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무역 합의에 힘입은 글로벌 증시 상승…‘트럼프식 협상술’ 주목

[글로벌 증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관세 갈등을 완화하는 무역 합의를 이끌어내자 세계 주식시장이 일제히 반등했다. 유로화는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고, 미국 주가지수 선물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2025년 7월 28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EU산 대부분의 제품에 대해 15%의 수입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도, 당초 위협했던 30%보다는 절반으로 낮추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는 불과 일주일 전 일본과 체결한 자동차 관세 인하 합의에 이은 연쇄적인 무역 외교 성과다.

국가들은 8월 1일 관세 적용 시한을 앞두고 협상 마무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같은 날 스톡홀름에서는 미·중 고위급 회담이 예정돼 있어, 세계 두 경제대국 간 휴전 연장(추가 90일)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유럽이 보복 관세를 전혀 부과하지 못한 채 15% 관세와 미국산 에너지·군수 장비 강제 구매까지 받아들였다. 이것이야말로 ‘딜의 기술’이다.” — TD시큐리티스 아시아·태평양 금리전략 수석 프라샨트 뉴나하

뉴욕 증시 개장 전 거래에서 S&P 500 선물은 0.4% 올랐고, 나스닥 100 선물은 0.5% 상승했다. 유로화는 달러·파운드·엔화 대비 모두 강세를 나타냈으며, 유럽 스톡스 600 선물도 1% 가까이 급등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일본 Nikkei 225가 전주 기록한 1년래 최고치 이후 차익 실현 매물로 소폭 하락한 반면, MSCI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0.27% 오르며 4년래 고점 근처를 맴돌았다.


무역 합의의 의미와 한계

EU는 당초 ‘상호 무(無)관세(Zero-for-Zero)’를 희망했지만, 15%라는 기준 관세율이 최종 확정됐다. 유럽 측에서는 여전히 ‘높다’는 불만이 나오지만, 양측 간 교역 규모가 전 세계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확전(擴戰)을 막은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시장 분석업체 IG의 토니 시카모어 애널리스트는 “일본, EU, 그리고 스톡홀름 회담까지 종합하면 장기적 무역전쟁 위험을 대폭 희석했다”며 “8월 관세 데드라인의 파괴력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위험 선호 지표로 자주 언급되는 호주 달러는 전장 대비 0.12% 오른 0.65725달러를 기록, 8개월래 고점을 유지했다.


이번 주 주요 이벤트: 연준·일본은행 통화정책

이번 주는 연방준비제도(Fed)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 그리고 미국 7월 고용보고서 발표,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빅테크’ 실적 공개가 예정돼 있어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 컨센서스는 두 중앙은행 모두 금리 동결을 점치고 있다. 다만 일본과의 관세 합의로 BOJ가 연내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편, 연준은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지 추가 데이터를 지켜본 뒤 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의장을 거듭 압박하며 인하를 촉구하고 있으나, 트럼프가 임명한 이사 2명만이 이번 달 금리 인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12월이 인하 사이클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 둔화가 더 뚜렷해질 경우 50bp(0.50%p) 단행도 배제할 수 없다.” —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 보고서


용어 해설

선물(Futures)은 특정 자산을 미래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해둔 가격으로 사고파는 파생상품으로,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향후 지수 방향성을 대략적으로 가늠한다.

베이시스포인트(bp)1bp=0.01%p로, 중앙은행 금리 변동 폭을 논의할 때 주로 사용된다.


전문가 관점 및 전망

무역 전선이 단기적으로 안정되면서 투자자들은 거시경제 변수보다 실적 시즌에 더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이익을 발표할 경우, 리스크 자산에 대한 수요가 추가 확대될 수 있다.

다만, 분석가들은 달러화 방향성채권 수급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관세 합의가 달러 약세로 이어진다면 원자재·신흥국 통화에 호재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미국채 금리 급등이 나타날 경우 위험자산 랠리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