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빅테크 ‘어쿠하이어’도 합병 심사 대상…퇴임 앞둔 경쟁총국 수장 경고

[브뤼셀 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경쟁총국(Directorate-General for Competition)의 올리비에 게르상(Olivier Guersent) 사무총장이 퇴임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어쿠하이어(acquihire)’ 전략에 대해서도 규제망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25년 8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게르상 사무총장은 “효과적인 경쟁을 보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인력 채용 형식을 가장한 인수합병이 기존의 시장 감시를 피해 가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어쿠하이어란? ‘Acquire(인수)’와 ‘Hire(채용)’의 합성어로, 회사를 통째로 매입하지 않고 핵심 인력·기술을 보유한 창업자와 경영진만 스카우트하는 방식을 말한다. 자산은 최소화하면서도 기술과 인재를 확보할 수 있어, 규제당국이 정한 ‘합병 심사 기준선(below-threshold)’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게르상 사무총장은

직원도 기업 자산의 일부이므로, 특정 인력을 대규모로 영입하는 행위는 사실상 기업 결합으로 봐야 한다”

며, 덴마크·헝가리·아일랜드·이탈리아·스웨덴·슬로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8개 회원국이 보유한 ‘콜-인(call-in) 권한’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권한은 EU 기준치에 미달하는 거래라도 국가가 판단해 집행위로 회부할 수 있도록 한다.

그는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EU 경쟁네트워크(ECN) 차원에서 회원국들이 해당 권한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밀어붙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요 어쿠하이어 사례

마이크로소프트(NASDAQ: MSFT) → 2024년, AI 스타트업 ‘인플렉션(Inflection)’ 핵심 인력 대거 영입(6억5,000만 달러 규모)
구글(NASDAQ: GOOGL) → 2024년, 챗봇 스타트업 ‘캐릭터.AI’ 인재 영입 및 2025년 AI 코드 생성 스타트업 ‘윈드서프(Windsurf)’ 인력 채용
아마존(NASDAQ: AMZN) → 2024년 6월, AI 기업 ‘어댑트(Adept)’ 공동 창업자 및 핵심 팀 영입
메타(NASDAQ: META) → 2025년 6월,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스케일AI’ CEO 영입(수십억 달러 투자 이후)

게르상 사무총장은 EU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DMA 시행 후 수십 년간 전통적 반독점 수단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다만, 애플(NASDAQ: AAPL)이 폐쇄적 생태계 일부를 개방한 반면, 메타가 규제에 반발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성공은 상대적”이라는 표현으로 개선 여지가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전문가 시각과 시장 파급효과

기존에는 기업 가치나 매출 규모가 EU 합병 심사 기준에 미달할 경우 실질적 조사를 회피할 수 있었으나, 인재·기술 중심 인수도 ‘결합’으로 간주한다면 빅테크 기업의 인재 확보 전략이 제동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AI·생명공학 등 고부가가치 인력 의존도가 큰 산업에서는, 스타트업이 ‘엑시트(exit)’를 인력 매각 형태로 추진하는 관행 자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EU 내 혁신 생태계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장기적으로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흡수되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할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시장 관계자들은 “규제 강화가 단기적으로는 M&A 시장의 가격 결정 구조에 불확실성을 가져오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면 오히려 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일정

• 게르상 사무총장 → 2025년 8월 1일 공식 퇴임
• ECN → 올해 하반기 회원국 콜-인 사례 공유 세미나 계획
• 유럽집행위 → 내년 상반기 어쿠하이어 관련 가이드라인 초안 발표 예고*(예정)

※ 본 기사에 사용된 모든 수치·날짜·이름은 로이터 원문을 기반으로 하며, 편집 과정에서 임의로 가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