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발 EU·미국 통상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럽연합(EU)의 최고 무역 책임자인 마로슈 셰프초비치(Maros Sefcovic) EU 통상집행위원이 31일(현지시간) “미국의 파스타 반덤핑 관세 결정은 사실관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조치“라며 직접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025년 10월 3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로마를 방문해 이탈리아 농림식품주권부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Francesco Lollobrigida)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EU 집행위원회가 관련 데이터를 미국 상무부에 전달해 관세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이탈리아 업체들이 미국에 파스타를 ‘불공정 가격(덤핑)’으로 판매했다며, 2026년 1월부터 추가 92%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비 판정했다. 기존 15% 일반 관세를 합치면 총 107%에 달하는 중첩 관세가 된다.
이번 조치는 라 몰리사나(La Molisana)·가로팔로(Garofalo) 등 2개 업체를 비롯해 총 13개 이탈리아 파스타 기업에 적용되며, 세계 최대 브랜드인 바릴라(Barilla)도 명단에 포함됐다.
“우리는 해당 결정이 충분한 자료(Data)와 수치(Figures)에 기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EU 차원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 측에 재검토를 요청하겠다.” — 마로슈 셰프초비치 EU 통상집행위원
집행위원은 이번 주 초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장관 대행과 통화해 이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고 밝히며, “조속한 해결을 위해 양자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스타, 이탈리아의 핵심 수출 품목
EU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8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 규모로 이탈리아 파스타의 상위 3대 수출시장이며, 2024년 이탈리아의 전체 파스타 수출액은 40억 유로(약 4조 7,000억 원), 수출 물량은 250만 t을 넘어섰다.
덤핑(반덤핑 관세) 용어 설명
‘덤핑’은 기업이 해외 시장에 자국 내 판매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해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말한다. 각국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Anti-Dumping Duty(AD)를 부과하는데, 이번 사례처럼 예비 조사 결과만으로 고율 관세가 책정되는 경우에는 통상 긴 협의와 추가 검증 절차가 뒤따른다.
전문가 시각 — 역풍 우려 vs. 단기 협상 카드
통상 전문가들은 “107%라는 이례적 수준의 복합 관세는 미·EU 간 식품 교역 전체에 부정적 신호”라며, 향후 미국 내 이탈리아 식품 수입업체와 소매체인의 가격 상승·판매 위축을 예견한다. 반면 EU 내부에서는 “미 대선 국면의 보호무역 수위를 감안하면, 이번 사안이 조속히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U 집행위는 통상 분쟁이 길어질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원칙론을 유지하면서도, 양자 협의 및 데이터 재제출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릴라 등 대형 업체가 미국 내 생산·공장 확장 카드로 대응할 수 있지만, 중소 제조사들은 물류·관세 부담을 견디기 어렵다”며 EU 차원의 신속한 외교적 개입을 촉구했다.

 
					
 
		

 
									









