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 유럽연합(EU)이 향후 3년 동안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총 7,500억 달러 규모로 구매하기로 하면서, 해당 소식이 공개된 29일(현지시간) 미국 LNG 개발·수출 기업들의 주가가 장전(프리마켓) 거래에서 급등했다.
2025년 7월 28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규모 구매 계약은 EU·미국 간 무역 협정의 일환으로 발표됐다. 이에 따라 EU는 매년 2,50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LNG를 확보하며,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전략을 본격화한다.
기업별로 보면 넥스트디케이드(NASDAQ: NEXT), 벤처글로벌 LNG(비상장), 셰니어 에너지(NYSE: LNG) 주가는 장전 거래에서 각각 7.0%에서 8.8%까지 뛰어올랐다. 이는 미국 LNG 수출 여력 확대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EU의 구매 배경과 의미
EU는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생한 공급 차질·제재 여파로 에너지 안보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회원국들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줄이기 위해 대체 공급처를 모색해 왔으며, 그 해답으로 미국산 LNG를 선택했다.
이번 계약에 포함된 연간 2,500억 달러 규모는 3년에 걸쳐 총 7,500억 달러에 달한다. 아울러 양측은 EU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대부분의 상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당초 시장에서 우려했던 30% 관세 시나리오보다 완화된 수준이다.
영국 투자은행 팬뮤어 리버럼(Panmure Liberum)의 애널리스트 애슐리 켈티(Ashley Kelty)는 “관세 수준이 예상보다 낮아져 양 지역 간 산업 활동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것”이라며 “그러나 대규모 LNG 추가 공급은 가스 가격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2023년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부상
미국은 2023년 호주와 카타르를 제치고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 됐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차질과 국제 가격 급등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미국 남부 걸프만 지역의 LNG 터미널 확충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산 LNG의 입지는 더욱 강화됐다.
이번 계약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내 LNG 생산 시설은 증설 압력을 받게 된다. 건설 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던 프로젝트들이 투자 유인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미 가동 중인 터미널은 장기 판매 계약을 기반으로 안정적 수익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
관세 합의가 갖는 의미
이번 무역 협정에서 설정된 15% 관세는 EU 기업들에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지만, 예상치였던 30%보다 절반 수준이어서 시장 충격을 완화했다.
“관세가 30%로 결정됐다면 양측 제조업체 모두 가격 경쟁력을 잃었을 것”
— 애슐리 켈티, 팬뮤어 리버럼
다만 켈티 애널리스트는 ‘공급 과잉(Oversupply)’ 가능성을 지적했다. 신규 물량이 시장에 대거 투입되면 천연가스 현·선물 가격에 하방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가 동향
프리마켓에서 엑스팬드 에너지(Expand Energy)와 EQT 코퍼레이션(NYSE: EQT)도 각각 1.6%, 3.0%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LNG 수출 증가가 셰일가스 생산 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용어 해설
LNG(Liquefied Natural Gas, 액화천연가스)는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의 극저온으로 냉각해 부피를 약 600분의 1로 줄인 형태다. 이 과정을 통해 운송·보관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어, 파이프라인을 통한 수송이 어려운 지역에 주로 공급된다.
프리마켓(Premarket) 거래는 정규장 개장 전(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전 4~9시 30분)에 이뤄지는 전자거래다. 해당 시간대 주가 변동은 향후 정규장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전문가 관점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전략적 공급망 재편’의 일환으로 평가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가 최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미국은 에너지 패권을 강화할 기회를, EU는 안정적 수급처를 확보하게 됐다. 다만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과, 유럽 내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과의 조화가 필수 과제로 남는다.
또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셰일가스 업계 및 LNG 터미널 운영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규제 강화와 수요 감소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향후 전망
이번 계약은 아직 ‘프레임워크(틀)’ 단계로, 세부 조항 확정까지는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연간 2,500억 달러라는 숫자가 갖는 상징성은 크다. 업계는 오는 2026~2027년 이후 가동 예정인 신규 LNG 프로젝트 투자 결정(최종 투자 결정·FID)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가격·공급·환경이라는 세 가지 축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미국과 EU가 재생에너지 확대·탄소국경조정제도(CBAM)·탄소감축 목표를 어떻게 조율할지 주목하고 있다.
향후 세부 계약 조건이 공개되면, LNG 선물 시장과 관련 주식은 또 한 차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기업·정책 입안자 모두가 ‘공급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 ‘환경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균형 있게 달성할지 면밀히 살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