장 성장 잠재력과 관세 구조 변화
미국의 높은 수입 관세와 중국의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인도와 같은 신흥 성장 시장을 모색해 왔다. 시장조사와 업계 전망은 인도 시장이 2030년까지 연간 약 600만 대 수준으로 30%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는 유럽 제조사들에게는 매력적인 장기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복수의 협상 소식통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 정부는 27개 EU 회원국 출신의 일부 고가 수입차(수입가격 15,000유로 초과)에 대해 우선적으로 관세를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차량의 관세는 향후 완충 기간을 거쳐 최종적으로 10%까지 추가 인하될 예정이다.
ING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리코 루만(Rico Luman)은 중기적으로 이번 무역협정이 “유럽 완성차 업체들에게 상당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도 자동차시장이 아직 성숙 초기 단계에 있어 성장 여지가 크며,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 및 가격 재조정 전략을 통해 점유율 확대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용어 설명 — kei car(경차)
kei car(경차)는 일본에서 보편화된 소형 경차 규격으로, 배기량과 차체 크기, 출력이 제한되어 있어 세금·보험·주차비 등에서 비용 이점이 크다. 해당 차량은 ‘미니 쿠퍼보다 작은’ 크기의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모델이 많아 인도와 같은 가격 민감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는다. 스즈키의 마루티 스즈키 와곤R(Maruti Suzuki Wagon R)처럼 실용성 중심의 소형 모델이 대표적이다.
향후 영향 및 산업적 함의
단기적으로 관세 인하는 특히 고가의 수입 완성차(럭셔리 브랜드)의 가격을 낮춰 판매 확대를 돕는다. 다만 인도의 주력 수요층은 초저가·실용성 중심으로, 유럽의 중저가 혹은 대중 브랜드는 기존의 제품 포지셔닝과 비용구조로는 경쟁이 어렵다. 따라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두 가지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첫째, 프리미엄 및 럭셔리 세그먼트에서는 수입 관세 인하 효과를 활용해 가격정책과 마케팅을 강화하고, 브랜드 입지를 확대할 수 있다. 포르쉐·아우디·메르세데스-벤츠 등 브랜드는 관세 인하가 즉각적 판매 호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대중·볼륨 부문에서는 현지 생산 확대와 현지화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는 생산 설비 투자와 현지 파트너십을 통한 비용 절감, 소형·저가 모델의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애널리스트들은 관세 인하가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조립 또는 완전 생산(CKD/CKU 또는 현지 완성생산)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융시장과 투자 관점에서는 관세 인하 소식이 유럽 럭셔리 자동차 제조사의 실적 기대치를 상향시킬 여지가 있으나, 실제 이익 개선은 환율, 물류비, 현지 판매망 구축비용, 그리고 미국·중국 시장의 불확실성 등 여러 변수에 의해 제한될 것이다. 따라서 단기 주가 반응은 제한적일 수 있으며, 중장기적 실적 개선과 현지 생산 전개 여부가 주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결론
EU-인도 무역협정은 유럽 완성차 업체들에게 분명한 기회를 제공하지만, 인도의 시장 구조와 소비자 수요 특성은 여전히 큰 장벽으로 남아 있다. 프리미엄 세그먼트는 관세 인하의 직접적 수혜를 볼 수 있으나, 대중 부문에서의 점유율 확대는 현지화·소형 모델 경쟁력 확보·장기 투자 없이는 어렵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이 시작점일 뿐이며, 유럽 제조사들이 인도 특유의 비용구조와 제품 수요를 얼마나 빠르게 흡수해 현지 전략을 전개하느냐가 향후 실적과 점유율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